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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피터 Jul 18. 2019

불볕 아래서의 네시간

@the range

캐나다적 삶 중 하나는 '나이를 잊게 하는 삶' 이다. 나이가 많다고 지레 어른 대접을 한다거나, 나이가 많다고 젊은 친구들이 말을 가려 한다거나 내외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또 나이에 비례해 그 사람이 더 성숙하고 그만큼 현명 할거라는 생각을 하지 않는다. 취미가 통하고 생각이 서로 마음에 들면 나이를 불문하고 언제나 친구처럼 지낼수 있고 시간이 지나면 친구가 되어 있곤 한다. 한국에서 였더라면 난 소위 '환갑의 나이'에 걸맞게 천천히 돌아 다니며 그 사회적 나이에 부합하게끔 처신하고 있을까? 2009년 이었던가. 79학번들의 30주년 행사가 모교에서 있었었다. 난 당시 출장에서 한국으로 돌아와 평소대로 비지니스 캐쥬얼을 입고 주황색 스웨터를 어깨에 걸친채 선글라스를 끼고 학교엘 갔었다. 잔디밭에 펼쳐진 대형 테이블엔 짙은 정장을 입은 늙수그레한 이들 수십여명이 무표정하고 근엄한 얼굴로 앉아 행사 시작을 기다리고 있었는데, 난 당연히 노교수들이겠거니 했다. 그러다 반갑게 마주친 동창 에게서 그들이 우리 동기들이란 사실을 알았었다. Seriously??!! 난 경악을 금치 못했었다.. ㅎ

 오늘은 거의 내 전용으로 사용하다시피 하는 클럽 사격장에 오랫만에 왔다. 오늘의 클레이 사격을 위해 난 아침 일찍 한 시간여를 달려 시내에서 클레이 사격의 타겟으로 쓰는 황토 접시(clay pigeon) 두 박스, 자그마치 270개를 사고 나서 내 소총의 양각대(bi-pod)도 구입했다. 오늘 난 내가 가진, 베레타 12 게이지 반자동 샷건(산탄총), 모스버그 Patriot- 스프링필드 30-06 볼트 액션 라이플, 레밍턴 우드마스터- 윈체스터 308 반자동 소총들을 가져 왔고, 친구 짐은  아버지에게서 물려 받은 고색창연한 싱글 배럴 break action 샷건, 177 구경 공기총, 22LR 볼트 액션 라이플, 그리고 스페인제 380 구경 권총을 가져 왔다. 그리고 우리는 그늘 하나 없는 사격장에서 네시간 동안 불볕더위를 즐기며 얼굴에서 땀이 뚝뚝 떨어지면서 셔츠가 온통 젖는 과정을 제데로 즐겼다. 실로 오랫만에.. ㅎ

요즘은 내가 유튜버로 둔갑하는 중이라 주로 비디오를 찍는 바람에 제데로된 스틸 샷이 별로 없다. 며칠전 미네소타 여행에서 돌아온 짐은 우리들의 샷건 사격을 위해 값싼 실탄을 잔뜩 사왔다. 미국은 뭣이든 캐나다에 비해 믿을수 없을 정도로 싸다. 아니 캐나다의 물가 수준이 미쳤다는게 옳다. 하지만 내가 가진 베레타 12 게이지 샷건은 3인치 길이의 탄을 사용하는데 반해 짐의 샷건은 2와 3/4인치의 짧은 탄을 사용하는 것이었고 구입한 실탄 역시 모두 2-3/4탄이라 내가 사용할수 있는 탄이 아이었다. ㅎ

겨울 시즌에는 수십발의 사격을 해도 총열은 기분 좋을 정도의 열기만 남아 있은데, 오늘은 세발 정도만 발사해도 손을 데일 정도로 배럴은 뜨거워졌다. 사실은 그런 호들갑이 더해 더 즐거웠다. 

우리는 사격과 접씨 날리는 기구 작동을 번갈아 가며 했는데 그렇게 몇 라운드가 지나다 보니 한번은 사격용 귀마개 착용을 완전히 잊어 버리고 방아쇠를 당겼다. 바로 코 앞에서 터지는 산탄의 위력은 거의 대포 수준인데, 내 두 귀는 그 대단한 발사음을 고스란히 받아들일수 밖에 없었다. 에앵~~ 수십초간 내 귀속의 사이렌이 작동되었다. ㅎ.

소총의 스코프는 사거리에 따라, 또 풍향에 따라 상하(elevation), 좌우(windage) control knob들의 clicks 수를 세어가며(count) 영점을 그때 그때 맞취 줘야 한다. 소총 자체와 총열의 길이, 스코프의 성능, 그리고 역시 사용하는 실탄의 종류와 성능에 따라 탄착 지점이 다 달라지기 때문에, 사격 선수들이나 전문 스나이퍼들은 그 조준값들을 기록한 노트를 항상 지니고 다닌다.  

클릭수에 따라 타겟에서 1인치가 차이나나? 아님 1.5인치 인가?? 랜디와 난 잠깐의 이야기를 나누며 동전으로 클릭수를 조정했다.

100  yard 거리의 초탄에서 우상탄이 각 1.5 인치 정도씩 났기 때문에 스코프를 좌하 쪽으로 조정한후 본격적 조준 사격에 들어가 제대로 과녁을 맞추기 시작했다. 브라보!

너무나 뜨거웠고 바람도 없었던 오늘, 난 엎드려 쏴 자세로 볼트 액션 라이플을 사격해 가면서 사격의 세가지 요소를 오롯이 맘껏 즐겼다. 강력한 폭풍과 함께 하는 발사음, 개머리판이 견착된 상반신이 번쩍 들리는 듯한 반동, 그리고 진한 화약 내음!

왕년의 요가 매트가 이젠 업드려쏴 자세를 위한 슈팅 매트로 변했다. 무릎을 꿇고 경건한(?) 자세로 탄착 지점을 확인하는 내 모습이 자못 진지했나 보다. Jim이 사진까지 찍었으니.. ㅋ

짐은 차마 내 엉덩이를 계속 나오게 하기 부담스러워 비디오 에서는 어떻게든 상반신만 나오게 하려고 노력했다능.. ㅎ

새로 정만한 bi-pod 는 백불 정도 했는데 그 견고성과 안정성에 아주 만족한다. 소총 멜빵 고리인 swing swivel에 부착하는 양각대 인데 볼트들을 대충 조인채 첫탄을 발사해 봤더니 스프링필드 30-06 탄의 강력한 진동에 각종 나사들과 조임새들이 바로 느슨해져 버렸다. 바로 모든 조임 나사들을 제대로 조여주고 나서 재사격에 나섰다. 보기에도 좋다. ㅋ

권총 사격은 정말 오랫만이다. 난 주로 장총 사격을 즐겨하고 권총엔 별 흥미가 없다.



See you lat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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