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peter shin Sep 02. 2020

아들과의 아쉬운 밤

a northern pike @ batka

8월의 마지막 날, 성급한 가을은 벌써 다. 유난히 짧은 가을은 이미 며칠 전 어느 곳에 서리를 내리게 했다. 디음주 월요일 최저기온은 0도! 어머니 자연이 하시는 일을 우리가 어찌 하겠는가. 기후 변화가 인간들이 자초한 것이든 아니든 태양의 혹성으로써의 지구는 그 유구한 lifecycle 의 한 구간을 지날 뿐이다.

아들 아이와 함께 한 몇주는 참 빨리도 지나 갔다. 내일이면 녀석은 혼자 사는 Toronto 로 돌아간다. 아비로써 가슴이 아프다. 가족이 한 곳에 모여 살면 좋으련만.

내게는 아직도 애기같은 아들이지만 녀석은 이십대 중반의 어엿한 장정이다.

자연를 좋아하고 카약과 바이킹, 캠핑을 즐기는 아들에게 캐나다는 더 이상일 수 없는 나라지만, 녀석은 한국의 아름다운 강과 그리 높지 않는 산, 그리고 온갖 곤충들이 가득한 숲 역시 사랑하는듯 하다. 녀석은 지금 키의 반만할 적인 유년기에 캐나다로 와 모든 청춘을 캐나다에서 보내고 있다. 나와 녀석의 캐나다는 많이 다를 것이다.

자작나무의 껍질은 아주 강하고, 질기며 기름이 많아 불쏘시개로 최고다. 그 풍부한 섬유질로 양질의 종이가 만들어 지기도 한다. 거대한 자작나무들이 낙뢰나 태풍으로 꺾여 쓰러져 몇년 정도 지나면 이렇게 껍질만 남고 내부는 모두 분해되어 땅으로 돌아간다. 이곳 트레일 주변 숲의 땅은 그런 나무들이 제 고향 땅으로 돌아가며 비옥하고 푹신 푹신한 카페트를 이룬다. 마침 좋은 크기의 속빈 자작나무 껍질을 발견한 아들은 바로 짊어지고 나섰다. 밤의 모닥불 피우기를 위해.

우리 아들이 카약을 타고 조용히 호수위를 미끌어가고 있을때 나는 낚싯대 끝과 그 위로 펼쳐진 가을 하늘, 그리고 그 창공을 지나는 새들을 바라 보고 있었다. 벌써 한번의 bite가 있었고 난 힘찬 파이크 한마리를 낚았다. 책 가져오는 걸 잊어버린 난 오롯이 낚시에만 몰두 했는데, 뜰채 역시 가져오질 않아 첫 파이크는 dock 으로 끌어 내지 못하고 끙끙거리는 사이, 몸부림이 힘찬 녀석은 제 힘으로 바늘을 풀고 호수로 사라졌다.

십여분 후 또 다른 녀석이 왔고 훨씬 큰 이 녀석은 제대로 잡아올렸다. 호수 한가운데 떠있던 아들을 소리를 쳐 불러내 이렇게 인증샷 까지. 워낙 힘이 좋은 녀석이라 난 무슨 쇠붙이 아령이라도 끌어내는듯 힘을 써야 했다.

녀석을 놓아 주기전 우린 녀석의 입에 재갈을 묶어 잠시 곁에 두었다.

오늘도 역시 해가 진다. 나이가 들수록 해가 짐이 빨라진다. 아들과 함께하는 즐거운 시간이 다하며  안타까운 심정이 되어 갈수록 시간은 더 빨리 흘러 사라진다. 다행스러운 것은 이 추억이 앞으로 오랜동안 보상으로 남을것이라는 것.

아들이 있는 동안 바트카 호수로 와 장작을 지펴 모닥불을 피워 밤 늦도록 이곳의 정취는 즐기는 일은 우리 부자에게 거의 daily routine 이 되어 버렸다.

오늘의 모닥불은 절실했다. 불이 타는 그윽한 분위기 보다 날씨가 쌀쌀해져 열기가 마구 필요했던 것.

자작나무 껍질을 요리 조리 집어 넣어 아들은 이내 뜨끈한 모닥불을 완성했고 우리는 느긋하게 장작을 넣어 갔다.

아들이 좋아하는 음악을 들으며 우린 그렇게 밤 늦도록 모닥불을 지폈다.

Before we left for home we released the monster back to the arms of Mother Nature.

 

우리 가족. 정말 오랜만에 모두가 함께 모였다.

매거진의 이전글 호수에 비친 달은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