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peter shin Feb 25. 2020

Mad Max on Snow

life@the Prairie

사방이 지평선이고 아무도 보이지 않는 이곳, 오로지 짐과 나 둘이서만 질주하면서 난 영화 매드 맥스가 떠오르지 않을수 없었다. 마구 달리며 힐끗 힐끗 내려 보는 내 머신의 속도계는 60마일, 즉 거의 시속 100km를 오르 내리고 있었다. 하지만 우린 호주 사막의 황토 모래 먼지 대신 청정 겨울의 새하얀 설원위를 폭풍같이 눈발을 헤치고 날리며 질주하고 있었다. 고작 500 파운드도 채 안되지만 160 마력을 자랑하는 이 몬스터 스노우 모빌은 거의 날라 다녔다. 스노우모빌의 독특한 소음과 거친 주행감, 그리고 온몸으로 맞는 강력한 바람은 영화 Fast & Furious 의 Vin Diesel 역시 떠오르게 했다.

짐은 올 겨울이 시작되면서 부터 내게 스노우 모빌 트래일을 떠나자고 권유했었다. 마침 짐의 외동딸 줄리아나가 맥길 대학에 입학하면서 그 머신을 내가 타면 된다며. 하지만 올 겨울엔 내가 짐과 그의 아들 제이든과 함께 한국을 여행했었고, 이곳에는 예년과 다르게 폭설이 내린 적이 없어 스노우모빌러들이 심심해 하던 차였다. 또한 이번 주말 내내 이미 따사로운 봄 햇살의 기운이 움트던지라 snowmobile 은 까맣게 잊고 있었는데, 오늘 일요일 예배를 마치고 내 샵에 들른 짐이 제안했다. 오늘 햇살도 좋고, 들판에 눈도 적당히 있으니 스노우모빌 타러 가자고! 오늘이 아마 올 겨울 마지막일지도 몰라, 삼월 초엔 몬트리올도 다녀와야 하고.. 난 흔쾌히 응했다. 오케이, 렛츠 고!!

그래서 짐의 집으로 스노우모빌을 가지러 왔고 오늘의 짜릿한 속도감의 트래일이 시작되었다.

딸아이가 없는 짐의 거실엔 대신 줄리아나의 작년 고등학교 졸업 사진만 화사하게 걸려 있었다.

내게 맞는 헬멧을 고르느라 난 짐 가족의 모든 헬멧을 try 해봤다. ㅎ

오늘의 머신은 Artic Cat. 난 스노우모빌은 처음 타보는 것이지만 배우는데는 채 10초도 걸리지 않았다. 왼쪽이 브레이크, 오른쪽이 throttle 이다. 스로틀을 엄지로 누르며 속도 조절을 하면 되며 급격한 코너링이나, bumpy한 구간 정도에서 주의하면 된다. 마력이 장난이 아니라서 시속 100km 도달이 불과 수초만에 이루어지기 때문에 과속만 하지 않는다면 쾌적한 질주를 즐길수 있다.

짐이나 그의 자식들은 아주 어렸을적부터 스노우모빌을 즐겨왔는데 당시의 초보적 mechanical machine들은 혁신에 혁신을 거듭하여 나 같은 초보자도 순식간에 배워 극강의 스피드를 즐길수 있을 정도로 안전하고 편안한 전자 제어 시스템으로 발전되어 왔다. 물론 가볍고 질긴 소재의 발달과 더불어.

우린 40km 정도의 기본적 드라이브 후에 머신을 재점검하고 연료통에 가솔린을 가득 채운후 본격적 트래일에 나섰다.

잠시의 bio-break. ㅎ

철길을 횡단하기전 서로의 사진을 찍어 주기도 하고.

그림자 놀이도.

라이딩은 너무 신났는데, 고속으로 달리며 헬멧 아래 목과 턱으로 마구 들이치는 겨울 바람은 수염을 얼게 만들 정도였다. 요즘은 heating이 되는 헬멧이 대세라는! 돌아오는 길엔 해가 거의 기울어져 버려서 내 헬멧의 visor에 김이 서리는 바람에 자주 visor를 열어 얼굴을 노출시켜야 했다. 엄동설한 시속 100km로 맞이하는 그 바람의 폭력성 이라니!! 사실은 그래도 너무 상쾌하기만~~

마을의 스노우모빌 클럽에서 운영하는 shelter 에서 새로운 친구들과도 수다도 떨고 빈티지 난로의 막강한 화력도 즐겼다.

널찍하고 튼튼하게 지어진 쉼터는 25년전 회원 중 한사람이 지어 클럽에 기증한 것이다.

할배들은 아마도 하루종일 이곳 warm up shelter에 앉아 지나는 스노우모빌 객들과 수다떠는게 낙일것이다. 정기가 모조리 입으로만 모여드는 연배의 할배들이라 자신들의 최고급 스노우모빌들은 쉘터 마당에 가지런히 주차 시켜 놓은채 위스키를 홀짝이며 그저 세월만 낚고 있는 중이었다. ㅋ

벌써 땅거미가 지려했고 우린 돌아갈 길을 재촉했다.


Let it snow!

겨울 만세!

매거진의 이전글 호텔 꾸려가기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