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들어 처음으로 반팔 티셔츠를 입고 운동에 나섰다. 길고도 긴 반년간의 겨울을 끝냈고 Covid19 의 와중에 그래도 어제부터 동네 골프장 두곳이 문을 열었다. social distancing의 룰에 따라 이젠 모든 플레이어들은 예약을 해야 한다. 뭐 한국의 모든 골프장들은 태생부터 예약제 였으니 새삼스러울 것이 없으나 내가 사는 이곳은 first come first play 였는데 예약이 필요하다니 좀 귀찮다.
클럽 매니저 켄은 예약없이 들이닥친 날 바로 플레이 하게 했다. 작년 11월 부친을 모시고 함께한 사우스케이프 이후 첫 라운딩 이었다.
할머니 두분이 앞팀이라 난 바쁠리 만무했다. 자그마치 710ml 나 되는 쿠어스 킹캔을 천천히 마시며 나홀로 플레이에 들어갔다.
뜨거운 햇살 아래 마시는 차가운 맥주 맛이 좋아 난 골프를 한다.
내 골프 클럽 셑은 슈즈를 포함해 모두 한국의 본가에 가져다 놓는 바람에 난 아내의 골프 클럽을 가져 왔는데 not too bad. 짧고 가벼운 아내의 클럽을 휘두르다 보니 많이 허전하긴 했다.
아일랜드 그린이 두곳이 있긴 하지만 타운에서 운영하는 이곳 골프장은 그저 연습하기 좋은 평탄 일색의 홀들로 이루어져 있고 마을 주민들의 추억이 고스란히 녹아있는 곳이다. 화려함이라곤 푸른 하늘과, 멋진 태양, 그리고 무심한 구름들만 있는 곳이다. 그래서 좋다.
햇살 아래 졸졸 소리를 내며 흐르는 개울은 한국에서의 어린시절을 떠올리게 한다.
이곳에서도 돌을 들치면 가재가 꼬물거릴 것이다.
전나무와 자작나무들엔 이제 막 움이 트고 있었다.
마치 포뮬러 경기에서나 보일 flag가 펄럭이는 그린은 소박한만큼 마음이 편하다. 매년 봄 토론토에서 개최되어 내가 신나는 마음으로 가서 관전하곤 했던 Honda Indy Formula1 Racing 도 올해는 역병 때문에 취소된 모양이다. 봄이지만 강렬하기만 한 태양은 음영 역시 선명하게 만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