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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peter shin Jul 15. 2016

電車를 기리며

a tribute to streetcars.toronto

캐나다에 도착해 토론토의 스카이 라인을 처음 대했을때의 첫 인상은 대도시 같지 않다는 소박스러움과 세계에서 두번째로 큰 나라 캐나다의 가장 큰 도시라는 타이틀에 걸맞지 않은 도시 규모의 아담함 이었다. 아마도 서울이나 홍콩, LA, 토쿄 혹은 뉴욕 등의 수퍼 매갈로시티등에만 익숙해져있던 내게 토론토라는 도시는 여간해선 길 잃어버리기 쉽지 않은, 그리고 도시의 어디에 서있건 토론토 CN 타워가 바로 바라다 보이는 그저 만만한 도시였다. 또한 그리 많다고 볼수 없는 인구 사오백만의 중소 도시쯤으로 여겨졌었다. 지금 살고 있는 주민 이천명이 채 안되는 손바닥만한 농경 타운으로 호텔업을 하기위해 옮겨오기 전 까지는..


하지만 이제와 생각해 보면 이 그리 크지 않은 토론토라는 도시에서 벌어졌던 수많은 문화행사, 전시회, 축제, 그리고 소담스럽지만 세계에서 가장 많은 민족과 인종들이 어울려 사는 모자이크 도시 곳곳에서 풍기던 삶의 풍미는 어느 코스모폴리탄 시티들에 비해 결코 덜 다양하거나 덜 다이나믹 하지 않았다. 토론토 시민으로 산 오년여간의 세월은 이제 많은 즐겁고 따뜻한 기억으로 남아 있는데, 언젠가 돌아가 다시 토론토의 일원이 될것이라는 재회의 설레임을 갖게해주는 곳이기도 하다. 토론토 생활 초기 시내 곳곳을 제대로 알수 있게 해주는 가장 편리한 교통 수단이 있었는데 그것은 노면전차, 이곳에서는 스트리트카(street car) 라고 불리는 트램 이었다. 봄, 여름, 가을, 겨울 언제나 한결 같이 운행되었던 이 전차를 타고 둘러본 토론토의 곳곳은 계절마다 각기의 독특한 향취와 이미지로 내게 다가 오곤 했었고 새로운 나라, 새로운 도시에서의 정 붙임의 좋은 시작이 되곤 했다.

비가 정겹게 내리는 어떤 날은 내가 좋아하는 빨간 전차를 탄다. 전차가 가는 속도 만큼이나 느리고 여유있게 도시의 이모 저모를 바라보면서, 즐거웠거나 가슴 아팠던 아련한 억속으로의 여행을 떠나 보기도 한다.

토론토의 유서깊은 거리 중 하나인 스파다이나 애비뉴 Spadina Avenue 는 내가 많이 좋아하던 곳이었다. 동서로 뻗은 길인 던다스와 스파다이나가 만나는 곳에는 차이나 타운이 조그맣지만 내실있게 형성되어 있다. 또한 과거 유태인들의 거주지역이었던 켄싱턴 마켓 Kensington Market 은 소규모 컨서트가 열리는 작은 Bar들과 오래된 푸줏간, 베이커리, 명품 치즈 가게, 수제 쵸코릿 전문점, 명품 커피 전문점 그리고 빈티지 의류 가게등이 모여 있어 토론토를 찾는 관광객들이나 시민들에게나 공히 명소로 자리잡고 있다.

비바람이 몰아치거나 눈폭풍이 몰아치거나 바깥이 사나우면 사나울수록 조용하고 아늑하고, 또 튼튼하기도 한 전차안에서 바라보는 바깥 세상은 그저 아름답기만 하다.

아주 오래된 구 도심인 College Street의 구불 구불한 전차길을 통해 바라본 정경이 좋았다. 왼쪽의 저 시계탑은 워낙 오래전에 만들어 진 것이라서 내가 찍은 이 사진을 본 토론토 시민들은 이곳이 어느 거리인지 금새 알아차리곤 했다.

청명한 날의 스파다이나 애비뉴의 모습은 상쾌할 정도로 깨끗하다. 던다스 거리와 스파다이나 애비뉴가 교차하는 지점은 토론토 다운타운에서 나름 붐비는 곳 중 하나다.

토론토 대학의 Art & Science 대학 건물을 배경으로 이 귀여운 전차들이 그 앞을 왔다 갔다 한다.

바쁠것 없이 규정 속도대로 철마를 움직이는 전차의 기사는 마음도 느긋해 전차에 오를때마다 간단한 눈인사로 정을 나누곤 했다.

짧은 전차 도시 여행을 떠날때면 언제나 앙증맞은 애비앙 물병과 함께 하곤 했는데 한가한 전차안에서 녀석도 한자리 차지할 기회가 많았다. 햇살이 유난히 밝기로 유명한 토론토의 햇살 아래 물병을 앞 세우며 전차를 타는 기분 역시 참 좋은것이었다.

유서깊은 토론토의 구 시청 건물을 배경으로한 전차 정거장 표지판이다. 시내를 걸어 다니다 이러한 전차 정류장 표지판을 보면 반가워 지곤 했다.

이제 막 가로수의 싹들이 돋아나는 초봄에 다운타운의 유서깊은 도로 King 스트리트 에서 담아본 504 전차의 사진은 이곳 토론토 사람들도 많이 좋아했고 내가 가장 아끼는 토론토 전차 사진 중 하나였다.

King Station의 지하 전차역.
아름다운 호반의 하버프론트 길을 따라 다운타운으로 꺽어지면서 마치 놀이동산의 굴속으로 들어가듯 전차는 컴컴한 지하 굴속으로 빨려내려간다. 디즈니랜드로 들어가는 기분이랄까.

브로드뷰 애비뉴 울프리 언덕길에 무지개가 걸렸고 그 아치 아래로 빨간 전차가 지나갔다. 전차와 무지개가 얼마나 잘 어울리던지..

비가 오나 눈이 오나, 밤이나 낮이나 언제나 비슷한 속도로 오가는 빨간 電車 였다. 변함없는 네가 새삼 고맙고 너처럼 한결같은 살아오고 있는 좋은 사람들도 생각이 나니 더 흐믓하고..

2008년 겨울 미국발 금융위기의 한파는 그해 겨울을 더욱 춥게 만들었었다. 성탄절 즈음해서 눈을 나렸고 늦은 밤 어깨를 움츠리고 전차에 막 타려고 하는 한 시민의 모습이 당시의 어려운 상황을 대변하는 듯 했다. 마치 성탄 이브날, 스쿠루지의 가게에서 일을 마치고 빈손으로 집으로 돌아가는 가장을 보는듯 했다. 캐나다는 워낙에 보수적인 나라고 사회주의적 자본주의의 성향이 강해 미국과 같은 사기성 금융 시스템이 존재할 수 없지만 그래도 법망을 피해 제식대로 요리해 먹는 bad & ugly guys 들은 항상 있는 법, 지난 달 이곳의 한 대형 은행에서 신용도를 조작한 초대형 대출 사기 사건이 적발되 수사를 받고 있다. 하지만, 기본적으로 이러한 사기가 아니고서는 미국과 같은 황당한 식의 일은 벌어지기 힘든 바, 미국의 금융위기 후 캐나다의 여러 은행들은  그 건전성을 바탕으로 단숨에 세계 랭킹 1, 2위로 올랐는데 유럽의 여러 나라에서 캐나다의 금융 시스템을 벤치마킹해서 도입해야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미국에 비해 너무 보수적인 시스템이라 채택은 되지 않았지만 갚을 능력이 없는 사람에게 무차별적으로 돈을 빌려주고 나선 결국 나자빠져버린 서브 프라임 모기지는 여기선 존재하기도 않는 금융 시스템이다. 캐나다에서는 신용이 막강한 직장인들 조차도 모기지 대출을 받기 위해서는 갚을 능력을 증명할 수 있는 온갖 서류들을 변호사를 통해 제출한 후 엄정한 심사를 거쳐야 가능하다. high risk, high return을 추구하는 미국의 자본시장의 잣대로는 캐나다 은행들은 제대로 장사를 할 줄 모르는 바보들 처럼 여겨졌을 것이다.우량고객들에게만 돈을 빌려줘서 언제 성장하고 언제 보너스 챙기겠니?.. 라며. 결국 그 잘난 월스트리트는 금융위기로 끝없는 추락을 한 끝에, 이제는 방금 미 상원에서 통과된 법안대로 방만하고도 온갖 교묘한 방법으로 자신들의 배만 불리는 술책을 시스템적으로 더이상 쓸 수 없게 된다. 오바마가 그 모든 난관을 극복해 가면서 의료보험 시스템에 이어 금융 시스템 개혁까지 성공을 시키고 있는 역사적 아젠다들을 볼때 정말 오바마라는 걸출한 리더가 미국에 절실히 필요한 때라서 하늘이 돕는구나 라는 생각도 든다.

As it came to a night, the snowstorm from the North Pole started to blow everything away. Just in the midst of the white turmoil the red engine slid swiftly down to Hogwart having only a couple of future wizards on board. :p

이 곳 브로드뷰 거리에 북극의 눈폭풍인 블리져드가 불어 닥치면 마법학교 호그와트로 떠나는 붉은 전차가 쏜살같이 내 앞을 지난다. 마치 토론토 시내들 돌아오는 보통의 전차인양.ㅋ 올 겨울엔 아직 blizzard는 고사하고 눈다운 눈 조차 아직 내리지 않고 있어서 겨울 특강을 통해 코코넛 속 껍질로 눈을 만들어 내는 마법을 배워야하는 우리 어린 wizard 들이 아직 떠나지 못하고 있었는데, 느닷없이 향기가 밤하늘에 진동하더니 눈폭풍인양 새하얀 코코넛 가루가 흩날리기 시작했고 muggle들 보기엔 눈폭풍이나 다름없었던 바. 아니나 다들까, 우리의 505 전차가 슝~~ 하고 내 달려 사라졌는데, 바쁜 통보 때문이었는지 우리 예비 마법사 친구들은 몇명 밖에 보이지 않았다.

퇴근 시간 시내 중심가의 한 정거장. 고전적 디자인의 철마는 많은 토론토 시민들의 안전한 마차로 절대 손색이 없지만 이젠 새로운 디자인의 정말 로킷 처럼 잘생긴 신형 전차가 등장했다. 난 아직 이 정직해 보이는 디자인과 색상이 너무 마음에 드는데..


 c u lat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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