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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피터 Apr 15. 2019

봄비 맞으며

@the firing range

오래된 노래, 이은하의 봄비가 흥얼거려지던 날이었다. 잠시   노래와 함께 떠오르는 이가 있었으니 배우 이병헌이었다. 영화 내부자들에서 그가  노래를 부르는 모습은 '치명적 달콤함' 이라고나 할까. 그리 많지 않은 나이에도 불구하고 명배우들은  어떻게 그렇게 인생의 시퍼런 단면을 그리 천연덕스럽게  표현해 내는 것일까. 그보다 훨씬 수가 높은 시나리오 작가와 감독이 함께하며 명작이 탄생하는 거겠지. ..  영화 넷플릭스에서 다시 봐야겠다.

M14 long magazine  원래 20발이 들어가지만 캐나다 firearms law 따라 5발만 가능하도록 탄창에 철핀을 박아 막아 놓도록 하는데, 바보같은 제조사가 네발도  못들어갈 정도로 철핀을 얕게 위치하는 바람에  탄창엔 3 밖에 안들어 간다. 제대로 만들어진 것을 두어개 정도  구입해야겠다. Short magazine 5발이 제대로 들어간다.


봄바람이 거의 폭풍처럼 불고 봄비 역시 나리는 오늘 일요일. 우리 클럽 사격장엔 당연히 아무도 없었다.

이런 작은 타운에서 사는 놀라운 기쁨 중 하나는 뭐든 호젓하게 즐길 수 있다는 것이다. 골프도 앞뒤로 아무 팀도 없는 황제 골프일 때가 많다. 낚시도 호수나 강을 통째로 전세 낸 듯 오로지 혼자일 때가 대부분이다. Shooting 역시 내가 건 클럽의 회원일 경우 마치 내 전용 사격장인 듯 내 맘 데로 문을 따고 들어와 원하는 만큼 여유 있게 사격하고 즐기면 된다. 혼자 있음이 좋은 이들에겐 천국이다. 캐나다도 도시와 시골은 너무나 다르다. 일요일 대도시의 사격장이었다면 아마도 디즈니랜드에서보다 더 긴 줄을 서서 수시간을 기다렸을지 모른다. 그러다 기다림에 지쳐 포기할 때도 많을 것이다. 대도시에서의 골프 역시 아무리 아침 일찍 가도 나보다 부지런한 사람들이 많고 모든 예약이 꽉 차 있는 경우가 다반사다.

이슬방울처럼 내려앉은 비에  깨끗하고 산뜻하게까지 보이는 소총과 실탄은 unreal 하다기보다는 오히려 더욱 현실적으로 보였다. 오늘은 내가 가진 308 윈체스터 구경의 소총만 사격하기로 했다. 아무래도 콧대 높은 베레타 샷건이나 막내 M1 카빈은 비를 맞히기에는 좀 부담스럽다는..

붉은 깃발은 이곳 사격장에서 내가 사격하고 있으니 주의들 하셔~~ 라는 warning flag이다. firing range log book  출입 현황을 기록하고 나서   붉은 깃발을 게양했던 것이다.

308 구경 M14은 사격하면 할수록 내게 잘 맞는다는 생각이 든다. 타깃에 집중할 수 있는 원형과 왕관(crown) 형태의 구조이면서도 개방적 시야를 가능케하는 가늠자와 가늠쇠(front & rear sight)는 스코프 없이도 탄착점의 확인을 용이하게 해 사격의 즐거움을 더한다.

오늘 내가 입은 스웨터는 20년전 영국에서 산것이다. 런던에서 일주일 내내 세미나를 하고 떠나던 히드로 공항의 버버리 샵에서 영국군 밀리터리 디자인이라 두번 생각않고 집어 들었었다. 어깨와 팔꿈치에 가죽이 덧대어지고 olive drab 컬러의 wool sweater, 하지만 주로 검은 계통 양복만 입고 지내던 회사 생활에서 저런 밀리터리 룩 스웨터를 입을 기회가 있을수 없었다. 해서 지난 이십년간 채 열번도 입어본 적이 없는듯 한데, 오늘 으슬으슬한 날씨의 사격장에서 너무나 제격이었다. 드디어 이 녀석의 쓰임새를 찾은 것이다. 야호~~ ㅎ

오늘 내 레밍턴 742는 한 번의 삽탄 불량( failure to feed)이 발생했다. 아마 내가 매거진에 실탄을 넣을 때 너무 매거진의 뒤쪽으로 구겨 넣었던 모양이다. 실탄을 매거진에 너무 뒤쪽으로 넣으면 firing pin이 정확히 실탄의 primer의 중심을 hit하기 어려울수가 있고 너무 앞쪽으로 넣으면 pin이 primer를 때리기엔 너무 멀어 격발이 되지 않을수도 있다.  좌간 이후엔 다시 발생하지 않았다. 내가 라이플과 사귀어 나가는 정상적 과정이다.

탄창 교환 후 재 사격은 jam 없이 모두 발사되었다. 스코프는 원거리 타깃 조준의 정확성을 유지함은 물론 탄착점을 계속적으로 확인하며 사격을 지속할 수 있게 한다.

이리저리 사격을 즐기다 보니 벌써 사십여 개의 탄피가 쌓였다. 한국 군대에서는 탄피 하나 잃어버렸다고 병사들을 그렇게 괴롭히곤 했는데 지금은 좋게 변했으리라 기대해 본다. 여기선 잔디 깎는 기계에 땅이나 잔디 위에 떨어진 탄피들이 끼여 고장 날까 봐, 그리고 탄피를 수거해 탄을 직접 만들어 쓰는 이들을 위해 자신에게서 배출된 탄피는 가능한 주워서 사격장 내 수거함에 버린다.

비가 오나 눈이 오나 매주 일요일 늦은 오후부터 해지기 전까지는 난 이곳에 있을 것이다.

녹슬기 전에 빨리 닦고 기름칠해야겠다. 내 방은 지금 난리가 아니다. ㅎ


C u lat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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