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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peter shin Dec 19. 2021

at the church

one evening @ 명동성당

훤칠한 키에 길게 늘어뜨린 금발, 멋진 용모와 해맑은 미소를 가진 예수의 이미지는 이제 불거진 광대뼈에 굳게 다문 입술, 완고하게 큰 코, 고단함으로 주름지고 늘어진 피부와 체념한듯한 무표정의 모습으로 재구성 되었다(장동호 작: 사형선고 받으심). 그의 모습에 대한 우리들의 스테레오타입적 환상을 산산히 조각내며 적나라한 모습으로 재현된 예수님 상에 난 감동을 받았다. 우리 시대 우리 모습 그대로가 아닌가. 허긴 예수 이전과 이후 지금껏 어느 시절에도 예수의 이미지와 같은 평화로운 시절이 있기나 했던가. 인간들의 투쟁 과정은 그저 악다구니 속 정반합의 연속 일뿐이다. 끊을수 없이 쌓여만 가는 카르마의 이어짐, 끊이지 않는 범죄와 속죄의 연속일 뿐이다. 면류관과 가슴에 박힌 대못은 부와 한가로움, 그리고 속물적임을 한껏 과시하는 골프의 tee 와 어찌도 그리 똑같이 생겼는지..

명동성당 주변 밤하늘엔 드론들이 가득 떠 있었다.  

보이지도 않는 미세먼지, 초미세먼지의 카페트가 밤하늘에 자욱히 깔려 우리의 드론들만이 별빛을 대신하며 우리 시대의 동화를 쓴다. 이들이 인간들을 대신해 써나갈 잔혹한 전쟁 동화가 벌써 떠오르는건 어쩔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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