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cast or shoot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피터 Apr 09. 2019

설원의 사격장

life@the firing range

며칠 전부터 내가 가진 모든 라이플들을 분해해 닦고 조이고 기름칠하며 이번 일요일을 기다렸었다. 벌써 몇 달 전에 친구 글렌에게서 선물로 받은 레밍턴 742와 얼마 전 구입한 M14에 대한 사격을 아직 한 번도 해보지 못했다. 그저 날씨가 빨리 풀려 친구의 목장에서 사격할 수 있는 기회가 오기만을 고대하고 있었다. 하지만 평년보다 기온이 많이 올라간 날씨가 수주 간 지속되고 있었음에도 밤에는 영하 10도까지 떨어지는 바람에, 웨인의 목장은 아직 흰 눈으로 덮여 있었고 사격을 하자고 졸라댈수가 없었다. 사격 연습은 개인 목장을 가지고 있어 사격장으로 활용할 수 있거나, firing range를 보유한 gun club에 가입하거나 해야 한다. 내가 사는 타운은 오랫동안 사격장과 gun shop이 있었으나 찾는 사람들이 많지 않아 오 년 전쯤 문을 닫는 바람에 사냥철이 아니고서는 그저 웨인의 목장에서만 타깃 사격이 가능했었다. 그러던 중 우리 마을에서 20분쯤 떨어진 마을에 건 클럽이 있음을 알게 되었고 근사한 outdoor firing range를 연중 운영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았다. 오호라 내가 왜 이 사실을 미리 알아보지 않았던가!!

향긋한(사실은 toxic) lubricating oil과 gun oil 냄새가 가득한 가운데 총을 분해해 닦고 조립하는 행위는 사격을 좋아하는 이들의 말없는 의식이다.

 낚시 도구를 챙기며 새벽잠을 설치는 설레임, 등산 장비를 하나하나 점검해 가며 무게별로 배낭에 쌓아 가는 설레임과 하나도 다를 것 없다.

드디어 오늘 일요일, firing range가 있는 옆 마을 Gun Club에 사격하려 가는 날이다. 오늘 난 그 클럽의 멤버십을 가질 것이고 친구 마크 부부와 함께 즐거운 스포츠 사격을 함께 할 것이다. 끝나고 나서는 내 호텔에서 우리 두 부부 네 명 만의 간단한 와인 파티가 예정되어 있기도 하다. 각종 소총들 외에 귀마개(ear muffs), 보안경, 탄착 확인을 위한 망원경, 조준경, 각종 탄약(제일 무겁다) 등등 챙겨야 할게 무자게 많다. Tactical Firing Range가 갖춰진 클럽에서는 혹시나 발생할 유탄 우려 때문에 방탄조끼까지 입고 등장하는 친구들도 있다. 어머니가 작은 배낭에 넣어 주시던 김밥, 삶은 달걀, 사이다, 사탕.. 어렸을 적 소풍 가방이 생각난다.

총기 보유 및 구입이 자유로운 나라는 그리 많지 않다. 사실 미국과 캐나다를 제외하면 어느 나라들이 그런지 잘 모르겠다. 이들 나라에서의 총기는 건국과 개척을 가능하게 한 도구로 헌법적 보장을 받는 정도다. 그 많은 사건 사고와 부작용에도 불구하고..

사격 그 자체의 매력은 해보지 않은 사람들은 모를 수밖에 없다. 따라서 경험이 없는 사람들과는 사격이라는 행위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되기 쉽지 않다. 보통의 경우 불가능하다. 그 무서운 총이 뭐가 좋아 애지중지하고 그 무시무시한 총탄을 발사하는가.. 하며 다들 이해를 못한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인간이 만들어 오고 있는 어떠한 도구도 그것을 사용하는 사람에 따라 그 쓰임새가 극명하게 달라지곤 한다는 사실이다.

인근 타운에 위치한 사격장으로 가기 위해 우리는 차량 한 대로 이동하기로 했고 마크 부부가 날 데리러 왔다. 마크의 SUV인 오래된 Ford Explorer는 예전에 내 애마였던 Land Rover Discovery를 떠올리게 했다. 그 단순하고도 듬직한 박스형 디자인을 얼마나 좋아했던가. 8기통 엔진의 silky한 bass 음을 난 얼마나 좋아했었던지.. 요즘의 차들은 너무 streamlined 되어 식상하다. 심지어 엔진소리도 거의 나지 않는다. 기계를 움직인다는 즐거움은 차갑고 무음인 electronics로 대치된지 오래다.

아직 눈이 쌓여있고 얼음이 얼어있는 사격장의 rustic 한 모습에 난 OK 목장의 결투란 이름의 옛날 서부영화가 떠올랐다.

거대한 나무 기둥 정문이 우릴 반겼다. 순간 럭비장에 온듯했다. 아버님은 그 옛날 육사 생도 시절 럭비 선수셨다. 승마를 원하셨지만 럭비팀으로부터 소위 스카웃 되신거였다. 그 거친 스포츠를 하시는 바람에 한쪽귀가 으스러져 귀모양이 정상이 아니시다.

사격장엔 아직 얼음이 꽁꽁 얼어있었고 채 녹지 않은 눈으로 가득했다. 개울은 이제 겨우 얼음 사이로 물을 흘려보내는 정도의 봄이 오고 있었다. 하지만 사스카츄완에 사는 우리는 영하 2,3도의 오늘 날씨를 대단히 포근하고 상쾌하다 말한다. ㅎ

얼음이 꽁꽁 얼어있어 보기엔 엄청 추워 보이지만 날씨가 너무 포근하고 바람조차 없었다.

서로가 가지고 온 소총들을 리시버를 모두 개방한 안전한 상태로 사격을 위한 벤치에 정렬해 놓고 사격장 개장 시간인 오후 한 시가 오길 기다렸다.

내가 오늘 가져온 탄환들은 다양했다. 22 구경 윈체스터 22 Long Rifle 수백 발, 308 원체스터 구경탄 수십발, 12 게이지 3인치 새 사냥용 산탄(birdshot) 수십발, 12 게이지 3인치 사슴/무스/곰 사냥용 buckshot 열발 등등. 마크 부부는 22 구경 1911과 300 매그넘 구경의 볼트 액션 소총을 가져왔다.

사격 개시 전의 느긋하면서도 설레는 마음 너무 좋다. 이러한 사격 벤치까지 마련해 놓은 클럽이 어찌나 고마운지.

마크의 부인 로렌스가 가져온 그녀의 애장품 22 구경 1911.

내 폰의 카메라 세팅이 잘못되었던지 자꾸 원하지 않는 셀피가 찍혔다.

자 이제 300 야드 정도 거리의 사격 준비 완료. 오른쪽의 네 정이 내 소총들이다. 레밍턴, M1 카빈, M14, 그리고 베레타 12 gauge.

새로 구입한 M14을 오늘 처음으로 사격해 봤다. 예상대로 내 맘에 쏙 들었다. 308 Winchester 구경 탄환의 그 멋진 발사음, 적당히 둔중한 반동, 약간의 화약 냄새, 그리고 발사 후 느껴보는 배럴의 따뜻함.. 녀석은 이제 내가 가장 선호하는 소총이 되었다.

오늘 내가 사용한 산탄은 Birdshot과 buckshot 였는데 그 차이는 산탄 펠릿(산탄 속의 쇠구슬)의 크기와 갯수다. 오늘 내가 사용한 벅샷의 pellet 개수는 15개짜리로 Federal Magnum Buckshot 였다. 펠릿 갯수는 사냥 대상 동물에 따라 차이가 난다. 덩치가 큰 동물일수록 펠릿 개수가 적으며 따라서 펠릿의 크기(쇠구슬의 직경)는 커진다. 벅샷은 일반 버드 샷에 비해 소리나 반동이 너무 커서 개머리판에 단단히 견착 된 어깨가 몽둥이로 세차게 맞는듯한 충격이 있었다. 뺨도 연적의 주먹으로 맞은듯 무자게 얼얼했다. 난 기관총들과  M1 개런드, 구식 베레타 군용 소총, 한국의 K2 소총 등을 비롯해 웬만한 총들은 다 쏴본 경험이 있지만 이러한 폭력적 파워는 처음 느껴 보는 것이었다. 무슨 대포를 쏘는 느낌이랄까. 휴.. 어깨뼈가 탈골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 베레타에 장전된 세발을 발사하고 나서는 더 이상 사격하고 싶지 않았다.

마침 이곳 건 클럽 회장이자 사격장 관리자인 랜디가 도착했다. 탄착 확인을 위한 고성능 망원경을 heavy duty tripod에 장착하고 있다. 랜디의 소총은 Tikka T3X Hunter 30 06 구경이었는데 새로 산 녀석이라 오늘 영점을 잡아야 한다.

베레타 ear muffs(귀마개)를 한 나다. 사격장의 규칙 중 하나는 여러 사람들이 모여 동시 다발적으로 사격을 하는 경우 사격 준비가 끝난 사수는 발사 전에  'Ears!!'라고 외쳐야 한다. 혹 아직 귀마개를 착용하지 않은 동료들에게 준비 시간을 줌과 동시에 사격을 위한 안전을 재확인하는 것이다. 다들 한 마디씩 Ok!! 혹은 All right!! 등의 reply가 사선에 모여 있는 사수들에게서 들려오고난 후 4,5 초 정도 후부터 사격을 개시하면 된다.

사격 준비를 하는 마크 부부. 사실 마크의 아내 로렌스는 사격 관련 각종 자격증을 가진 사격 애호가로 소총 역시 그녀를 위해서 customized 된 것이다. 둘 다 독일 출신의 젊은 부부인데 엄정함과 원칙 고수, 시간 엄수 등의 독일병정과 같은 면모를 가지고 있어 어떨 땐 참 재밌다. 내가 놀리기도 좋고.. ㅎ

사격이 시작되면 파트너가 있는 이들은 한 사람이 망원경으로 탄착지점을 확인하며 좌우상하탄에 대한 코멘트를 해준다. 혼자 온 사람들은 한발 한발 발사 후 망원경으로 탄착 지점을 확인해 가며 영점을 맞춰간다. 보통 새총을 구입했거나 오랜동안 발사되지 않았던 총일 경우 이 같은 영점 사격을 하는데, 나 같은 사람은 타깃에 맞던 말던 시원하게 쏴 제끼면 그만이다.

글렌에게서 선물 받은 레밍턴 742. 오늘 처음으로 사격해 보는데 308 윈체스터 구경의 상쾌함이 너무 좋았다. 네발들이 탄창 두 개를 반자동으로 발사하는데 탄창 교환 시간 포함 채 20초도 걸리지 않았다. 맘에 드는 든든한 녀석이다.

Remington 742 라이플은 1960년부터 1981년까지 자그마치 백사십만정이나 팔려나간 레밍턴의 베스트셀러 롱 레인지 라이플이었다. 총번을 확인해 보니 1978 쯤에 생산된 것이었다. 배럴 내부는 거의 거울처럼 반짝이고 있었고 액션 파트와 트리거 부품 모두가 강철로 만들어진 것이었다. 총신 손잡이와 스톡은 American Walnut 이 미끄럼 방지 checker 처리된 것으로 완벽한 클래식 스타일 라이플의 전형이었다.

글렌이 내게 준 이 레밍턴 우드마스터 742 라이플엔 웃지 못할 사연이 있었다. 거의 40년 전에 글렌이 처음 이 소총을 구입했을 때부터 총에 문제가 있었다고 했다. 사격 시 4발들이 탄창에서 첫발만 발사되고 계속해서 jam이 걸렸었던 것. 계속해서 잼이 발생하자 글렌은 총의 사용을 포기했고 이 총을 호기 있게 빌려갔던 글렌의 친구 도니는 사냥을 나가 초탄에 무스를 명중시켰지만 다음 발이 발사되지 않아 그 동물은 사라져 버리고 같이 사냥에 나섰던 이들이 겨우 추적해 잡을 수 있었다는 것. 해서 엄청 열 받은 도니는 그 잼 발생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소문난 gunsmith들을 팔방으로 수소문해서 총의 수리를 맡겼으나 전혀 해결되지 않았다는 것. 결국 이 멋진 총은 채 수십 발도 발사되지 않은 채 수십 년간 그저 보관만 되어오다 내게 주어진 것이었다.

그리고 오늘 그 문제가 무엇이었던지가 밝혀졌다. 나 역시 글렌과 도니의 말을 듣고 처음에는 두 개의 탄창에 각 한 발만씩만 넣어 사격을 했고 다음으로 혹시나 하는 바람과 함께 탄창의 최대 적량인 네발을 다 넣어 사격을 했는데 두 탄창 모두 전혀 문제없이 모두 발사가 된 것이었다!!! 오.. 결국 탄창이 문제였군!! 글렌이 이 총을 내게 줄 때 탄창은 분실해서 없었다. 그래서 난 퀘벡에 있는 건샵에 탄창 두 개를 주문해 받았던 것이었인데 오늘 아무 문제없이 반자동 사격이 이루진 것이다. 그렇게 해서 수십 년간 미스터리로 남았던 숙제가 겁게 풀렸다. 사격 후 돌아오는 차 안에서 글렌에게 전화를 해 상황을 알렸더니 글렌은 '역시 주인이 따로 있었군, 피터!' 하며 흐뭇해했다. 'The world's most perfectly engineered autoloader' 라는 레밍턴의 그 옛날 선전 문구가 증명된 날이었다. 헤헤..

마크가 사격하는 볼트 액션 라이플의 구경은 300 Win Mag(윈체스터 매그넘)이었다. 내가 썼던 308 Winchster 보다 훨씬 길어 화약(powder)이 많고, 보다 파워플 하며, 탄도 거리가 길고, 비싸며, 2 인치 정도 더 긴 배럴을 필요로 한다. 코 앞에서 발사되는 300 Win Mag의 발사음은 Ear Muffs를 착용했음에도 천둥소리였으며 muzzle brake에서 뿜어 나오는 가스는 강력한 후폭풍을 만들었다. 내 상체가 뒤로 움찔할 정도로 대단한 공기압이었다. 그래서 좋았다고? 아니, 엄청 싫었다. 난 그냥 내 308 구경에 머물고 싶었다. 내가 그 만큼 나이가 들었단 얘기다.

50 야드 근접 사격을 위해 옹기종기 모여든 우리 멤버들. 기존 멤버들이 우리 신규 멤버들을 환영하기 위해 각자 자신들의 소총을 가지고 한 사람 한 사람 등장했는데 나중엔 거의 열명이나 되었다. 서로가 가진 총들을 사격해 보기도 하고 소총 및 탄환에 대한 정보가 교환되고, 건 클럽 커뮤니티는 이렇게 커졌다.

미소가 멋진 저 아저씨는 내가 좋아하는 스키트 슈팅, 즉 접시 날려 쏘는 엽총 사격을 좋아해 클레이 접시 날리는 장비를 가지고 있었다. 이름을 물어보진 않았지만 앞으로 친하게 지낼듯한 느낌이 강하게 들었다. ㅎ

우리 새로운 멤버들과의 소통에 신이 난 한 멤버가 자신의 트럭에서 반자동 샷건을 가져왔는데 다자인과 성능이 뛰어났다. 같은 구경의 12 게이지를 쓰는 내 베레타 보다 grip감이 좋았고 recoil(반동력) 역시 더 경쾌했다. 내가 다음에 구입할 소총 순위 1위로 단숨에 올랐다. 터키에서 만들어진 이 녀석의 캐나다 메이플 맆 버전인 Derya MK 12 Canadian Edition.

오늘의 탄피들. 사실 오른쪽의 .308 Winchester 탄들은 7년 전에 사다 놓은 것인데 이제껏 308 구경용 소총이 없어 그저 잠들어 있었던 녀석들이었다. 그리고 작년 겨울 글렌이 .308 구경 레밍턴 소총을 내게 선물했고 역시 친구인 도니 할아버지가 내게 Federal 제 308 실탄 20발을 역시 선물했었다. 그래서 얼마 전 구입한 308 구경 M14 소총과 함께 레밍턴에 대한 사격이 오늘 이루어져 내가 가진 모든 308 실탄이 소진되었고 급기야 마크가 가진 탄을 빌려 사격을 한 거다. 내가 사는 곳의 사람들은 자신의 구미에 맞게 실탄을 만들어 사냥에 나서곤 한다. 각종 구경의 탄피와 탄두, 그리고 다양한 화약이 유통되며 각자 보유한 총기의 특성에 맞게 자신만의 탄을 제조해 쓰는 것이다. 기성품에 비해 가격이 저렴한 것은 물론 사냥의 즐거움을 더하는 요소이다.

buckshot은 실제 거대한 짐승들을 사냥하기 전에는 앞으로 사격장에서 사용될 일은 없을 것이다. 어깨를 몽둥이로 맞는 듯한 충격까지 느끼며 굳이 연습 사격을 할 이유가 없는 것이다. 308 탄은 내가 가져간 40발을 다 쓰고 마크가 가져온 것 역시 다 빌려 썼는데 bullet의 종류는 Federal 사의 Americal Eagle full-metal-jacket이다.


Bye now.


매거진의 이전글 the legendary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