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각이는 글소리가
옅은 종이 가득 메우길 바라면서도,
연필을 깎는 이가 없습니다
번쩍이는 낱말들이
맑은 얼굴 그을림에 흐느끼면서도,
연필은 부유함이 없고,
연필은 영리함이 없고,
연필은 찌르는 괴성이 없고,
연필은 붉게 여물진 맛이 없습니다
곱게 펼친 책머리가 검푸르게 젖어가는데
한없이 무딘
기약없이 연약한
이 연필을 깎는 이가 없습니다
성스럽고 큐트한 글을 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