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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peter shin Oct 03. 2019

호텔 꾸려가기

life@the Prairie

아내의 페인트 공정은 올해 초여름 부터 시작되었다. 건물의 가장 작은 부분의 벽도 우리 부부에겐 넘사벽의 면적이었고 소요되는 페인트 역시 엄청난 것이었다. 더군다나 스프레이나 롤러로 단색으로 칠해 버리는 것이 아닌, 보는 사람들의 즐거움과 우리 비지니스의 속성을 반영해 여러 색상과 디자인을 고려해 붓으로만 칠해야하는 페인팅이었기에 아내는  여러 방식에 대한 리서치를 해가며 고심을 거듭했었다.

그래서 좀 과도한듯 싶은 결과가 나왔으나 마을의 많은 이들로 부터 칭송과 고마움의 인사를 받다보니 그간의 고생이 보상을 받았다고나 할까.

우리 호텔 & 리쿼 스토어의 뒤골목 길에 아예 이름까지 붙였다. LIQUOR STORE ALLEY!

아내가 나의 최소한의 도움만 받아가며 작업을 시작한지 한달여 뒤에 난 호텔 전면부의 발코니 부분의 늘어진 목재 패널들을 수리하고 기존의 페인트가 바래고 들떠 거북이 등딱지 같았던 표면을 scraper 일일이 긁어내 가면서 새로운 페인트를 칠하기 시작했다. 세월을 통해 적용된 중력과 햇살, 그리고 눈과 비, 바람에 의한 구조물의 변질과 변형은 대단한 것이었다. 정말 몇년간 미뤄온 숙제였는데 아내의 가열찬 작업에 자극받아 단숨에 끝냈다.

알루미늄 사다리가 계속 옮겨가며 작업하기엔 너무 무겁기도 했고 저 정도 높이라도 고소 공포를 느끼기에 충분한 것이었다. 후덜덜..

거의 7년전 흰색으로 칠한 거대한 벽면에 아내는 평형자를 이용해 각종 문양을 스케치해 나갔다.

호텔 내부의 객실들과 바, 그리고 리쿼 스토어 등등은 호텔 인수 3년후에 리노베이션 작업을 마쳤으나 건물 외벽은 엄두가 나질 않아 7년간 미뤄오고 있던 터였다.

웬만한 목수가 하는 일들을 다 했었다. 지금와 생각하면, 다시 하라면 못할것 같은 일들이었다.

리쿼 스토어는 내부 도색은 물론, 타일 작업, 열개가 넘는 보안 카메라 설치, 수십개의 LED 등 설치, high power 전원 wiring 등등 모든 작업을 우리의 힘만으로 했었다.

70년대 스타일의 레터링 작업도 하고

약간의 기하학적 모양과 술병도 배치하고

심지어 필기체까지 그려냈다. 60 다된 부부 둘이 별걸 다한다. 

그렇게 페인팅 작업은 지난 주 첫눈이 날리기 전까지 수개월간 진행되었다.

날씨가 좋으면 땅거미가 지고 나서도 칠했다.

쌍무지개가 뜨는 날엔 감탄의 휴식도 있었다. ㅎ


아내는 그렇게 밤낮없이 칠하고 또 칠해 결국 일층 부문의 페인트 공정을 끝냈다. 올해 최대의 업적이다. 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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