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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peter shin Dec 18. 2018

석화가 피어나던 겨울

@auld spot toronto

노바 스코샤(nova scotia)산 생굴은 겨울에 제맛이다. 겹겹이 만들어지는 크롸상처럼 노바 스코샤 굴은 아주 얇은데 쫄깃하고 향긋한 그 맛이 일품이다. 토론토 시절 크리스마스 즈음해서 매번 이곳 내 단골 레스토랑에 들러 한두잔의 맥주와 함께 즐기던 그 특별한 맛을 잊을수 없다.

어느해 엔가는 출출하던차에 너무 이른 시간에 들르는 바람에 레스토랑엔 아무도 없었다.

그래서 이 소박하지만 깨끗하고 푸근한 공간을 맘껏 둘러 보기도 했다.

아들 녀석이 좋아 했던 토론토 맥주 스팀 휘슬의 포스터가 정겹기도 했다.  이곳에선 혼술은 흔한 일상 중 하나라 누구도 걱정스럽거나 측은한 눈길을 보내지 않는다. 흐..

그리 수다스럽지 않았던 것으로 기억되는 바텐더 아가씨의 품위가 레스토랑의 품격을 더욱 유지시켜 주고 있었다.

상큼한 바다 향기가 스치는 살아있는 석화 한접시, 너무 좋았다.

굴 하나 마다 레몬즙 두어 방울,  흰 겨자격인 매운 맛이 감도는 호스 래디쉬(horse radish) 조금, 그리고 타바스코 핫 소스를 적당히 쳐서 먹으면 완벽한 맛이었다. 먹고 나면 속까지 든든해져 습도 높은 차가움과 함께하는 토론토의 겨울에 제격이었다. 겨울과의 이중주 였다고나 할까.. ㅎ

유서깊은 그리스 거리인 이곳 댄포스 스트리트에 여름이 오면 토론토에서 가장 큰 음식 축제가 사나흘간 계속 되었다.

축제 기간 내내 내 단골 Auld Spot 레스토랑 앞에는 하루 종일, 그리고 저녁시간 내내 굴을 맛보려는 이들이 장사진을 이루곤 했다.

레스토랑의 유쾌한 오너 아줌마는 역시 돈통을 책임졌다.

그녀의 환한 웃음 또한 굴맛과 함께 완벽했다.

주문한 굴 요리가 나오길 기다리며 맥주와 함께 프라이드 깔라마리를 손으로 집어 먹으며 줄을 선 사람들의 면면을 바라보는것 역시 아주 즐거웠다. People watching은 내 취미중 하나다.

레쉬함과 함께하는 굴 한접시의 비주얼은 오감을 부드럽게 일깨우는 예술이었다. 오감중 청각은 또 뭐냐고? 포크로 굴을 떼어 낼때 매끄러운 굴 껍질에서 나는 소리를 들어 보시라.

굴 한 접시와 감자 튀김 한접시, 그리고 스팀 휘슬 생맥주 두잔은 이곳에서의 내 정량이었다.

레스토랑 앞에 설치한 임시 매대에서 주문을 받고 생굴을 까는 종업원들의 과장되고 리드미컬한 환성 소리는 뮤지컬 같았다.

어느해 겨울엔 토론토 친구 Jim과 함께 2차로 이곳을 찾았었다. 난 짐을 위한 크리스마스 선물로 보르도 와인 두병을 가져왔었는데 스코틀랜드 출신이 그가 와인을 즐겼을지는 내 알바가 아니다. ㅋ

이게 거의 십년전 내 모습이다. 저때만 해도 수줍은 장난끼 였는데 지금은 더하다. 환갑이 가까워오니 이젠 대놓고 장난질을 해대는 내 형국이다. 나이가 들어가면서 다시 어린이의 심성을 찾아가고 싶은것인지도 모른다.

내가 아꼈던 올드 스팟의 작고 소박한 입구. 그냥 불쑥 들어가 보고 싶은 모습이지 않은가?

짐과 함께 거의 자정이 다된 시간에 찾은 올드 스팟에는 크리스마스 이브를 즐기는 손님들로 만석이었다.

다른 레스토랑에서 스카치로 이미 불콰해진 상태에서 먹는 쫄깃한 겨울 석화의 맛! 더 이상 맛있을수 없어..

옆자리의 처자들과 금방 친해져 수다 삼매경에 이르는 것 역시 크리스마스가 주는 매력이다.

짐과 난 여기서 또 엄청 마셨다.

그래서 이렇게 모든 이들이 알흠답게 보이는 인생의 신비함을 또 맛보게 되고..


토론토도 그립고, 친구들도 그립고, 굴맛도 그립다. 이렇게 또 한번의 크리스마스가 다가온다.


Verry merry Christmas guy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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