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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Peter의 Konadian Life Apr 25. 2020

벽을 세워보자!

지하에 집짓기. 2

벽을 세워보자!



'2x4x10'

생소한 숫자의 조합이다. 내가 캐나다에서 처음 접했던 가장 기초적이면서 보편적인 목재 사이즈 규격이다. 캐나다에서 사용되는 모든 건축의 기본 자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런 숫자마저도 생소했던 나에게는 이곳의 측정 단위조차도 내가 알고 살아왔던 미터나 센티미터와거리가 아주 먼 전혀 도움이 안 되었던, 그 이름은 바로 인치(inch)와 피트(feet). 표기방법을 살펴보면 인치는 숫자 바로 뒤에 더블 프라임(")을 붙이고, 피트는 숫자 바로 뒤에 프라임(')을 붙여서 표기한다. 인치는 나 어릴 적 가정환경의 척도였던 흑백텔레비전 사이즈를 이야기할 때 처음 접했던 28인치 텔레비전 바로 그것의 측정 단위였다. 그 후로 나이가 좀 들어서는 바지를 살 때 혹은 큰 맘먹고 양복을 살 때나 필요한 허리 사이즈를 잴 때 국한되었던 측정 단위가 로 인치였는데... 아! 그나마 인치로 해결할 수 있는 허리둘레의 측정단위를 벗어나 그다음으로 더 높은 단위인 피트라는 게 나의 좁은 머릿속을 어지럽히는 상황에 이르렀다.


현재 지구 상에 피트를 공식 도량형으로 사용하는 나라는 미국과 그 외 두세 개 나라만 존재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피트를 사용하는 원조국가인 영국도 유럽연합(EU) 가입 당시에 미터법을 도입했다. 한국에서도 '평'수를 미터법으로 바꾸면서 평방미터(m², 스퀘어 미터)를 도입하고 이제는 아파트 분양이나 매매 시에도 면적을 미터법으로 기재하는 것이 현실이다.

캐나다에서도 공식적인 측정 단위(도량형)에 미터법을 사용하는 것으로 되어 있다. 내가 캐나다에 도착해서 얼마 되지 않아 ESL 수업을 다닐 때에도 강사로부터 캐나다의 도량형이 미터법이라는 말을 듣고, 미국과 캐나다 공식 측정단위가 인치와 피트를 사용하는 것이 아니냐고 물었더니 공식적인 단위는 미터법이라는 말을 듣고 의아했던 기억이 난다.  하지만 공식적인 측정 단위는 공식적인 상황일 뿐 내가 건축자재를 사러 다닐 때의 구매 현장에서는 여전히 인치와 피트를 사용하고 있었고, 작업자들 또한 인치와 피트를 선호하고 있었다. 그리고 거의 모든 건축물의 면적도 피트를 기본 단위로 하는 평방 피트(ft², 스퀘어 피트)를 사용하고 있다.


건축자재 전문매장인 Homedepot라는 곳에 가서 기둥으로 사용할 목재를 찾아보다가 그 종류가 수십 가지에 이르고 길이나 폭이 조금씩 차이가 나는 것 또한 새롭게 알게 되었다. 목재 구역에 쌓여 있는 '2 × 4' (통상 '투 바이 포'라고 읽는다)의 종류도 재질이나 규격에 따라 가격도 천차만별이었다. 나에게 필요했던 기본 자재인 '2 × 4 × 10'이 의미하는 것은 폭 × 높이 × 길이를 표시하것으로 목재의 기본 규격을 인치로 나타낸 수치라고 할 수 있다. 지하에 방을 만드는 계획을 세우고 나서 처음 지하 바닥을 측정할 때에는 의기양양하게 내가 아는 센티미터와 밀리미터를 사용해서  스스로가 만족할 만큼 정밀하게 측정했지만 며칠도 안돼서 인치와 피트로 다시 계산해서 기록하며 도면을 새로 그려야 했고 지하실 바닥에 선을 그려 놓을 때에도 피트와 인치를 사용할 수밖에 없었다.


건축자재 전문점 Homedepot  인터넷 주문 사이트

벽을 세우는 것은 캐나다에서 건축의 기본이다. 유튜브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목조주택 짓는 영상에서 미국이나 캐나다에서 옛날 방식으로 집 짓는 장면을 찾아보면 나무로 땅바닥에 사방의 벽을 만들고 각 면체를 일으켜 세워서 맞춘 다음 서까래를 얹고 지붕을 덮어 버리는 것을 볼 수 있는데 이것이 가장 쉽게 북미지역의 목조주택 건축방식을 이해할 수 있는 것이다. 캐나다 일반 주거용 주택 공사는 한국과는 다르게 지하공간의 외벽과 바닥면만 콘크리트로 건축을 하고 나서 거의 모든 자재는 나무를 사용한다.

캐나다에 도착해서 얼마 안 되었을 때 한국에서의 연립주택과 같은 콘도나 타운하우스 같은 보통의 4층 건물도 기초공사와 지하 바닥과 벽면을 제외하고 모두 나무만으로 건물이 올라간다는 것을 알고 무척이나 놀라웠다. 한국은 2층 건물도 콘크리트로 올려야 튼튼하다는 인식이 있는데, 이곳은 나무가 많고 목재 천국이라서 그런지 웬만한 저층 건물은 모두 나무로 짓는다.


벽을 세우는 실제 작업을 할 때에는 기본 목재의 길이가 천정 높이와 거의 맞게 재단이 되어 있어서 끝부분을 조금씩 잘라내고 천정과 접하는 면과 바닥면에 목재를 사각틀처럼 만들어서 세우는 식으로 벽체 기본 골조를 세우는 것으로 작업을 시작했다.

작업 중에 경험했던 웃지 못할 일이 하나가 있었는데 바로 투 바이 포라 부르는 '2 ×4'의 나무 규격이 실제로는 이름과 딱 맞는 2"와 4"가 아니었다. 투 바이 포라는 명칭으로 통용이 되지만 그것은 처음 생나무를 거칠게 자를 때의 치수이고 건조와 가공을 거치면서 목재의 규격은 조금 줄어든 1.5"× 3.5"가 실제 수치였다. 1/2인치의 오차로 설계도면에 들어간 기둥의 개수와 실제 작업에 필요한 기둥의 개수에 오차가 생긴 것이다.


난생 처음 내손으로 만든 나무기둥

퇴근하면 바로 지하로 내려가서 전기톱으로 목재를 절단하고 각각의 길이를 맞추어서 틀을 만들고 세우는 반복된 작업을 하는 생활이 계속되었다. 물론 안전장구를 착용하고 진행했다. 길지 않은 캐나다 생활이었지만 주변에서 수시로 보고 배운 것 중에 하나가 어떤 작업을 하더라도 장갑, 마스크, 보안경, 안전화등의 안전장구를 반드시 준비해서 착용하고 반복해서 확인한 후에 작업을 진행한다는 것이다. 안전이 최우선이라는 것은 집안에서의 작은 작업에도 마찬가지이다.


기둥을 세우는 과정에서 두 개의 방에 필요한 옷장을 처음 도면에 그렸던 크기가 실제 옷을 보관하기에는 조금씩 작아서 위치를 바꾸고 설계를 수정하여 방의 구조가 다르게 변신을 했다. 이곳 캐나다에서는  방이라고 하면 반드시 옷을 넣는 클로젯이라는 벽장이 있어야 한다. 클로젯이 있는 방은 가구를 따로 구입할 필요가 없어서 편리하고 이사를 할 때에도 옷가지만 챙겨서 옮긴다.


작업 도중 벽장 위치를 수정한 설계도면

날마다 몇 시간씩 작업을 하다 보니 기둥이 여러 면을 채우면서 세워졌고 점점 작업에 필요한 바닥 공간이 줄어들었다. 10피트(약 3미터)나 되는 길이의 나무기둥을 한꺼번에 사다 놓고 작업을 하면 편하게 일을 할 수 있을 텐데 바닥면적이 점점 좁아지면서 작업하는 중간중간 자재를 조금씩 구입해서 사용하고 일부가 끝나면 다시 구입해서 보충하는 방식으로 진행을 하다 보니 정말 시간이 오래 걸렸다. 어차피 내가 가지고 다니는 SUV에는 3미터가 넘는 목재를 많이 싣고 오는 것도 어려웠기에 퇴근길에 잠시 들러서 사 오면 되니까 하는 마음으로 서두르지 않았다.

작업을 시작하고 3주 정도가 지나고 나니 기둥은 어느 정도 자리를 잡은듯했다.


벽장 공간을 만든 기둥세우기

방 위치에 맞게 기둥을 세우고 나서 거실 공간에 있는 천정으로 온풍 배관이 지나가는 곳을 나무로 덮어야 했다. 이것도 쉽지 않은 작업인 것이 천정을 보고 작업을 해야 해서 목에 무리가 생길 정도로 힘들게 진행을 했다. 길이를 측정하는 것부터 나무를 재단해서 직접 천정에 대보는 것까지도 어렵게 느껴지니까 점점 작업에 대한 후회가 생기기 시작했다. 작업을 시작한 후에 지하공사와 대면하게 된 첫 번째 난관이었다.


온풍시설 닥트와 상하수도 배관을 감싸는 천정 작업

나무를 자르고 또 자르고 치수를 하나하나 재면서 다시금 마음을 다스리길 여러 차례, 이왕에 시작했으니 중간에 손을 놓아버릴 수도 없었다. 우리 집에서 유학을 하기로 정해놓은 아이들이 오는 날짜는 정해져 있었고 그 아이들이 오기 전까지는 공사를 마무리해야 했다. 물론 생각보다 적지 않은 인건비를 아껴볼 생각으로 시작한 것도 있었지만, 아이들에게 학교생활에도 힘들 때가 있으니 공부도 마찬가지고 운동이나 악기 연주에도 어떤 힘든 일이 있어도 중도에 포기하지 말라는 이야기를 했던 아빠로서의 체면도 구기기 싫었던 것도 다시 힘을 낼 수 있게 해 준 원동력이었다.

그런데 벽을 세우는 기본 틀이 완성되어 가던 중에 또 다른 복병을 만나게 되었다. 화장실에 세면대나 양변기는 크게 문제가 안되었지만 샤워부스를 설치하기 위해서는 하수관을 U자로 꺾어 내려야 해서 부스를 통째로 한 뼘 이상 올려서 설치하거나 그렇지 않으면 콘크리트를 깨고 땅을 파서 하수 배관을 묻어야 했다.

콘크리크 바닥면 배관과 덮개, 샤워부스 시뮬레이션

샤워부스를 설치하는 문제가 나를 다시 한번 난관에 부딪히게 만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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