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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peter shin Aug 28. 2019

팔월의 서울  - 산책

재회의 연속@seoul.aug.2019

아침 산책길 마다 만나는 어여쁜 꽃과 곤충들 때문에 난 너무 즐거웠다. 아침이슬은 또 얼마나 신선했던지. 공기의 화학적 성분을 따지자면 내가 사는 캐나다의 대평원 지역이 서울에 비해 훨씬 깨끗하지만 오랫만에 대하는 추억속의 곤충들과 꽃, 수풀을 품은 공기는 달콤할수 밖에 없었다.

Sometimes, or most of the time for some people like me, we know that we are in our dream while sleeping. We try hard to get out of it in case of a nightmare. And we like to stay as long as possible if it is a sweet one. I feel like that walking the creek side every morning is following the yellow brick road to emerald city in the wizard of oz. Most of time I feel like I am in the middle of my good dream. This morning as well. It was so unreal or surreal in good sense.

이름조차 알수 없이 몰래 피어난듯한 손톱만한 작은 꽃 조차 계절의 화려함을 숨기지 못했다.

내가 좋아했던 징검다리 코스는 적어도 한번은 매일 건너 다녔다.

백합과의 이 흰나리는 눈처럼 하얗고 예뻤다. 마카롱 같은 질감과 달콤함도 느껴졌다.

개화전의 꽃봉오리 역시 깨끗하고 멋졌다.

양재천 제방 위에도, 아래도, 그 중간에도 산책길이 조성되어 있었다. 이곳은 가히 둘레길의 천국, 산책의 천국이었다. 

심지어 내가 좋아하는 푸른 대나무까지 잘 자라고 있었다. 주로 따뜻한 남쪽 지역에서 자라나는 녀석들이 서울에서 자라다니.. 지구 기후 변화의 영향인듯 싶었지만 그래도 대나무는 너무 반가운 존재다.

토종 매미도 얼마나 오랜만에 보는 것이었는지. 첫날 산책에서 매미 소리를 처음 들었을때 기분이 묘했다. 갑자기 아주 오래전의 내 국민학교 시절로 돌아간듯한 느낌에 빠져들었달까. 캐나다에선 매미를 잊고 살았었다. 매미가 존재하지 않는 곳이기에. 내가 사는 곳의 숲속에선 새소리, 바람소리, 딱다구리 나무 쪼는 소리, 그리고 늑대들 울부짖는 소리등이 들린다. 그리고 검은 곰 가족들과  수많은 흰꼬리 사슴, 거대한 엘크와 무스가 어슬렁 거리는 동물의 왕국인 곳이다.

한국 거미야 너도 참 오랜만이다. 캐나다에선 이렇게 화려한 거미는 보질 못했었다. 그냥 짙은 갈색의 보통 거미들이 있를뿐이었다.

콘크리트나 시멘트 대신 wooden deck이 많이 설치된것도 너무 마음에 들었다.

본가에서 시작해 한참을 걸어 내려오면 양재천과 한강이 만나는 이곳 탄천에서 양재천 산책길은 또다른 이름으로 이어졌다.

시멘트 도로 위로 천진하고 장난스럽게 자라나오는 야생 덩굴의 모습에 짠함과 동시에 적당한 공존의 가능성도 본다.

나무 데크 위에 놓여진 커다란 화강암 벤치. 잘 보이지 않는 이런곳까지, 한국은 이제 세련됨을 넘어 예술적 경지로 치닫고 있는듯 하다. 사람들의 마음 역시 관대함과 여유가 넘치기를 바래본다.

이번 방문에서는 롯데타워를 신기루 처럼 멀리서만 보고 간다.

다음날 아침도 난 여전히 산책 중이었다.

너무 일찍 산책에 나선것인지 양재천 산책로엔 나밖에 없었다.

길위의 인생이라 했던가. 우린 언제나 어딜 향해 가고 있다. 이른 아침의 여유로운 산책조차도 우리가 가고 있는 여정중 한 구간을 통과하고 있는 것이니.

커다란 종류의 강아지 풀과 인간의 임시 설치물인 scaffold의 뜻밖의 어울림이 좋았다.

마천루의 신기루는 양재천 어디에서건 함께 했다.

팔월의 서울은 뜨겁고 강렬한 푸르름이었다.

나무 기러기 조형물이 이렇게 멋지게, 하지만 아무것도 아니라는듯 세워져 있었다.

압도적 크기의 건물 바로 앞 나무엔 역시 늠름한 모습의 까치집이 자리하고 있었고..

동생과 커피샵에 들어서면서 마주한 귀부인의 닥스 훈트 두녀석이 어찌나 귀엽던지. ㅎ

Hollys라는 한국 브랜드 커피샵. It wasn't too bad.




@ 5am

오늘 산책에선 아버님께서 입으라 주신 이쁜 반바지를 입었다.

캐다로로 오기전 대치동에서 살았던 난 실로 15년 만에 양재천 산책에 나선 것이었다. 한때 익숙했던 모든 것들이었지만 세월은 익숙함 만큼의 생소함 역시 함께 하게 했다.

새벽 산책은 우리를 찬찬히 돌아보게 한다. 어둠이 밝음으로 화해가는 새벽은 새로운 기대와 희망으로 하루를 열게 해 준다. 주로 고뇌와 절망쪽에 더 매력을 느꼈던 많은 철학자들은 희망찬 아침의 산책을 그다지 선호하지 않았던듯 싶다. ㅎ

마침 펼쳐지고 있었던 환상적인 아침 노을은 생태 하천 양재천의 아름다운 면모를 고스란히 보여주고 있었다. 감동.. 또 감동!



@rainy morning


오늘은 비가 오리라는 예보가 있었고 아침 산책 중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비가 오면 그저 조금 맞고 다닐 뿐 우산 펼쳐 든 이들을 보기 힘든 캐나다에서의 습관처럼 난 아침 산책갈에 만난 비가 그저 반가웠다.

잠시 산책의 발걸음을 멈추고 생명수에 젖어가는 잎새들의 고요한 환희를 바라본다.

이 수많은 엽록체들은 그들을 제외한 모든 다양한 생명체들에게 얼마나 많은 것을 주고 있는 것인지.

도시엔 역시 비다. 중력과 어우러진 비는 어떻게 이렇게 거대 도시의 모든 곳곳에 스며들어 전혀 새로운 texture의 esthetic landscapes를 우리에게 선사하는지.. 너무 감사했다.




It was all bright outside.

I woke up late this morning and I found that sunshine was everywhere already. Oh my precious time in Seoul. it shouldn't be wasted just for more sleep!

Yes I loved crossing back and forth this unique bridge of stepping stones. Crouching down on the middle stone I was enjoying watching & counting the different species of the fishes playing around in the creek.

A drop of morning dew might be a good portion of water for a thirsty dragon fly.




@마지막 산책

서울을 떠나기 이틀 전 아침 산책에서 커다란 해오라기 한 마리가 양재천 활주로를 천천히 날아올라 창공으로 사라졌다.

잔영을 남기며 서서히 사라지거나 혹은 느닷없이 사라지거나, 살아 있는 모든 생물들에게는 결국 종국의 이별이 찾아온다. 그 종말을 맞기까지 우리 인간들은 수많은 종류의 떠남을 통해 성숙해진다. 성숙이 단지 고통과 회한, 무모한 희망, 인내 등에 대한 집합적 수사, 혹은 자위에 불과하더라도 우린 성숙해질 수밖에 없다. 즉 보다 sophisticated 되어가면서 살수밖에 없는거다. 이번의 떠남을 통해 난 어쩔수없이 또 성숙해진다.

나팔꽃 모양의 작은 꽃은 언제나 소박하고 깨끗할 것이고

징검다리는 어떤 큰 물이 내려와도 든든히 그곳에 자리 잡고 있을 것이고

아름다운 양재천은 그 풍부한 주변 생태계를 살찌우며 언제나 그렇게 흘러가야겠다.



Bye for no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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