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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peter shin Apr 11. 2024

at the bar

Noonan's @ Danforth Street

토요일 네시 반에 시작하는 아일랜드 전통 음악 연주회는 연주자들 간의 자유분방한 케미도 좋고, 앰프를 쓰지 않아 각 악기들이 내는 소리들을 제대로 들어보는 즐거움도 있다.

오늘 토요일은 날씨가 너무 좋아 펍에는 사람들이 별로 없었다. 캐나다만 해도 날씨가 좋으면 금요일부터 시내가 한산해진다. 다들 교외로 나들이를 떠나다 보니. 보통 꽉 찬 사람들의 말소리와 웃음소리 등으로 가냘픈 바이올린 소리가 묻혀버려 아쉬울 때가 많았는데 오늘은 바로 앞자리에서 구성 악기들의 소리를 오롯이 즐길 수 있었다.

가족들의 사랑을 듬뿍 받으며 살아가는 우리 집 고양이 싸미는 유리창 밖의 세상을 바라보는 걸 좋아한다. 호기심 가득한, 또 긴장된 진지함으로 바라보는 인간들의 바깥세상은 냐옹이들에겐 넷플릭스 드라마와 다를 게 없다고 한다. 기네스 한두 잔과 함께 하며 내 앞에 펼쳐지는 이 마이크로 월드 역시 내겐 싸미가 바라보는 바깥세상 일 것 같다. 이들을 그저 바라보며, 혹은 small talk이라도 나누며 느껴지는 것들로 인해 내게서 trigger 되어지는 많은 기억들, 생각들, 그리고 그속에 등장하는 사람들은 어떨 땐 short film처럼 흘러가기도 하고, 또 어떨 땐 사유에 잠기게 하는 좋은 거리가 되게 한다. 내가 그만큼 오래 살고 있다는 방증이다. 웬만한 것들에는 그에 연관되는 나만의 경험적 기억들이 줄줄이 엮여 나올 수 있는 정도로 기억의 sampling space가 크게 형성되어 왔으니 난 도대체 얼마나 오래 살고 있는가..

문제는 그래서 기분이 고양될 경우 맥주 잔수가 너무 늘어난다는 사실. Hey James, one more Guinness, please!!

어쨌든 나만의 원더랜드로 빠져들 수도 있는 rabbit hole의 입구인 이곳 Noonan의 문을 열어젖히며 들어선다는 행위는 언제나 즐겁고 설렌다.

거구의 할배가 연주하는 백 파이프의 원형같은 악기는 첨 보는 것이었다. 얼마나 진지하게 연주하던지. 나중에 구글링을 해보니 Uilleann Pipes 란 이름의 백 파이프였다.


A clip of Irish music with some step dance for your fun.



Bye for no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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