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iv. College @ U of Toronto
9월 2일 노동절 long weekend(연휴)가 끝나면 모든 학교가 개학을 한다. 이곳에서 개학은 back to school이라 부르며 대학생 자녀를 제외한 어린 학생들이 있는 학부모들은 아이들 개학 준비에 갑자기 바빠지지만, 동시에 방학기간 아이들 뒤치닥 거리 하느라 힘들었던 일상에서 해방되는 반가운 날이기도 하다.
내 산책 코스의 거의 60~70 퍼센트를 차지하는 토론토 대학 St. George 캠퍼스의 각 단과대들에는 이제 활기찬 걸음의 학생들로 가득하다. 넓으면서도 아기 자기한 교정의 곳곳을 호젓하게 산책하던 모드는 아이들의 파도 속을 요리조리 헤치며 나가야 하는 경우도 생기는 다이내믹 모드로 갑자기 바뀌었다.
지나는 아이들, 잔디밭 곳곳에서 그룹 스터디를 하거나, 운동이나 게임을 하거나, 동호회 회합을 하거나, 홀로 앉아 공부를 하거나.. 걸어 오가면서 바쁘게 음식을 먹으며 강의실로 향하는 학생, 어젯밤 밤새 공부를 했는지 연신 하품을 하며 지나는 학생, 한 사람 한 사람 예쁘고, 멋지고, 건강하지 않은 이들이 없다. 하지만 캠퍼스가 워낙 넓다 보니 붐비는 밀도가 싱겁기만 하다.
세계 곳곳에서 모인 엘리트 학생들의 모습에서 훗날 캐나다, 혹은 자신들의 조국에서 사회를 이끌어갈 리더로서의 풍모가 벌써부터 보인다. 토론토 대학은 많은 노벨상 수상자와 캐나다를 비롯한 각국의 수상이나, 대통령, 학자, 기업가등, 각 나라 사회에서 최고위급 리더들을 배출해 오고 있다. 그 미래의 주역들인 오늘의 학생들을 보는것은 내겐 설렘 그자체다.
내 학창 시절의 캠퍼스 풍경이 떠 오른다. 학생수가 유난히 적었던 내 모교였던 서강 대학교엔 당시 절반 이상이 데모 진압을 위해 상주하던 사복을 입은 젊은 경찰들과 형사들이었다. 닭장차라 불리던 쇠창살이 둘러진 전투경찰의 버스들이 학교 대운동장이나, 도서관 옆 주차장에 줄지어 서있었다. 수업이 끝나고 다른 수업을 위해 다른 건물들로 학생들이 이동할 때는 학교 잔디밭등에 앉아 있던 수많은 사복 경찰들이 눈을 번득였었다. 혹시나 데모를 위한 구호를 외치거나 스크럼을 짜며 행진 하지나 않을까 하며.. 재미있는 일은 이렇게 학생수만큼이나 많았던 캠퍼스 상주 경찰들과 거의 매일 마주치고, 학교의 카페테리아 등지에서 같이 식사를 하며 얼굴을 보다 보니, 가끔은 인사도 하는 이들이 생겨나기 시작했다는 거다.. 헐
당시엔 한 학기가 멀다하고 휴교령이 떨어졌고 학교의 정문과 후문엔 정겨운 수위 아저씨들 대신 우리 나이 또래의 군인들이 총까지 메고 지키고 서있었었다. 어처구니 없는 시절이었고 우리는 침울함속에서 울분을 달래며 니체를 읽고, 카뮈와 샤르뜨르의 실존주의에 빠져들어 갔었다. 김민기와 양희은의 노래들을 달고 살았고 당시 막 태어난 500원 짜리 황금빛 500cc OB 생맥주와 백원 짜리 땅콩 안주는 영혼과 육체를 살찌우던 유일한 자양분이기도 했다.
난 지금 군사 독재 시절 당시에 잃어버렸던 내 학창 시절의 낭만을 내 자식의 모교이기도 한 이곳 토론토 대학에서 내 자식들보다 훨씬 어린 이곳 학생들을 보며 머릿속으로나마 다시 내 학창 시절을 되돌아 본다. 암울했던 정치 경제 상황 속이었지만 우리는 열정적이었고, 밝았고, 진지했고, 순수하기만 했었고, 그리고 젊었었다. 당시에 대한 생각만으로도 너무 행복할 수밖에 없다.
Hart House의 cafeteria & Bar 인 Arbor Room에서 생맥주 한잔을 사 마셨다. 학생들은 식사나 커피 정도만 마시는데 난 결국 아재 티를 마구마구 낸 거다. ㅎ
Bill Douglas.. Hymn
I love Toronto.
I love U of Toron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