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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peter shin Apr 15. 2024

세월은 이렇게

쉽게 오가는데 @ Notre Place

이번 봄엔 봄꽃들이 유난히 보고 싶어 졌었다.

봄이 오는가 싶더니 여름이 지나고 가을을 넘어 눈발이 날리는 계절로 치닫던 세월이 너무 빨랐던 탓일까. 이번 봄엔 봄꽃 하나하나씩 찬찬히 들여다보고 싶었다.

Notre Place.. 우리들의 장소 설치물 앞면의 백합(French lily : fleur-de-lis) 무늬의 뒷면은 완연한 봄의 색상이었다.

이 쿨한 프렌치 조형물을 난 앞으로만 지나다니느라 뒷면이 이렇게 밝고 아름다운 다운 색상을 지녔으리라 전혀 상상하지 못했다.

내가 이제껏 살아오면서 이면을 바라보지 못하거나 읽어내지 못하고 내가 바라보는 각도로서만 성급하게 판단하거나 정의 내려버렸을 일들이 얼마나 많았을까.

토대의 너른 잔디 운동장 둘레에 심어진 벚나무에 벚꽃이 가득 피었다.

King's College로 명명된 채 1827년에 건립된 토론토 대학은 이제 200년의 명성을 이어가며 고색창연한 캠퍼스의 연륜이 깊어가지만 이 멋진 건물들 속에는 항상 젊은 피가 흘렀겠다.

200년 전이나 지금이나 스무 살 전후의 끓는 피, 열정 가득한 순수한 피들이 철학과 문학을 논하고, 정치와 경제를 토론하며, 신학에 심취하며 , 의학에 몰두하기도 하면서 과학과 기술을 배우고 익혔을 광경을 떠올리면 언제나 가슴이 뭉클해진다.

캐나다의 소박한 꽃밭이 좋다. 언뜻 어설퍼 보이고 마구잡이로 풀들이 돋아나게 방치한 듯 전혀 가꾸지 않아 보이지만 사실은 인위적 배합이나 배열을 최소화한 자연적 가든을 지향하는 듯해서다. 

졸업한 동문들을 대상으로 한 기금모금 행사의 단위가 10억 불, 한화로 조 단위를 넘어서는 캐나다 최대 규모의 최고의 대학이지만 각 단과대학 건물들 앞 잔디밭이나 꽃밭들은 내가 오늘 대하는 이러한 소박함을 넘지 않는다.


Cia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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