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시들

1. 눈을 감고 있었습니다.

by 동민


나는 사실 눈을 감고 있었습니다

메마른 가지 위 힘겨운 눈덩이 내려앉을 때

샛노란 꽃 한송이 천진하게 고개 내밀 때에도

나 아닌 한숨과 설렘 보지 않으려

나는 그렇게 눈을 감고 있었습니다


나는 사실 웅크리고 있었습니다

서늘한 바람 한 줄기 이불 위를 스쳐지날 때

상긋한 풀내음 다소곳이 앉아 손 내밀 때에도

나 아닌 한기와 온기 닿지 않으려

나는 그렇게 웅크리고 있었습니다


사실 나는, 눈을 떠 보고 싶습니다

사실 나는, 두 팔 벌려 일어서고 싶습니다

나와 같은 당신이 울고 웃고 있기에

나와 같은 당신이 떨고 기대고 있기에

나는 우뚝 선 마음으로 그대를 안고 이 길을 걷겠습니다



사진첩: peter.sohn@instagr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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