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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peter shin Jul 28. 2021

Emerald Lake

@Yoho National Park.BC

브리티시 컬럼비아(BC) 요호 국립공원의 아름다운 호수 에메랄드 레이크로 진입하는 산길에서 갑자기 앞차들이 비상등을 껌벅거리며 서행했다. 앗, 동물이 나타났구나. 캐나다에서 비상등을 켠 차가 등장한다면 십중팔구 야생 동물이 나타났다는 신호인 거다.

그리고 바로 나타난 흑곰. 엄마 곰 말 안 듣고 제멋대로 돌아다니던  중2 곰 녀석이 분명했다. 녀석은 우리와 눈까지 차례차례 맞추면서 찻길 주변 덤불을 어슬렁거렸다. 아이고 이쁜 것!

BC 주의 울창한 국립공원과 삼림지대 곳곳에서 발생해 아직껏 타고 있는 산불로 이곳 주는 물론 인근 앨버타와 사스카추완 주까지 연기가 안개처럼 자욱한 곳이 많다. 3년 전 가을에 봤던 눈이 시릴 정도로 깨끗하고 맑았던 호숫빛과 하늘빛이 우윳빛으로 변해 있었지만 나름 몽환적인 misty 분위기가 색다른 미적 감흥을 불러일으켰다.

3,000m가 넘는 거대한 산의 빙하가 흘러내리는 냇가의 물은 너무 차가워 30초 정도의 탁족도 힘들었다. 물맛은 에비앙 보다 100배 정도 맛있었고.

옥빛 호수에서 물수제비를 뜨는 아들의 모습은 녀석의 꼬맹이 시절을 떠올리게 했다.

우리 네 가족 모두 모여 여행한 것이 정말 얼마만인지. 감사할 뿐이다.


C u @ the next lak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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