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19일부터 토론토 대학에서 책 세일 행사가 있었는데 깜박했었다. 19일을 손꼽아 기다려 오다가 17일부터 새로운 직장에서 정신없이 적응하다 보니 완전히 잊고 있었다. 내일 월요일이 판매 마지막 날이어서 하마터면 한 권도 못 살 뻔!
오늘 산책 도중 캠퍼스 곳곳에 나붙은 방을 보고서야 알았다.
1850년쯤에 지어진 이곳 옛 본관( Old Victoria) 건물에는 처음 들어와 보는 것이고, 건축물에 관심이 많은 난 3층까지 쭉 둘러봤다. 단순하고 튼튼하고, 아름답게 지어져 있었다.
대영 제국의 화려했던 빅토리아 여왕 시절에 지어진 건물은 영국의 보수성과 실용성, 그리고 친근한 권위를 표방하는듯 했다.
관계자들은 1,2 층에 각 장르별로 세일할 책을 소박하게 정리해 놓았다.
일층에는 자연사(natural history), geography 관련, 역사 관련, 문학 비평, 전쟁 역사, 독일책, 불어책, 이태리책, 아시아책.. 등등 책 표지만 봐도 즐거운 책들이 많았다. 책 표지와 제목 폰트의 디자인과 색상을 보는 것도 내 취미다. 책의 크기, 두께, 종이 질, 종이 색상, 본문 폰트 등등, 책 장정 디자인 외에도 책 발행을 위한 디자인 요소들 역시 전문가들에 의해 탄생된 것이다. 진열된, 혹은 전시된 책들을 한 권 한 권 살펴보는 것 자체가 갤러리에서 미술품이나 조각 작품을 대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
이층엔 많은 소설류와 미스터리 작품들, 종교, 음악, 발레등등의 서적들과 함께 CD, DVD 등의 매체들이 진열되어 있었다. 오랫만에 John Grisham 추리 소설 한권과, 박학다식 이야기 꾼 Bill Bryson 의 작픔을 골랐고, 옥스포드를 나온 아프리카 가나 출신 여류 신예 작가의 첫 작품 ‘Ghana Must Go’ 를 골랐다. 전 직장에서의 내가 이끌던 팀원들 중에는 가나 출신 젊은이들이 둘이나 있었는데 난 성실하고 예의바른 그 친구들을 많이 아꼈었다. 모르는 작가들의 책을 고를때는 amazon review 와 indigo review 점수 4/5 이상 점수만 집어들면 된다.
이곳 일층에서는 history 코너에서 The Gun, The Ship, and the Pen 과, 2차 세계대전 패전 후 폐허가 된 독일의 일년간의 실상을 담아낸 Aftermath, 캐나다군의 전투 상황이 전개되는 Fifteen Days 등의 책을 골랐다. 난 일층에서 고른 근세사, 전쟁 역사 관련 서적 5권과 2층에서 고른 3권등 총 8권을 각 27불과 15불, 고작 $42에 구입했다. 새책 한 권 값이다. 신난다!
일층의 강의실은 반 실린더 구조의 돌출 부분을 대형 스텐인드 glass 창문으로 멋지게 처리되어 있었다.
삼층에서 내다본 교내 정원과 그 너머 다운 타운의 모습.
2층 hall 에는 파이프 오르간이 설치되어 있었다.
170년 전 지어질 당시 그대로의 감성으로 계속 남라 있는 듯, 좀 원색적인 색상 배합이 신기했다. 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