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복의 재탄생 @ 경복궁 2019
경복궁은 내가 서울에 도착하면 언제나 가장 먼저 가보고 싶은 곳이었다. 하지만 이번 방문 목적이 관광이 아니었던 만큼 서울 도착 6일이 지나서야 간신히 들릴 수 있었다. 그나마 저녁식사 약속 때문에 여유 있게 돌아볼 수도 없었다. 하지만 그 잠시 동안 만이라도 난 너무 좋았다.
궁의 수문장 해태는 갈수록 늠름해지고 관록이 더해갔다. 어떻게 이렇게 사자와 거북을 닮은 해학적 동물을 상상해 냈을까. 두렵게 보이지도 가볍게 보이지도 않는 적당히 친근하면서도 믿음직스러운 이런 상상의 동물을 창조해 내었던 우리 예인들은 얼마나 여유 있는 심성의 소유자들이었을까..
그저 나른하고 소박하고 별 꾸밈이 없었던 윈저성, 가분수의 압도적 면적의 지붕과 호사스러운 투명 대리석으로 만들어진 계단과 디딤석들로만 기억되는 자금성, 일본인들의 성향을 잘 반영하는 듯했던 오밀조밀 입체적이면서 하늘로 치솟아 있었던 오사카나 나고야의 성들. 다른 나라들의 그러한 성들에 비해 경복궁에 들어서면 일단 마음과 눈이 편해지면서 기분이 느긋해진다. 건축물들의 공간 배치와 단위 건축물 자체마다 가지는 균형미가 궁으로 들어서는 사람들에게 장중한 권위를 엿보게 하기보다는 편암함과 안정감, 그리고 친근감을 주는 것 같다.
그리고 이번 방문에서 내가 흐믓했던 것은 한복을 입고선 너무나 즐거워하며 궁 곳곳을 둘러보고 있었던 아름다운 사람들이었다. 한복은 어느 나라, 어떤 연령대의 사람들이 입어도 매혹적이었고, 젊은이들의 빠른 걸음걸이도 소화해낼 만큼 활동적이었다.
한복으로 차려입은 청춘들의 모습은 정말 아름다웠다.
요정들이 입는 옷 같았다.
다정한 느낌으로 만들어진 십이지신상들은 오가는 우리나라 백성, 다른 나라 백성들을 말없이 지켜보고 있었다.
이 멋진 동양의 열두 조각상들은 나같이 국적을 달리 한 백성까지도 너그럽게 바라보고만 있는 것이었다.
왕의 집무 의자, 어좌 뒤를 장식했던 병풍의 그림 일월오봉도(日月五峰圖)의 작은 나무통 버전은 인사동 통인 가게에서 캐나다 친구 짐에게 선물로 주려 내가 골랐다.
언뜻 화려해 보이지만 불교적 색상의 조합이 그리 어지럽거나 난하지 않고 높이에 따라 겹겹이 층을 이루며 올려진 구조물들이 적당한 간격과 모양으로 서로 어우러지면서 난 이곳 근정전을 올 때마다 하염없이 이 공간을 살펴보게 된 지 오래다. 부지런히 정무를 살피는 곳..이라는 근정전이라는 명칭도 얼마나 솔직하면서 단도직입적인가. ㅎ
발랄한 외국 청년들에게도 한복이 이렇게 싱그럽고 멋지게 어울릴 줄이야!!
이 어여쁜 청춘들이 쓰는 언어들은 다 달랐다.
10년 전인 2009년도 방문 땐 한창 궁복원 작업 중이어서 채 삼분의 일도 둘러볼 수 없었지만 이번 방문에서의 완벽하게 복원된 경복궁은 다 돌아볼 엄두가 나지 않을 정도의 수많은 건물들이 제 모습으로 자리하고 있었다.
수직 수평의 어우러짐은 가장 단순하면서도 편안하며 심지어 권위를 가지기도 한다.
10년 전 방문 때 감복했던 현판이었다. 어짊을 생각하는 문.. 사현문. 역시 너무 멋지다!! 요즘의 정치하는 이들과 관료들에게 '어짊' 이라는 개념이 자리잡고 있기나 할까. 아마 그들 사이에서 그 단어는 조롱의 대상일 뿐일지 모른다.
적당히 넒음, 완벽한 직선미, 아름다움의 극치인 아치형 처마, 깨끗한 마당, 뒤켠의 소담한 정원.. 왕의 집무실 우측으로 들어서 있는 왕비의 처소를 비롯한 각종 부속 건물들이 가지는 미니멀리즘 적 공간 구성과 배치는 지금의 시각에서도 정말 cool 한것 같다.
황토로 구워진 벽돌로 이루어진 벽의 색조와 문양은 볼수록 그윽하고 멋스럽다.
단순한 기하학적 패턴의 반복은 안정감과 더불어 보는 즐거움을 준다.
경복궁을 가진 한국의 백성들은 행복할지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