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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peter shin Oct 26. 2019

루이지와 피터 이야기 - II

@the different part of the world

루이지와의 맛있고 멋진 식사는 서로의 개인적 이야기들로 맺음을 했는데 둘 다 서로의 케미가 잘 맞아 떨어지겠군 하는 정도가 아니었을 까 한다. 그는 환갑이 넘은 나이에도 22살 처녀와 동거를 한다며 막강한 정력도 은근히 자랑했는데 이래저래 난 그가 마음에 들었다.


그런 후엔 더욱 자주 루이지와의 시간을 가지게 되는데 내가 라틴음악을 좋아하는 걸 알고 하루는 그의 절친한 친구를 소개시켜주겠다 했다.

Luigi, my Italian friend in Nicaragua, liked to introduce me one of his best friends, Ronald Hernandez. He was a very famous composer and pianist in Nicaragua and owned a couple of worlwide famous Latin Music Bands, like Group Macolla. Actually there was a concert by Macolla at the night club and that's why so many young chic latinos gathered in the dancing hall. Ronald and his fiance were very friendly and we talked over the tropical cocktails and my favorite Remy Martin together with Luigi. I tried to invite the group to Korea for performance afterward but it hadn't been realized because of lack of availability of both sides. I was staying other countries and Ronald had already booked his teams for a series of other events in other countries.

로날드 헤르난데스란 그 친구는 다름 아닌 니카라구아에서 가장 유명한 밴드 마코야 (Macolla)의 소유주이자 작곡가 그리고 피아니스트였다. 마코야 밴드는 니카라구아 뿐 아니라 북미와 유럽 콘서트를 매년 가질 정도로 인기가 높았는데, 오늘 그의 약혼녀와 함께 그의 밴드가 콘서트를 펼치는 이곳 클럽에 오게 된 것이었다.

마코야 밴드의 강렬한 비트에 맞춰 라틴댄스를 즐기는 남녀노소의 관객들은 정말로 너무 즐거워 보였다. 라틴댄스를 전공하는 듯한 일본의 젊은이들로 여럿이 눈에 띄기도 했는데 스커트를 입고 추는 여성들의 라틴댄스는 어찌나 섹시하고 이쁘던지..
난 음악에 취하고 댄스에 취하고, 끊임없이 시켜 마신 칵테일에도 완전히 취했다.

로날드 와는 그 이후로 이메일을 주고받으며 한국에서의 공연 등을 추진하려 했었는데 이미 잡혀 있는 순회공연 일정 등으로 인해 유야무야 되고 말았다. 어찌나 점잖고 순한 사람이었는지, 가끔 생각이 난다.


그러고 나서 얼마 후..
니카라구아에서 국민의 관심을 가장 끄는 프로그램 인 전국가요대전이 열리게 되는데 춤과 노래에 열광하는 라틴민족인 만큼 스타의 등용문인 연말 가요제는 어떤 행사보다 뜨겁게 치러진다 했다.

그런데 유명 작곡가이자 피아니스트인 로날드가 마침 가요제를 위한 연주를 하게 되어 루이지는 VIP 자격으로 초대를 받게 되고, 루이지는 나와 동행하기로 했다. 그리하여 난 경호가 그리 삼엄하지는 않았지만 경호원들이 눈을 번득이며 늘어서 있는 곳, 즉 대통령과 각료들, 그리고 그들의 가족들이 참석하는 VIP 스탠드로 들어가게 된다.

VIP Stand 엔 의자마다 무슨 장관, 무슨 장관 등의 종이가 붙여져 있었지만 빈자리들이 있길래 한 곳에 앉아 사진도 찍고 가요제 시작을 기다리고 있는데 사복 경호팀들의 움직임이 부산해지더니 한떼의 사람들이 우루르 들어왔다. 알고 보니 대통령 내외와 장관들, 그리고 보안요원들이었다. 스탠드 바깥쪽에서 칵테일을 마시고 있던 루이지는 놀라서 날 불렀고 이곳에서 나오라고 손짓을 했는데, 난 그저.. 그냥 여기 있지 뭐.. 하는 표정으로 무시해 버리고는 마침 옆자리로 와서 앉고 있는 흰 정장 차림의 여성과 인사를 나눴다.

.. 안녕! 멋진 밤이군요!
.. 네..

.. 전 이곳 공단 XX 사업체에서 프로젝트를 위해 한국에서 온 사람입니다.
.. 네, 전 니카라구아 관광청을 책임지고 있고 있는 마리아라고 해요.

알고 보니 니카라구아 관광청장이었다. 니카라구아 호반도시 그라나다 출신으로 하바드 졸업 후 아르헨티나 정부에서도 일을 했고, 이곳 우파 정부에 스카우트되어 관광정책을 관장하는 대단히 멋진 여성이었다.
난 이미 니카라구아의 특이한 아름다움에 흠뻑 빠져 있었던 터라, 그 시끄러운 가요제 와중에 그녀의 귀에다 대고 열변을 토하기 시작했다.

.. 당신 나라 니카라구아가 얼마나 아름답습니까!
.. 노동집약적 생산 공장들만 운영해서는 백날 가야 힘들 수밖에 없는 것 같습니다.
.. Eco-Tourism의 기치를 국가적으로 내걸고 해외 투자자들을 모아야 됩니다.
.. 관광입국 입장에서는 Puerto Rico가 완전 Role Model 인 것 같구요.
.. 그리고 대통령 직속으로 자문기구를 운영하는 게 첫출발일 것 같네요.. 어쩌고저쩌고..

사실 난 그때 우리 공장에서 일하는 수많은 니카라구아 사람들을 보며 많이 안타까웠었다. 나 어렸을 적 한국에서 미국의 식량지원 프로그램으로 먹곤 했던 우유와 옥수수 빵 생각도 나기도 했다. 한국이야 전쟁으로 초토화되었었지만, 천혜의 생태 인프라를 가진 니카라구아는 왜 제대로 이러한 자원을 자본화시키지 못하냐구!!

그런 생각으로 가득 차 있던 난, 마리아에게 퍼부어 댔고 한 참 듣던 그녀가 갑자기 제안을 해 왔다.

.. 그럼, 우리가 헬기와 군인들을 제공할 테니 당신이 니카라구아 중북부 쪽을 다녀오는 건 어때?
.. 둘러보면서 사진도 많이 찍고, 그쪽은 너무 아름다운 곳인데 아무나 가볼 수가 없거든..

무지 마음에 드는 제안이었지만 연말까지는 일단 본사로 들어오라는 사장의 엄명을 받고 있었던 지라 너무나 아쉽게도 받아들일 수가 없었다..

.. 고맙지만 곧 귀국해야 되기 때문에 그럴 수가 없군요. 다음 기회에..
.. 제가 찍어놓은 니카라구아 사진들을 모아 관광홍보용으로 만들어 주는 것으로 제 고마움을 표현할게요.

그렇게 해서 그녀와 명함을 주고받은 뒤 대화를 마무리하게 되고 얼마 후 옆 옆에 앉아있던 대통령 내외가 퇴장하자 VIP 석의 사람들이 다들 우르르 떠나갔다. 뒤켠에서 칵테일을 홀짝이며 가슴 졸이고 날 지켜보고 있던 루이지가 마침내게로 내려왔다.

.. 그러다 경호원들 총 맡으면 어쩌려고? 여긴 네가 생각하는 것보다 위험한 나라야.
.. 그런가.. 히

난 그런 루이지가 고마웠지만, 어떤 실제적 위험에 대한 느낌은 전혀 가질 수는 없었다. 난 그저 예비 가수들의 아름다운 노래를 들으며 멋지고 친절하고, 똑똑하기까지 한 여성과 대화를 나누고 있었을 뿐.. ㅎ

마리아는 오랜만에 보는 우아한 여성이었다. 예쁘기만 한 여성과는 아주 다른 느낌인 것이다. 말하는 품새나 목소리, 제대로 교육받은 품격 있는 영어, 제스처들이 얼마나 품위 있던지. 왠지 애잔한 착하고 순수한 미소하며..

좌간 루이지는 워낙 오래 이곳에 살아왔던 그였던 만큼 어딜 가던, 그곳의 사람들로부터 진정한 의미의 amigo(친구) 대접을 받았었다.
크리스마스이브 날 그의 낡은 메르세데스를 타고 우리의 단골 나이트클럽을 향했었는데 그곳에서의 달콤 살벌했던 추억도 그와 함께한 몇 가지 모험스런 사건이었지만 숨이 차 여기서 끝내기로 한다.

마지막으로 그에게 감사드리고 싶은 것은 열다섯 살이라는 나이 차이에도 불구하고 날 진정한 친구로서 대했고, 다소 무모했던 나의 여러 가지 행동에 대해서도 끝까지 친구로서의 역할을 다했다는 것이다. 또 금전적 관계에 있어서도 나에 대한 신뢰를 저버리지 않았었다. 호텔 투숙 중간에 연말 파티 및 고객 세미나를 위해 니카라구아의 옆 나라 온두라스를 며칠간 방문해야 했는데 당시 수천 불에 달하는 숙식비에 대한 중간 정산 없이 날 다녀오게 했다. 물론 외국회사 직원이라는 담보가 있긴 했지만 개인에 대한 신뢰 없이는 짐을 몽땅 다 싸서 나가는 투숙객을  오롯이 믿고 맘 편히 보내긴 쉽지 않았을 것이다. 지금은 직장을 옮겨 더 큰 호텔의 지배인을 맡고 있다는데 니카라구아에 다시 가게 되면 꼭 찾아보고 회포를 풀고 싶은 멋진 이태리 사나이인 것이다.

루이지를 생각하면 난 기분이 아주 좋아지는데, 루이지도 날 생각하면 기분이 좋아지길 바랄 뿐이다.
하지만 이럴지도 모른다. 어이구, 피터.. 넌 아무도 못 말려..

 

Buenas noches Nicaragu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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