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photo odyssey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peter shin Jan 31. 2021

하버프론트 산책

Queen's quay to Ontario place.Toronto

캐나다는 산책의 천국 이기도 하다. 산책은 동네 파크 주변을 따라 도는 소박함에서 시작해 1년 정도가 걸리는 대륙 횡단의 트래일로 이어지기도 한다. 사람들은 걷는 산책을 비롯해 카누 트래일, 긴긴 겨울의 snow shoeing, 크로스 컨트리 스키잉, 스노모빌 트래일 등의 다양한 형태의 산책을 즐기며 살아간다

토론토에는 수많은 산책길이 있는데 그중에 온타리오 호수 부둣가를 따라 걷는 하버프론트(Harborfront) 산책길이 난 참 좋았다. 한시간 정도의 꽤 긴 산책길인데 풍광에 따라, 요트들 구경하느라, 물새들 노는거 보느라, 또 나같은 산책객들 바라 보느라 두세시간을 훌쩍 넘기기도 한다. 혼자 걷는 산책은 주로 사색과 함께 하지만 이런 찬란한 계절의 산책은 삶에 감사하고 찬미하는 흥분감에 들뜨게 한다.

산책은 레이크 뷰를 가진 즐비한 럭셔리 콘도 (수영장, 헬스센터(gym), 사우나, 로비 서비스, 보안 서비스 등의 호텔급 시설과 중앙 운영 관리가 제공되는 고급 아파트를 캐나다에서는 콘도라 부름) 바로 앞 유람선 부둣가에서 시작된다.

세계 각지에서 온 관광객들로 나름 붐비는 유람선 부두를 벗어나면 온타리오 호수를 따라 형성된 기나 긴 산책길로 접어들게 되고 토론토 시민들만이 간혹 보이는 한적한 산책로로 이어진다.

랜드마크 CN Tower의 늘씬한 자태를 배경으로한 하버프론트의 여유로운 마리나의 전경은 마음을 느긋하게 하며 기지개라도 펴고 싶게 만든다.

자그마한 토론토 아일랜드에 조성된 Toronto City Airport 에서 뜨고 내리는 중소형 여객기들과 중첩되어 보이는 요트들의 모습은 비현실적 아름다움을 선사하기도 한다.

지중해의 프렌치 리비에라 쯤에서나 볼수 있을것 같은 레지던스와 그 앞에 정갈하게 늘어선 요트들은 기분을 상쾌하게 한다.

비행기와 요트는 블랙 앤 화이트 패션으로 교감하기도 하고.

늘어선 요트들의 마스트들은 절대 수직과 함께 멋진 propotion 으로 내 앵글을 채워준다.

하버 프론트 주위를 도는 범선은 세계 각지에서온 관광객들을 태우고 천천히 떠다니고 있다. 캐나다는 1,2차 세계 대전과 한국전을 비롯해 지금껏 거의 모든 전쟁에서 서방 연합군의 일원으로 참전해 오고 있기는 하지만 건국 초기 영불미 간의 소규모 전투 말고는 자국에서의 전쟁은 전혀 경험해 보지 않았다. 또한 세계에서 두번째로 너른 땅덩어리에 인구는 고작 삼천수백만 밖에 안되어 이러한 한가로움과 평화로움은 캐나다의 전형적인 풍경일수 밖에 없는듯 하다.

마침 아이들의 하교 시간이라 늘어선 스쿨버스로 향하는 아이들의 발걸음이 즐겁다.

이 멋진 가마우지들은 거대한 온타리오 호수의 건강한 생태계 속에서 자유로움을  만끽하며 살아간다.

늠름한 녀석들이다.

토론토는 캐나다에서 가장 큰 도시지만 도시 특유의 시끌벅적함 (hustle and bustle of the big city) 이 없다. 고작 Tronto Blue Jays 의 경기가 펼쳐지는 Rogers stadium 이나 하키 경기장, 아님 여름의 다양한 음악 축제나 음식 축제가 아니고선 일상의 토론토는 한가하고 여유롭기만 하다.

토론토의 다운타운도 이렇게 한가한데 캐나다의 다른 도시들은 얼마나 더 조용하겠는가. 그래서 사실 도시의 소란스러운 역동성이 간혹 그립다. 그런데 서울, 홍콩, 토쿄 등지 에서 어깨를 부딪히며  인파속을 걷는 일이 백신으로 코로나 상황이 호전되더라도 옛날처럼 가능할까. 적어도 최소 2년간은 지속될 이 상황에 인류는 이미 많이 적응해 오면서 사회적, 일상적 생활 양태의 new norm 이 빠르게 정착되고 있는 이 마당에..

Btw, 하버프론트엔 다양한 종류의 레져 보트를 위한 마리나들이 배들의 특성에 따라 잘 갖추어져 있다.

수많은 보트들은 boat rental 비지니스의 소유인 것도 많지만 개인 소유도 많다. 어느 나라나 마찬가지지만 잘사는 이들은 참 잘산다.

좌간 요트와 모터 보트를 비롯해 카누와 카약, 그리고 대형 여객선과 관광 유람선들을 긴긴 하버프론트 산책 내내 만날수 있다.

시다 나무로 전통적 방법으로 만들어진 인디언들의  대형 카누 역시 이곳에서 볼수 있고 친구들이 많을 경우 대여해서 노를 저어보면 되는데 극기 훈련 수준의 의지가 필요하다. ㅎ

멋지게 조성된 거리 전시 공간도 한가롭기만 하다.

토론토는 인도를 걸어 다니는 사람들이 생각보다 훨씬 적다. 아침 저녁 출퇴근 시간에는 이곳도 교통정체로 몸살을 앓지만 주변에 즐비한 고층 콘도와 아파트들이 있음에도 걸어서 지나는 사람들은 많지 않다. 도시 전차인 트램도 언제나 좌석에 앉아 갈수 있다.

산책길 곳곳에 형성되어 있는 수준 높은 식물원 급의 플라워 가든도 전혀 붐비지 않는다.

마치 개인 소유의 정원을 거니는듯 하다.

얼마나 자연스럽고 아름답게 가꾸어 놓고 유지 하는지, 토론토 시에 내는 세금이 아까울수 없다.

시에서 관리하는 정원들이 다정스럽고 자연스러운 것은 흔히 보는 야생풀 종류들을 최대한 살려 조성한다는 것이다.

언뜻 보기엔 가꿔지지 않은 야산의 풍경 같지만 사실은 이런 야생초들의 특성을 살려 화초들과 잘 어울리게 만들어 놓는 것이 정원사들의 철학인듯해 기분이 좋아진다.  너무나 인공적이고 화려하기만 한 도시 정원에 식상해진 입장에선 더욱 그렇다.


I love Toronto.



매거진의 이전글 우연히 만난 레오파드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