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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peter shin Apr 29. 2016

움베르토 에코를 기리며

죽음예찬..

내가 인공지능 관련 프로젝트를 할적만 해도 우린 인간이 왜 나이가 들어가는 지를 몰랐었다. aging, 즉 '나이 들어감' 에 관련된 단서를 찾기 힘들어 죽음은 성역으로 남아 있었고, 내세 신앙의 종교가 여전히 무한한 힘을 발휘하고 있었던 때였다. 그리고 인간의 죽음은 움베르토 에코에게도 비켜가지 않았기에 2016년 우리의 석학은 세상을 떠날 수 밖에 없었다. 하지만 내가 연구를 시작하던 당시로 부터 불과 30 여년이 채 지나지 않은 지금, 우리는 이미 aging 에 관한 생리학적 미케니즘을 규명해 가고 있으며, 생쥐를 회춘시켰고 이미 몇몇 부자들의 얼굴은 수십년을 거슬러 젊어지고 있다. 구글의 인공지능 프로젝트 수장으로 영입되었던 아무개 석학은 2030년 경 쯤에는 인간이 죽지 않을 수 있는 시대로 진입할 것이라는 성급한 예견을 하면서 우릴 놀라게 하기도 했다. 인류의 진화는 신을 닮아가는 지속적인 과정이고, 죽지 않을 수 있음은 그 생물학적 진화의 완성 중 하나일 것이라는 멋진 혹은 섬뜩한 코멘트와 함께.
인류에게 죽지 않음, immortality,  죽음의 사라짐이 의미하는 것은 무엇일까. 500년이 넘게 살 수 있다는 거북이나, 수천년을 살아가는 은행 나무등에게 느껴지는 포스나 경외감이 1000년을 넘게 살아갈수도 있을지 모르는 인간들에게서도 느껴질 수 있을까. 지구 생태계의 최정점을 차지하고 있는 인간의 개체수는 어떻게 통제될 수 있을까. 인간의 mortality 에 근거했던 그 모든 종교적, 도덕적, 철학적 가치 체계의 파라다임은 어떠한 혁명적 변화를 맞이할까. 죽지 않을 수 있는 immortality therapy 는 극소수 엘리뜨들과 super rich 들에게만 가능할것인가. what if 의 질문은 끝없이 이어진다.
캐나다에 와서 아들녀석의 안내로 처음 가본 책방이 Chapters 란 곳이었고 그곳에서 구입한 책이 움베르또 에코의 다섯번째 소설이자 마지막 소설인 The Mysterious Flame of Queen Loana 이다. 사실 그 작은 폰트의 이상한 제목보다 UMBERTO ECHO라고 커다랗게 쓰여진 그의 이름을 보고 두번 생각않고 집어들었었다.

혼수상태에서 깨어난 밀라노의 고 희귀본 서적상 주인 얌보 보도니는 부분 기억 상실증에 걸리는데 자신이 누군지, 자신의 가족과 친지들이 누구고 어떠한 사람들인지에 대한 기억은 모두 잃어버린 상태가 된다. 그러나 주로 서적을 읽거나 자료등을 통해 객관적으로 습득하게 된 사실들에 대한 기억들, 즉 그가 직접 체험하지 않은 기억들은 너무나 또렷하게 남아있게 된다. 그는 그가 기억하고 있는 서적의 내용, 어렸을 적의 만화, 신문, 광고, TV의 화면과 등의 기억들을 계속 더듬어 가면서 조금씩 자신의 주변과 자신을 찾게 되면서 마지막으로 자기가 누구였던가를 알게 되는데.. 그와 동시에 그는 세상을 하직하게 된다는 이야기다.
에코가 그의 유명세를 타고 마치 헐리웃의  들 처럼 오버 한다는 말들도 있었지만 그의 천재성과 해박한 지식, 그리고 바늘로 찔러도 잘 들어가지 않을 것 같은 치밀한 스토리의 전개 등 그의 작가로서의 명성은 전혀 손상되지  않았었다. 철학자이면서 기호학자이자 중세전문가 그리고 문학평론가이자 소설가였던 그는 이태리 볼로냐 대학의 기호학과 교수로 있었다. 이 소설을 마지막으로 신작 소설을 내 놓고 있지 않고 있어 혹시 에코의 마지막 소설이 아니냐는 궁금증을 불러 일으켰고 결국 그가 유명을 달리함으로써 더 이상 그의 소설을 접할 기회는 사라지게 되었다.
에코의 소설을 읽으며 난 한때 뇌생리학과 인지 심리학등을 공부하며 즐거워 했던 시절이 떠올랐다. 결혼도 하기 전 KAIST 연구원 시절, 난 88 올림픽 전산시스템의 개발과 운영을 마친 후 국책 과제로 인공지능 프로젝트를 줄곳 하게 된다. 연구소 팀원들과의 즐거웠던 추억과 함께 난 당시 우리나라 인공지능의 대가인 KAIST의 김박사의 인공지능연구실의 석박사 과정 학생들과 함께한 여러 프로젝트 활동들도 즐거운 억으로 남아 있다. 당시 막 태동되면서 각광을 받기 시작했던 인지심리학 (Cognitive Psychology) 비롯하여 인간 뇌의 처리 방식을 모델로 한 다중병렬분산처리(Parallel Distributed Processing) 및 기계학습(Machine Learning), 기계시각(Machine Vision) 등을 공부하는 즐거움이 컸었다. 이화여대 대학원 등에서 개최되던 인지심리학 관련 모임에는 여러 학계에서 뛰고 있는 학자들과 연구원들이 모였었다. 심리학과 수학, 언어학은 물론이고 철학, 뇌생리학, 패턴 인식등의 소프트 전자공학, 그리고 컴퓨터 모델링 및 시뮬레이션을 통해 인공지능 알고리듬을 구현해 가는 우리 컴퓨터공학 부문 등이었다. 당근 신날 수 밖에 없었는데, 이들 중 뇌생리학자들은 방금 죽은 사람들 뇌를 분석하여 새로운 뇌신경 전달물질 (neuro-transmitter)를 찾아내려 힘쓰고 있었는데 점점 시신 구하기가 비싸지고 힘들어 진다며 어려움을 토로했고, 심리학계 역시 많은 시간과 비용을 들여 직접적인 실험을 거쳐 증명을 해야 하는 만만치 않은 분야 였는데 수학이나 컴퓨터 사이언스 쪽에서는 뭐가 됐던 성능 좋은 기계에 잔뜩 일을 시켜 놓고 원하는 결과가 아니면 수월하게 여러 constraints 등을 조정해 몇번이고 밤새 기계가 일을 하게 하면 되는 것이었다. 죽었거나 살았거나 인간을 직접 상대해야 하는 리스크를 전혀 동반하지 않아도 되는 소위 clean한 분야였다.

다시 책 이야기로 돌아오면..
소설의 주인공 얌보는 그가 읽었던 모든 책의 플롯은 물론 그가 읽었던 모든 싯구절까지 모조리 기억이 나지만그의 이름이 무엇이었지도 모르고, 그의 와이프와 딸의 얼굴까지 기억해 내지 못한다. 그는 그의 기억을 되살려 내기 위해 그가 자라났던 생가를 방문해 당시와 관련된 물건들과 문건들을 하나 하나 더듬어 가는데 그것들은 당시의 신문, 레코드 판, 사진 앨범 드리고 얌보의 사춘기 시절 일기 등잘 알려져 있는 바와 같이 우리의 뇌에 저장된 지식이나 기억들은 수억개의 소자로 구성된 뇌세포 neuron 들의 서로 간의 연결성(inter-connectivity)에 의해 유지된다. 즉 뉴런 단위 하나 하나가 그러한 지식의 단편을 가지고 있는 것이 아닌 뇌세포들이 다른 뇌세포들과 연결되어 있는 상태, 단단히 연결되거나 느슨하게 연결되거나의 조합으로 지식이 저장되고, 강화되고, 갱신되는 것이다. 그러한 연결 상태가 끊어지기 시작하면서 기억이 잘 나지 않거나 단편적이 되어가고, 엉뚱한 연결성의 작동으로 비 정상적 행동이 보이기 시작한다면 얼추 노화에 의한 치매로 접어드는 것이 되겠다. 좌간, 그러한 수많은 뇌세포의 연결속에 지식이 저장되어지는 메카니즘을 모델화 하여 인공지능 분야 중 문자인식(Character Recognition) 부문에 잘 응용된 모델이 Neural Network이 된다. 이 Neural Network, 신경망 모델을 베이스로 한글과 한자 인식 프로젝트를 한 적이 있었는데 결과가 그리 좋지 안았지만, 한가지 좋았던 것은 한자 중에서 획(stroke)이 많은 복잡한 한자의 경우 한 두 획이 뭉그러지거나 끊어진 상태의 이미지 데이타라도 다른 많은 획들의 상호 작용등을 통해 문제 없이 인식되는(recognize)되는 경우가 많았다. 즉 알파벳과 같은 단순한 곡선과 직선의 조합을 가진 글자는 인식하기가 힘든 경우가 되는 것으로 원 데이타의 손실을 능동적으로 보정할 수 있는 인간의 경우와 유사한 점이 좋았다. 즉 사람은 글자 한자 한자를 인식할 때, 획이 몇개 인지, 그 획이 어떤 방향에서 어떻게 뻣어가는지 글자 한자의 모든 부분을 다 보고서야 알아보는 것이 아니다. 매우 짧은 시간안에 전체적 글자의 패턴을 보고는 어떤 글자인 줄 알아차리게 되는데 이때 앞 뒤의 문맥(context)에 따라 더 빠른 속도로 덜 실수를 하며 문자를 판독할 수 있는 능력이 있는 것이다. 한자 한자 떼어내 그 글자를 인식해야 했던 초기의 문자 인식은 자연어처리 (Natural Language Processing)라는 인공지능 분야가 발전해 오면서, 앞 뒤 문맥을 봐가며 또 글자가 아닌 단어와 문장을 인식해 가며, 처리하는 보다 높은 차원의 단계로 발전해 오고 있다.

우리의 주인공 얌보는 과거 당시에 접했던 자료들과 문건들 그리고 자신이 사랑했던 사람들에 대한 기억 즉 과거의 주변 문맥인 historical context를 파악해 가면서 자신이 잃어버린 기억의 일부를 되 찾으려 하고 있는 것이다. 사람의 뇌를 컴퓨터와 잠시 상식선에서 비교해 보면, 자료나 문서, 사진등을 저장하는 Hard Disk 나 USB 소자 같은 장기 기억 소자(longterm memory) 부문이 있고 잠시의 연산이나 최종 액션이나 기억을 위해 조회되고 사용되는 메인 메모리와 같은 단기 기억소자(short-term memory), 그리고 이러한 기억장치들을 관리 통제하고 실제 모터를 돌리고 카메라를 작동시키는 등의 구동장치들에 대한 실제 명령을 수행하는 CPU같이, 뇌는 뇌의 여러 부분들을 dedicatedly 나누어 각기 주어진 영역의 기능을 처리하게 한다. 즉 몸을 전체적으로 움직일 수 있게 하는 Motor System 부분을 비롯하여 컴퓨터에서의 수리 연산 장치나. 그래픽 처리를 하거나, 언어 처리를 위해 따로 배치된 특수한 연산칩들이 지원되듯이  우리의 뇌도 수리부분, 언어 부분 심지어 예술적 감성을 좌우하는 부문이 따로 따로 전속 배치되어 뇌를 구성하고 있다. 그래서 기계와 마찬가지로 뇌의 어느 부분이 질병이나 사고 등으로 손상이 되면, 다 멀쩡한데 말만 어눌하게 하던지, 말짱한 기억을 가지고 있으면 서도 셈을 할 수 있는 능력이 현저히 저하된다던지 하는 문제가 발생하게 된다. 아님 정신은 멀쩡한데도 근육을 움직이는 명령 센터 부분이 완전히 손상되어 식물인간이 되기도 한다.
우리의 주인공 얌보는 어떤 이유에선지 평생 가장 많이 조회되고 갱신되면서 longterm memory 부분 중에서도 가장 뇌세포 간의 연결성이 강화되어 왔던 부분, 즉 개인에 관련된 모든 기억을 잃게 된 것인데, 아마도 자기 부정 이나 혐오등의 자가 발전적 burnout 이거나, trauma나 사고등에 의해 부분 손상되는 종종 주변에서 그 경우를 접할 수 있는 경우였을 것이다. 그런데 에코가 초고가의 희귀 고서적을 취급하는 박식한 주인공 얌보를 통해 보여 주는 기억을 회복해 가는 과정은 지극히 개인적인 기억에서 부터 당시의 뭇솔리니 파시스트 체제하에서의 역사적 기억 및 전후의 미국 문화 유입에 따른 충격등 망라될 수 있는 최대한의 객관적 기억들이 얽혀지고 풀려짐을 반복해 가며, 하나의 상징이, 한 컷의 만화가, 한장의 선전 포스터가 어떻게 고구마 줄기 뽑아 올리듯 실제적 개인사의 깊은 기억들을 trigger 시켜 하나 하나 하나 건져 회복시키는 지를 보여주고 있다.
그런데 흥미로운 것은, 시간이라는 단 방향(forward only)의 축 상에서 어쩔 수 없이 세월을 보내야만 하는 인간의 삶의 입장에서 모호하게 혹은 이해할 수 없는 상태로 많은 사건들이 묻혀 있을 수 밖에 없었지만, 자기 자신에 대한 기억을 잃어 버림으로써 오히려 그러한 과거의 에피소드들이 발굴되고 되집어 진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러한 삶의 이야기들이 밝혀지는 과정을 통해 이해하기 힘들었던 지나간 삶의 궤적들이 이해되고, 연결되고, 또 총체적 삶의 한 부분으로써 편입, 종합 되어 간다는 것이다. 그리고 추억이라고 하는 지나간 시간이 주는 부드러운 축복 속으로 조용히 그리고 편안하게 정리되어 간다는 것이다. 주인공 얌보는 그러한 retrospective process 를 통하여 자신의 과거 기억 속들의 많은 등장인물과 상징들 그리고 역사적 사건들에 대해 용서을 구하기도 하고, 이해의 깊이를 더 하면서 보듬어 간다. 일생이라는 한 개인의 거대한 사건을 대상으로 스스로 객관적인 탐정이 되어 자신을 파헤쳐 정리해 간다는 설정은 일견 진부한 프레임 이지만 에코라는 천재에 의해 너무나 골치아플정도로 진지하고 심오하게 구성된다. 어쨓든, 움베르토 에코 다운 박학함, 해석과 분석의 예리함, 통찰력 그리고 종합적 통합 과정등은 참 역시 대단한 인간이구나 라는 생각을 다시금 절로 들게 한다. 이 책의 배경이 되는 시대상이나 주변 인물, 관련 서적과 자료 등등은 아마도 에코의 실제 어린시절, 청년 시절을 반영해 쓴 자전적 요소가 강한 소설인 것 같다.

죽음은 우리를 뒤돌아 보게하고 정리할 시간, 감사할 시간, 속죄할 시간, 그리고 용서할 시간도 허락한다. 죽음이 있어 종교도 융성했고, 인문학이 성행했으며, 철학이 도래했고, 미학과 문학이 탄생했고, 상상의 나래는 끝없이 펼쳐질수 있었다.


talk to you lat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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