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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Peter Shin Toronto Mar 25. 2021

맛의 기억

soul food@the legendary place

Oh, so delicious. That thought always echoed in my mind whenever I sat down to eat there. During my days working in Yeouido, I often made a point of going alone to this little place at the Gongdeok intersection, where they served a piping hot bowl of sundaegukbap (Korean blood sausage soup). It was my secret escape, a place where I could indulge in something truly comforting. Despite feeling a bit guilty for taking up a table by myself in such a busy spot, the staff always welcomed me with warm smiles. They never made me feel awkward; in fact, they seemed genuinely happy to see me every time. Thank you, I’d think to myself—your food was always incredible, and I savored every bite. I wonder if it’s still as good as I remember.

Looking back, I realize that this was more than just food—it was soul food, the kind that fills more than just your stomach. That little shop wasn’t fancy or modern by any stretch. It was old, cramped, and always bustling. Not exactly the kind of place you’d take a date, but with close friends, it couldn’t have been better. It had its own charm, a sense of authenticity that made every visit feel special.

I’ve tasted countless dishes in many countries, sampled gourmet meals and trendy bites, but most of them have faded from memory. Yet, the thought of eating jajangmyeon and tangsuyuk from a small neighborhood Chinese joint in Korea, or a hot bowl of sundaegukbap, makes me long for them all the more as the years pass. The memories of those extravagant or expensive meals from famous restaurants may have evaporated, but the taste of these humble, comforting dishes remains sharp in my mind. Along with those flavors come the vivid recollections of the places, the spaces, and, most of all, the friends who shared those moments with me. The passage of time has only made them clearer.

There's something magical about how those simple meals managed to leave a lasting impression, filling not just my belly but my spirit as well.


오.. 넘 맛있어. 속으론 언제나 감탄이 쏟아졌었다. 여의도 직장 시절, 일부러 혼자 찾아가 먹곤 하던 공덕동 사거리의 순대국밥이었다. 혼자 차지하는 테이블 때문에 미안해하는 날 오히려 더 유쾌하게 맞이해 주던 식당 분들이었다. 고마워요. 참 맛있게 먹곤 했답니다. 언제나 훌륭했던 음식, 아직도 맛볼 수 있을지.

돌이켜보면, 영혼의 음식 혹은 고향의 음식은 허기 이상의 훨씬 많은 것들을 채워주는 것이었다. 화려함이나 쾌적함과는 거리가 먼 아주 오래되고, 좁고, 붐비는 공간에서 접할 수 있었던 우리의 순대국은 여자 친구와는 불편할 수 있었지만 단짝 친구들과는 더 이상 좋을 수 없었다.

이곳은 아니지만 학창 시절 학교 앞 신촌 로터리 부근 골목의 순댓국집은 일주일에 몇 번씩 찾던 곳이었다. 어젯밤 카톡 대화 중에 절친 이승훈 박사가 그 기억을 내게 되살려 줬다. 우리 친구는 동궁이라는 상호도 아직 기억하고 있었고 두 분의 할머니들이 꾸려가는 곳이었다는 사실도 일깨워줬다. 친구의 그 말에 난 40년 전 그 순댓국밥집의 기억이 순식간에 떠올랐다.

두세 테이블의 작은 공간은 언제나 하얀 김으로 가득 차 있었고 무뚝뚝한 표정의 할머니들은 뜨끈하고 푸짐한 국밥으로 반가움을 대신하며 넉넉함과 푸근함을 나눠 주시곤 했다. 새우젓으로 적당히 간를 한후 한수저 떠 마실 때의 그 첫맛은 먹을 때마다 감탄을 자아냈고, 국물과 순대, 그리고 각종 고기가 섭취될 때 우리의 몸 역시 환호성을 지르며 받아들였다.

많은 나라에서 다양한 음식을 접해 봤지만 다시 먹고 싶어 떠오르는 음식은 거의 없다. 하지만 한국의 동네 중국집 짜장면과 탕수육, 그리고 순대국밥은 나이가 들수록 더욱 간절해진다. 화려한 음식, 값비싼 음식, 그리고 소문난 음식점에서 먹었던 그 많은 음식들에 대한 기억은 이미 휘발되어 사라졌지만, 우리 영혼의 음식들에 대한 맛의 기억, 공간의 기억, 그리고 함께 했던 친구들에 대한 기억들은 세월과 함께 더욱 또렷해진다.

내가 사는 이곳에서의 소울 푸드라고 하면 북미의 대표적 패스트푸드인 버거가 단연 일등이다. 그리곤 치킨 누들 수프나 피자 정도, 아님 캐나다 only, 푸틴(poutine)이라는 감자튀김에 치즈를 얹고 그레이비를 뿌린 것이 있다. 아니 어떻게 고작 버거가 soul food?? 그렇다, 그래서 버거 하우스를 열면 거의 불패다.  사실 캐나다에 사는 각 민족들마다 고유의 고국 음식들이 있긴 하나 공통적으로 버거가 압도적이다.

맛의 천국 한반도의 상공엔 얼마나 많은 맛의 기억이 떠돌고 있을까..


곧 다시 먹고 말 테다. 친구와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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