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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Peter Shin Toronto May 04. 2017

파우와우 축제 그리고 현실

life @ the Prairie

벌써 오년간 매년 인근의 인디언 reserve에서 개최되는 파우와우(pow wow, powow) 축제를 봐온다. 오래전 백인들에 의해 이들의 문화는 거의 말살되어 버릴뻔 했지만 인본주의적 정책과 화해정책에 따라 원주민들에 대한 보상과 함께 이들 전통과 문화, 언어 교육등에 대한 정부차원의 전반적 지원이 이루어져 오고 있지만 아직 이들의 앞날은 전혀 밝지 못하다. 나도 이러한 캐나다의 어두운 역사적 사실을 처음 알았을때 크게 놀랐었다. 세계에서 가장 앞선 포용정책을 구사하며 가장 다양한 인종과 민족이 어우러져 살아가는 캐나다에서 정작 원주민에 대한 그러한 극단적 차별 정책이 시행되었었다니..

내 호텔의 레스토랑이나 liquor store 의 고객으로 알게된 많은 원주민 친구들을 지금껏 지켜봐 오고 있다.  원주민이나 백인, 혹은 나같은 아시아 출신 이민자들이나 그 교육수준이나 개인의 성숙도에 따라 인품이나 행동거지가 매우 다르기 때문에 부족이나 민족, 출신국등에 따르는 지나친 일반화는 맞지 않다. 하지만 통계적으로 원주민의 고등교육 이수 현황은 캐나다 내의 여타 인종, 민족등에 비해 여실히 낮은게 현실이고 다음 세대에 대한 교육열이나 자존감 역시 매우 낮다. 자살율 역시 압도적으로 높다. 간혹 건강한 정신으로 열심히 일하는 친구들은 다들 큰 도시로 떠나 더 나은 직업을 갖거나 고등 교육을 추구하지만 이들이 다시 제 고향으로 돌아와 부족을 이끄는 리더가 되거나 공동체의 발전을 도모해 가는 롤 모델로 성장해가질 않는다. 불행한 현실이다.

언젠가 한 원주민 친구가 내게 진지하게 물었었다. 너희는 어떻게 그렇게 잘 사냐고.. 그가 내 가족을 보며 그렇게 물은건지 한국이란 나라에 대해 물은건지 분명하지 않지만 난 간단히 대답했었다. 다음 세대에 대한 교육에 열중한 때문이라고. 이곳 캐나다에서도 여느 나라에서처럼 교육을 통해 사회의 주류에 편입되는 것이 당연한 과정이지만 원주민의 경우 '백인에 의해 강제된 교육 체제' 라는 씻기 힘든 역사적 트라우마가 크게 자리잡고 있기에 '교육을 통한 발전' 이라는 일반적 명제를 받아들이기 불가능한 경우가 많다. 일제 강점기 한국에서의 내선일체의 교육보다 훨씬 더 강압적이고 잔인했던 소위 백인화 교육이 불과 사오십년전까지 캐나다 정부에 의해 자행되었기 때문이다. 이들에겐 참 슬픈 현실이다. 오로지 다음 세대에 대한 교육 말고는 다른 발전의 방법이나 여지가 전혀 없음에도 그 교육체제에 대한 역사적 거부감은 계속해서 유지되어오고 있다.

한국의 무형 문화재 만큼이나 이들의 전통춤인 파우와우 댄서 역시 어릴적부터 시니어 댄서들에게서 춤을 전수 받는다. 인디언 춤을 위한 전통복장 역시 해당 복식 장인들에 의해서만 제작되는데 모든 부속품들이 authentic 한 만큼 수만불에 달한다.

이 천사같은 아이는 날듯이 춤을 췄다..

전사들의 군무인것 같은 춤을 추는 젊은 원주민 댄서의 표정에선 비장함 보다는 한서린 슬픔이 보였다.

이들의 색채는 도시의 네온 불빛들보다 더 휘황하고 강렬했다.

인디언들의 티피 끝에선 빵굽고 고기 굽는 연기 모락 모락 피어 오르며 정겨운 냄새는 부족이 모여 사는 초원 가득히 퍼져갔을 것이고 먹성 좋은 배 곺은 곰, 언제나 뭘 먹고 싶은 팀버 울프, 그리고 그저 심심한 무스 들이 부락 주변을 어슬렁 거렸을 것이다. 뾰족히 열어 젖힌 티피(Teepee) 천장을 통해 가족들은 달빛을 바라보며, 별빛을 바라보며, 또 지평선 이끝에서 저끝까지 흘러가는 은하수를 바라보며 아버지의 아버지, 또 그 아버지의 아버지 이야기들을 이어갔을지 모를텐데.. 하지만, 이젠 우화속에서만, 역사 속에서만, 그리고 이러한 이들만의 축제 속에서만 어렴풋이 그 모습을 그려볼 수 있을 뿐이다.

이곳 타운의 후미진 건물 벽면에도 Our time will come.. 이라는 낙서가 써 있기는 하지만 공허하기만 하다. 제대로 교육을 받고 제도권으로 편입되기 보다는 그저 부락 형태의 Reserve 마을에서 자신들의 인생을 소모하는 인디언 젊은이들이 태반이다. 국가 형태를 갖추지 못하고, 아직도 부락형태의 추장제로 유지되는 이들의 관습이 현대 국가 체제 아래서의 경쟁력을 도저히 따라갈 수 없는 듯 하다. 아무런 침략자 없이 부락형태로 모두가 친인척인 형태로 평화롭고 한가하게 수천년을 살아왔던 이들의 삶의 형태가 아련하게 다가온다.

완전한 늑대 가죽을 뒤집어쓴 파우와우 워리어.. 깃털은 주로 매나 독수리의 깃털을 사용한다.

축제에서나마 유지되어 오고 있는 이들의 아름다운 공동체 문화와 전통을 접할수 있는건 내개 아주 행운이다.

부족을 위한 전투에 치르기전의 무사의 얼굴은 적으로 하여금 공포를 느끼게끔 분장되는데, 해당 부족의 상징인 늑대나 곰 혹은 독수리등을 형상화한 패턴들이다.


축제가끝나면 그들은 그리 나아질것 같지 않아 보이는 현실로 돌아온다. 언제나 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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