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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peter shin Jul 24. 2016

올드 퀘벡의 창문들

@old quebec city.quebec

창문은 집의 영혼이다. Windows are the soul of a house. 프로방스를 여행하며 사진집을 발간했던 뉴욕의 어느 사진 작가 부부가 한 말이다. 창문을 좋아하던 내게 이말은 너무나 적절한 한마디였다. 창틀은 신형 알루미늄 섀시로 튼튼한지, 이중 창문에 겹유리인지, 통유리인지, 도무지 집의 영혼이라고 생각되기엔 너무나 기능적 요구사항에만 매달려 왔던 한국에서의 아파트 창문들, 또 이곳 캐나다 고층 콘도들에서의 창문들.. 독립주택의 경험이라곤 부친의 관사와 어렸을 적의 양옥집이 전부였고 결혼을 하고 부터 지금까지 한국에서나, 캐나다에서나 계속되어 왔던 아파트나 콘도 생활에서는 창문이 내 집의 영혼일 수 없었다. 영혼이 없는 집에서 살아왔다가 보다는 집이 살아있다는 생각조차 해오고 있지 않았다는게 옳겠다. 결혼 초엔 그저 몸 누일 공간이면 족했고, 이후엔 회사로의 접근성을 생각했었고, 아이들이 자라나는 이후론 학군을 생각했었고, 뭐 가끔 투자가치를 생각하기도 했다. 어쨌든 내가 살던 집이라는 공간은 살아있을 틈이 없었던 게다.

캐나다라는 연방국가가 탄생하기 훨씬 전 북아메리카로 건너온 프랑스 정착민들은 이곳 퀘벡에서 아름다운 성곽도시를 건설한다. 그리고 사백여년이 흐른 지금까지 그들의 언어와 생활양식, 그리고 창문이 아름다운 건물과 집들을 지키며 살고 있다.

퀘벡시티에 눈부신 아침햇살이 내려 쪼이면서 경사면 지붕에 위치한 돌출 창문들은 반짝 반짝 그 영혼이 깨어나며 건물에 숨을 불어 넣는다.

거센 비바람과 눈폭풍등, 이곳의 혹독한 기후는 창문들에게 튼튼한 목재 덧문을 필요하게 했는데 그 기능적 요구와 함께 미적 감각이 더욱 돋보이기도 한다.

퀘벡의 주의사당 건물의 창문마다에는 건국 위인들의 동상들이 함께하고.

밝은 프랜치 블루의 창틀과 검은 나무 덧문, 그리고 거친 돌벽이 어울려 그 자체가 미술 작품 같기도 하다.


au revoir les fenetr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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