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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peter shin Apr 25. 2020

유진 - the trapper

Life@the Prairie

.. 그때 난 길을 잃고 말았던 거야. 구름이 잔뜩 끼고 눈발이 흩나리던 그 덤불과 숲이 있던 벌판에서 난 한바퀴를 돌고, 더 큰 원을 그리며 또 한바퀴를 돌고, 또 좀더 안쪽으로 들어가며 더욱 큰 원을 그리며 돌았지만 난 제자리로 돌아 왔지. 한손에 소총을 들고 다른 한손엔 칼을 들고서 난 계속 그 자리를 맴돌고 있었던 게야. 그리곤 해가 지기 시작하더군. 추위는 뼈속을 스며들기 시작했어. 난 바로 주변의 건초 더미를 찾아내 그 속을 칼로 파내기 시작했어. 건초 거미 속으로 들어가고 나서야 추위에 언 몸이 조금씩 풀리기 시작했는데 잠이 들듯 말듯한 상태에서 건초거미 주변을 뭔가 무거운 짐승이 쿵쿵 거리며 계속 돌고 있는 걸 느꼈지. 오 마이.. 머리털이 쭈삣거리고 심장이 쿵쾅거리고, 칼을 든 손에 잔뜩 힘을 주고선 계속해서 그 소리에 온 정신을 쏟고 있을 수 밖에 없었지. 밤새도록 말이야. 녀석이 뭐였는지는 알길이 없어. 아마 곰이나 무스 였을거야. 그때 이후로 난 컴파스를 항상 지니고 다녔어. 허허.

Trapper. 덫을 놓아 짐승들을 사냥하는 사냥꾼이었던 유진 이었다. 이젠 어느덧 여든살이 넘어 백년해로의 경지에 들어가고 있는 유진이지만 그의 머릿속엔 불과 수년전 까지 계속해오던 그의 천직이었고 그가 정말 좋아했던 그 거친 자연속에서 종횡무진 들과 숲을 누볐던 트랩퍼 로서의 삶이 고스란히 남아있다.

이년전 그가 그토록 사랑하던 부인을 잃고 너무나 큰 상심에 모든 사진들을 불살라 없애며 즐겁고 행복했던 시절을 다 잊으려 노력했지만 뜻대로 되지 않는다는 유진. 내가 그에게 말했다.
.. 헤이 유진, 잊으려 하기 보다는 다시 떠올려 보세요.
...
한참 후 그는 날 보며 말했다.
.. 그래야 할 것 같아.

내게 예전의 그 모험에 가득찬 신나는 사냥꾼 시절의 이야기들을 들려 주며 그는 다시 활기를 찾았고,
집으로 돌아 갔던 그는 이제 고작 대여섯장 남아 있다는 옛 사진들을 가지고 내 호텔 레스토랑으로 다시 찾아왔다.

80 파운드가 넘는 거대한 비버의 가죽을 벗기고 있는 유진이다. 비버가 정력에 얼마나 좋은지를 유진이 한참 내게 설명하는 동안, 우린 계속 낄낄거렸다.
.. 비버를 먹은 다음날 아침엔 집사람이 침대에서 일어나자 마자 바로 어디론가 사라지곤 했지.
.. 너무 귀찮게 해서 도망가버린 게지.. ㅎㅎ


다른 마을로 이사간 그를 이제껏 다시 볼수 없었는데 모쪼록 건강하게 지내고 있기를 바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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