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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peter shin May 21. 2020

잠시의 다른 생각

life@the river

문득 다른 생각이 들때가 있다. 관성과 중독적 습관속에 살다 퍼뜩 다른 생각이 들때가 있다. 어떤 운좋고 성숙한 이들은 문득 떠오른 생각(주로 폐부를 찌르거나 뇌리를 스치는)깨달음을 얻어 위인의 반열에 오르기도 하고, 어떤 이들은 현실적 성공으로 부귀와 영화를 얻기도 하며, 또 다른 이들은 진실된 참회를 통해 새로운 삶을 살아 나간다. 불행하지만 아마 전혀 반대의 경우 역시 많을 것이다. 주로 emotional reaction에 치우쳐 하루 아침에 나락으로 떨어진 이들 역시 얼마나 많을까.

나름 오랜동안 살아오고 있는 나같은 예비 시니어들은 더군다나 내가 좋아하는거만 하면서, 내가 먹고 싶은것만 먹으며, 내가 만나고 싶은 사람들만 만나며 내 삶이나 일상에서의 어떤 fluctuations 도 최소화시키면서 산다. 그러한 삶에의 attitude  우아한 안정성 정도로 자부, 자위하며 문득 들수 있는 소위 '다른 생각'들을 원천 차단하면서 산다.

아름다운 햇살과 강하지만 따뜻하기 그지없는 바람이 불어 오는 강가, 새들의 지저귐과 연두색으로 움트는 수풀과 나뭇가지는 날 맑게 했고 삶의 관성으로부터 잠시 해방시켰다.

습관처럼 난 비지니스를 아내에게 맡겨버리고 호젓한 강가로 나와 낚시를 드리우고 앉아 있었었다. 아름다운 지구를 만끽하겠다는 명분과 함께 오늘은 더큰 녀석을 낚고 말겠다는 우격다짐 으로 무장한채..

첫 녀석을 낚았다. 37cm 정도의 어린 월아이 였다. 다행히 녀석은 hook을 삼키지 않았고 입 언저리에 살짝 걸쳐진 바늘은 내가 녀석을 고기 담는 bucket 에 넣음과 동시에 빠져나와 녀석의 고통이 최소화 되었다. 동시에 난 생각이 스쳤다. 녀석을 놓아 줘도 잘 살수 있겠구나..

두마리, 세마리, 네마리.. 더 크고 힘찬(적자생존 적으로 아름답게 더 오래 살아 남아야할) 녀석들을 낚고야 말테다! 

바람은 거센 폭풍을 느끼게도 하고 부드러운 순풍을 선사하기도 하며 날 순화 시켰다. 그 두어 시간 사이, 몇번의 입질을 받긴 했지만 두번째 녀석은 내게 오지 않았다.

내가 튼튼한 스테인리스 체인에 엮어 강 기슭에 묶어논 물고기는 그 사이 강물 속에서 내내 퍼덕이기도 하고 살랑거리며 몸을 흔들기도 하며, 또 얽매여 있음에 몸부림 치며  몸을 뒤집기도 하면서 그의 존재를 내게 계속해서 상기 시켰는데, 빠져나가기 불가능한 사슬에 묶인채 어떻하든 삶을 이어나 보겠다는 그 물고기의 본능에 재갈을 물린 나로서는 계속 불편한 심정일수 밖에 없었다. It wasn't fair at all and I did aware of it.. 그렇게 멀쩡히 살아있고, 살고 싶다며 발버둥 치는 녀석을 발아래 강 속에 두어 시간을 묶어두며 난 녀석과 친해지고야 말았다. 아니 친해지고 싶었다. 어느새 나타난 비버 녀석은 제 영역에 버티고 앉아있는 날 경계하기 보다는 호기심 가득한 몸짓과 눈짓으로 내 주변을 맴돌았다.

지구의 지질과 대기가 안정화 되면서 생명의 기원이 기적적 확률로 이루어고 그 원시 생명체들의 variation이 진화를 거듭하여 육상과 수중, 그리고 하늘을 터전으로 자리 잡아온 그 장구한 세월동안 그들은 먹이사슬 이라는 공평하고도 최적화된 고도의 시스템을 형성해 완성해 오고 있었다. 적어도 인간의 출현 이전까지는..

인간들에 의한 자연계  food chain의 교란과 왜곡, 그리고 황폐화는 너무나 명백하고 상식화되어 내가 부연할 필요가 전혀 없다.

난 오늘 내가 낚은 한마리의 물고기를 녀석이 사는 곳으로 돌려 보냈을 따름이다. 많은 낚시인들이 오래전 부터 그리 하고 있듯이. 하지만 그 사건(the event) 전과 후의 내 상태는 많이 달랐다. 녀석을 해방시켜줌으로써 너무 좋았다. 한 작은 생명을 되돌려 보냄으로 내가 얻은 뿌듯함과 평화로움은 의외로 매우 컸다. 먹이사슬 포식자로서의 생존을 유지하기 위함이 아닌 중독적 재미와 과시적 자기만족을 잠시 내려 놓음으로써 난 전혀 다른 개체와의 소통을 시작할수도 있겠다는 생각까지 하게된 것이다. 감사!


 Catch and releas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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