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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Peter의 Konadian Life Apr 29. 2020

땅을 파보자!

지하에 집짓기. 3

땅을 파보자!



지하실 공간 작업에서 나를 기다리던 두 번째 난관은 화장실 만들기였다. 우선 샤워부스를 설치하기 위해서는 하수관 작업을 할 때 샤워부스 베이스에 U자형 배관을 붙이고 메인 하수관으로 연결해야 하수관 냄새나 벌레가 들어오는 것을 방지할 수 있기 때문에 반드시 지켜야 할 공사 원칙 중에 하나였다.

U자형 배관

이 작업 하기 위해서는 지하실 바닥에서 U자형 배관의 길이만큼 샤워부스 아래를 깊이 파내야 다. 콘크리트 바닥을 깨뜨려서 배관을 땅속으로 설치하는 게 고민스러웠던 것은 콘크리트 바닥을 단순히 깨느냐 마느냐 하는 것보다  초보자인 내가 집을 지을 때 이미 시공되어 있는 바닥의 메인 하수관을 잘못해서 깨트리거나, 샤워부스의 위치 선정 때문에 지하실 구석 부분의 바닥을 깨야하는 것이라서 혹시라도 벽으로 금이 올라가거나 할 수도 있는 게 걱정이 되었다.

하지만 배관의 문제가 샤워부스 하나만 설치하는 것에 한정된 것이 아니라는 것도 알게 되었다. 샤워부스 옆으로 양변기와 세면대를 설치하려면 배수관을 순차적으로 연결해서 메인 하수관에 붙여야 했다. 그리고 배수관이 똑같은 수평의 높이가 아니라 조금씩 내려가는 각도를 조절하면서 하수관 안에 물이 고이거나 역류하지 않도록 작업을 해야 했다.

배관 작업 도면

기본적인 배관작업이 먼저 완성된 후에 콘크리트를 다시 발라 굳힌 다음 그위에 샤워부스의 베이스를 바닥에 붙이고, 양변기도 연결하고, 세면대도 붙일 수 있는 것이다.

염치 불구하고 처음 우리 집 지하공간을 개발하는 것을 의뢰할 생각으로 만났던 리노베이션을 전문으로 하는 사람에게 콘크리트 바닥을 깨는데 적합한 공구를 물어보고, 바닥에서 벽으로 쉽게 금이 올라가는 경우는 많지 않다는 말을 듣고 나서 용기를 얻어 새로운 작업에 도전해 보기로 다.

배관작업을 제대로 완성하기 위해서 콘크리트  바닥을 깨고 땅을 파내야 했기 때문에 선택의 여지가 없기도 했었다.

바닥공사전

리노베이션 전문가로부터 홈디포에서 시간 단위로 공구를 렌트할 수 있다는 정보를 얻은 다음  렌트를 하기 위해 홈디포도착해서야 콘크리트 바닥을 깰 수 있는 파쇄기라는 공구가 오래전 탄광 광부들이 쓰는 것과 같은 모양에 무겁고 크기도 작지 않은 전동공구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홈디포공구 렌털 파트에는 온갖 종류의 다양한 공구들이 가득했다.

홈디포 공구 렌탈 파트

공구 자체가 고가인 장비는 구입해서 쓰기가 어렵다.  뿐만 아니라 잠깐만 사용하면 더 사용할 일도 없는 공구를 사는 것은 비용상 큰 부담이 된다. 그런 공구를 시간 단위로 임대해서 사용할 수 있게 빌려주는 렌털 서비스는 잠깐 동안 사용하는 사람들에게는 아주 좋은 시스템이었다. 나처럼 한두 시간만 쓸 것을  하루 종일 빌리는 비용을 내야 한다면 그것도 비효율적일 텐데 필요한 시간만 사용하고 비용도 저렴해서 정말 안성맞춤이었다.

콘크리트 전동 파쇄기

파쇄기의 첫인상은 너무 압도적이었다. 콘크리트 파쇄기는  부수고 깨는 공구라서 덩치가 작지 않을 거라고 생각은 했지만 앞부분에 정을 부착하고 나면 높이허리 위까지 올라왔고, 그 무게도 정말 혼자서 들기 힘들었다.

렌털 관련 서류를 작성하고 시간당 비용을 지불한 다음 공구 아래쪽에 바퀴가 달린 손수레가 통째로 부착되어 있어서 주차한 곳까지 무리 없이 끌고 왔지만 차 트렁크에 싣고 옮기는 게 혼자서는 불가능했다. 다행히도 매장에서 직원이 나와서 투 바이포를 다리로 깔아준 덕분에 트렁크로  끌어올려서 짐칸으로 실었다. 집에 도착해서 지하실로 옮기는 것은 온 가족이 동원되었다. 가까스로 공구를 내려놓고 콘크리트 위에 그려 놓은 선을 따라 콘크리트를 깨고 땅을 파냈다. 이렇게 한두 줄의 문장으로도 표현이 가능한 작업이었지만 엄청난 땀과 노력이 필요했다.

'따다다다다'소리를 내며 귀청이 떨어질 정도의 소음과 엄청난 먼지를 뿜어내는 파쇄기는 방음 귀마개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정말 혼을 빼놓기에 충분했다. 처음에는 콘크리트를 조금씩 깨뜨리기만 하다가 한 시간 정도 후에는 좀 더 손에 익어서 콘크리트 파쇄기가 땅속에 박힐정도로 강도를 높여서 필요한 부분을 모두 깨뜨리고 파냈다.

파쇄기 작업중

선을 그려 놓았던 대로 콘크리트 바닥을 깨서 모두 제거한 다음에 콘크리트 아래에 있던 흙과 자갈을 삽으로 파내고 바닥을 고르면서 파이프 자리를 잡아 나갔다. 배관의 경사를 약간씩 기울이면서 내려가야 해서 쉽지 않은 작업이었다. 샤워부스는 베이스의 배수구멍과 바닥에 U자형 배관의 입구가 오차 없이 맞아야 배수관에서 물이 새지 않기 때문에 정확한 측정과 U자형 배관 입구 위치를 바닥면에 정확하게 고정하는 것이 중요한 부분이어서 양쪽 벽 끝에서 배관 정중앙의 위치를 수십 번도 더 측정하면서 배관 자리까지 잡아야 했다. 공사를 시작한지 5주 차에 땅을 파고 배관을 하는 과정에 다다르면서 새롭고 많은 것들을 배우고 있었다.

샤워부스 베이스 배수구멍에 맞추는 배관작업중

땅을 파내고 하수 배관을 연결하면 모든 게 마무리될 줄 알았는데 배수관 위로 공기 순환용 배관을 연결하는 것이 필요했다. 하수가 내려가는 동안 배관 안에 공기가 순환이 안되면 샤워부스에서 내려가는 물과 세면대에서 내려가는 물 그리고 양변기에서 내려가는 것까지 막혀버리고, 배수가 안되기 때문에 배수관 중간에서 공기 순환용 파이프를 별도로 연결해야 했다. 생각지도 못한 배관이 두 곳이나 더 연결해야 해서 배관 작업이 더 힘들어졌다.


땅을 판 모습
공기 순환용 배관 추가

여러 가지 작업을 보완하면서 기본적인 배관작업을 서둘러서 마무리하고 다시 콘크리트를 덮어야 샤워부스도 자리를 잡을 수 있고, 세면대와 양변기를 붙일 수 있기 때문에 시멘트를 사다가 모래와 물을 적당한 비율로 섞은 다음 처음과 같은 판판한 바닥을 만들었다.

배관작업을 마친 바닥

한 달 반 만에 바닥 배관을 마무리하고 다시 콘크리트로 수평을 맞추면서 바닥작업을 마무리할 수 있었다.

바닥을 마무리하고 화장실 벽기둥마저도 모두 설치를 끝냈다.


이제부터 전기와 수도 연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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