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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Peter의 Konadian Life Dec 17. 2020

학교 공부로만 대학 갈 수 있다?!

운동하면서, 음악을 즐기면서,..

예체능과 더불어 대학 가기! 는 불가능한가?








내가 알고 있는 상식으로 한국에서 대학에 들어가기 위해서는 학교에서 진행하는 정규 수업 외에 야간 자율학습에 참여해야 하는 것은 물론이고 학원에 다니거나 개인 과외를 받거나 하는 것은 말 그대로 기본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한국은 팬데믹으로 예년에 비해 조금 늦게 대학입시가 진행되는 것으로 알고 있었는데, 며칠 전 3일에 수능이 끝났다는 소식을 보고 문득 예전 일들이 생각나서 몇 자 적어본다.  대학입시가 끝나고 각 대학에서  합격자 발표가 날 때 즈음에는 조간신문에 단골처럼 올라오던 학교 수업만 받고 열심히 공부해서 서울대학을 갔다는 기사는 1980년대 혹은 90년대까지의 전설이 되어 버린지 오래다.


요즘에 인터넷을 통해서 들려오는 잡다한 뉴스거리를 보면 소위 SKY라는 명문대학에 입학한 학생들의 부모의 수입이나 직업군이 상위층에 몰려 있음을 알려주는 것들도 너무 많다. 그만큼 부모의 경제적인 능력이 아이들의 교육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는 것이다. 이것은 또한 경제적으로 뒷받침이 가능한 사교육으로의 노출이 많은 아이들이 더 좋은 성적을 만들어 내고, 그것으로부터 얻어진 결과물로 더 좋은 학업성적이 필요한 대학을 지원해서 들어갈 수 있는 현실을 반영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한국에서 공교육을 받고 대학에 진학하고 졸업 후에 직장을  과정들과 같이 캐나다에서도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각자의 적성에 맞는 직업학교를 가거나 대학에 진학하는 과정은 한국과 캐나다가 특별히 다르지 않은 것처럼 보이지만 제대로 된 공교육의 역할을 하고 있는지의 문제는 다시금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대학입시를 위한 단편적인 공교육(초등, 중등, 고등학교)의 역할을 따져보면 말 그대로 공적인 교육만으로 대학에 들어갈 수 있도록 기본적인(기능적) 역할을 다해야 하는 것이라고 본다. 하지만 한국에서의 대학입시는 사교육(종합학원, 입시학원, 논술학원 등)을 빼놓고는 성립할 수 없는 공식처럼 되어 버린지 오래다.


이곳 캐나다에서 아이들이 학교 생활을 하는 것을 보면 세상에 이렇게 복 받은 아이들이 있을까? 싶을 정도로 한국과는 교육에 대한 여러 가지 측면에서 큰 차이가 나는 느낌을 받을 때가 많다.


2008년에 우리 두 아이를 데리고 캐나다에 도착해서 교육청에서 학교배정을 받고 아이들을 학교에 보낼 때만 해도 크게 다른 점을 모르고 있었다. 이곳에도 학교마다 학부모들로 구성된 운영위원회가 있고  단순히 학교 운영 시스템이 한국의 그것과 크게 다르지 않은 것으로만 생각했다. 하지만 학기가 시작되고 나서 얼마 지나지 않아 한국에서는 경험해보지 못한 여러 가지의 다름을 알게 되었다.


 아이들이 학교에 등교하기 시작하고 몇 달이 지난 어느 날인가 학부모와 선생님의 만남이 있다는 'Meet the teacher' 통지를 받았다. 요즘 한국에서는 학교에서 성적과 관련해서 학생과 부모를 공식적으로 초대하는 일정이 있는지 모르겠다. 과거에는 학교에서 학생이 문제가 있는 경우 부모님을 학교로 불러서 상담을 하는 정도였고, 학생의 학습상태나 앞으로의 지원에 대해 학부모와 선생님들이 상담을 하는 것은 거의 보기 어려운 광경이 아니었나 생각된다.

아이들이 학교에서 받아온 통지문을 받고 선생님과의 만남에서 무엇을 어떻게 이야기해야 할지가 고민이 되었다. 당시에는 우리 가족이 캐나다에 도착한지 불과 몇 달 정도밖에 되지 않아서 전혀 경험이 없었던 탓에 그냥 크게 의미를 두지 않고 아이들이 어떻게 적응하고 있는지 선생님께 확인하고자 하는 마음만 가지고 참석했다.

이곳은 중고등학교도 평일 오후 3시 전후로 학교 수업은 종료되지만 선생님들이 학부모들이 참석할 수 있는 상담일자와 퇴근시간 후로 미팅 시간을 정해서 아이들에 대한 상담을 하는 것이 미팅의 주된 목적이다. 해당 미팅 일자에 초등학교의 경우에는 Home room에서 담임 선생님이 아이들이 만들어 놓은 작품이나 학습 결과물 등을 준비해 놓고 교실 안에서 자유롭게 대화하는 방식으로 상담을 하는데 해당 학생에 대한 수업태도나 부수적인 내용이 아닌 학과에 대한 구체적인 부분을 언급하는 상담이라는 것이 인상적이었다.

위쪽부터 시계방향으로 둘째의 초등학교때 만난 Cast away소설을 읽고 교실에 전시한 독후감과 작품들 / 미술시간 작품 / 캐나다 원주민 생활상을 작품화한 것

예를 들어 Social(사회) 과목에서 아이가 부족한 부분이 캐나다의 역사 부분인지 정부 관련 시스템에 관한 이해정도 등에 대한 부분인지를 설명하면서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는 아이의 어려움도 이해한다는 선생님의 상담이 현실적으로 도움을 주는 내용이었고 도서관에서 어떤 책을 대여하는 것이 도움이 될 것 같다는 해결책을 알려주는 상담이 그동안의 막연한 걱정이 아닌 실제 아이에게 무엇이 필요한지 파악할 수 있는 시간이었다. 또한 과목별로 아이에게 필요한 것이나 나름 잘하고 있는 부분을 언급하면서 동기부여를 해주는 것이 선생님을 만나는 것에 대한 목적이 분명하게 느껴졌던 시간이었다.   

중고등학교의 경우에는 교실이 아닌 체육관 전체 공간을 오픈해서 과목별로 선생님들이 테이블을 하나씩 앞에 놓고 학생들에 대한 학습결과 자료를 보면서 자유롭게 학부모와 선생님이 아이에게 더 보완해줄 부분이나 아이가 잘하고 있는 부분에 초점을 맞춰서 대화를 나눌 수 있도록 상호작용하는 관리체계가 돋보였고, 학부모와 사춘기인 아이들이 함께 참여해서 진지하게 상담을 하는 모습도 인상적이었다. 나와 아내도 캐나다에서의 교육을 처음 경험하는 우리 아이들의 문제에 대해 부모로서 어떻게 도와주고 함께 풀어야 할 여러 가지에 대해 선생님으로부터 구체적인 사례를 들을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

미팅이 있는 날 학교에서는 간혹 퇴근하고 바쁘게 방문한 학부모들을 위해 선생님들이 바비큐 그릴까지 동원해서 소시지를 굽고 핫도그를 만들어 제공하는 곳도 있다. 아이들은 부모님 상담 중 놀이터에서 놀기도 하고 함께 미팅에 참석하기도 하는 자유로운 분위기에서 상담이 진행된다.

한국에서처럼 '스승의 날'조차도 존경하는 선생님께 촌지나 치맛바람 문제로 꽃 한 송이 선물할 수 없는 환경을 이곳에서는 전혀 이해하지 못할 것으로 생각된다.

 물론 캐나다에도 11월에 스승의 날이 지만 꽃다발이나 선물을 주고받는 행사가 없어도 이곳 교육 시스템상 학부모와 선생님과의 만남 그 자체로 학부모와 아이들이 신뢰할 수 있는 교육환경과 서로 교류하는 장소로 만들어주는 시간들이 진정한 스승의 날을 충분히 대신할 수 있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다.

둘째의 초등학교 학업성적 통지문(Report Card)

학교와 교사 그리고 학부모의 상호 교류할 수 있는 시스템과 별개로 아이들의 학교 생활을 살펴보면 수업을 하는 과정이나 프로그램은 한국에서 국, 영, 수 주요 과목을 중요시하는 분위기와 마찬가지로 비슷하게 생각하는 것 같다. 대학 입시를 지원할 때 많은 대학들이 주요 과목 성적을 요구하지만 대학입시를 기준하지 않고, 중고등학교에서 진행하는 여러 가지 프로그램을 보면 실제 생활을 하면서 본인이  배워보고 싶은 것을 직접 골라서 실행해 볼 수 있는 정말 좋은 기회를 주는 것이었다. 그것은 주요 과목이 아니라 예체능에 관련된 부분이라서 더 크게 한국과 비교되는 느낌을 받았다. 한국에서 예체능은 중고등학교에서 대학까지 염두하고 진로를 정한 아이들이 선택하는 과목이 되어 버렸지만,  캐나다에서 적어도 우리 집 아이들이 경험한 앨버타주의 교육 시스템 안에서의 예체능은 한국의 국, 영, 수 같은 주요 과목과 동등한 비율, 아니 그보다 더 큰 영향력을 아이들에게 주는 것으로 생각된다.


학기가 시작되면 기간별로 교내 스포츠팀을 모집하는데 예를 들면 축구나 야구는 9월부터 11월까지 학교별 리그를 진행하고 배구나 농구는 11월부터 2월, 배드민턴은 2월부터 4월까지 각 부문별로 학생들을 대상으로 선수를 모집하고 방과 후에 연습과 게임을 진행하는데 각 학교별로 운동부의 종류는 다양하다. 수영팀이나 골프팀이 활동을 하거나 이곳의 특성에 맞는 컬링팀 또는 아이스하키팀을 운영하는 학교들도 있다. 학생들의 희망에 따라 지원하고 선수로 뽑혀 활동을 하는데 무조건 해당 스포츠에 뛰어나거나 잘하는 순서로 선발을 하지 않고 열정이 더 큰 학생을 뽑아서 선수 활동을 시키는 경우도 많다. 따라서 승부를 자극하거나 승패에 따라 학생을 질타하지도 않는다. 큰아이가 운동을 좋아했던 덕분에 주니어 하이스쿨(중학교) 재학 중에 야구팀, 축구팀, 배구팀, 배드민턴팀 활동을 해서 몇 차례 연습을 구경하기도 하고 시합에 나가서 응원을 하러 다니기도 했었다. 그렇다고 해서 운동에 들어가는 비용이 많은 것도 아니다. 야구부를 할 때에는 학교에서 제공하는 글러브, 배트, 헬멧과 같은 장비와 안전장치들이 모두 구비되어 있었고 운동복이라고 해도 상의 단체티 하나만 입고 활동한 것이 전부였다. 학생들이 사용하는 이동수단인 버스비용과 단체 티 정도의 비용으로 아이들은 마음껏 운동하고 나름대로의 자부심을 갖고 운동을 하는 모습이 늘 즐거워 보였던 것이 참으로 인상적이었다. 큰아이가 배구 팀원으로 또한 축구팀원으로 활동하는 모습을 보면서 내가 이런 환경에서 공부하고 운동을 했다면 더할 나위 없이 행복한 학교 생활이었겠다는 생각을 많이 했었다.

둘째의 고등학교 배드민턴 선수시절

운동만이 아니라 예술의 세계도 많은 경험을 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중학교에서 진행하는 음악시간은 개별적으로 한 가지씩 악기를 정해서 배울 수 있도록 지도해 준다. 큰아이는 클라리넷을 배웠고, 작은아이는 테너 색소폰을 배웠다. 앨버타주의 카톨릭 교육청에서는 중학교에 처음 들어오는 7학년은 의무적으로 악기 하나씩 본인의 희망에 따라 정해서 악보에 맞춰서 연주를 제법 할 수 있게 하고 8학년부터는 본인이 선택할 수 있도록 지도하는 과정이 있다. 아이들이 다녔던 중학교 음악 선생님의 말씀으로는 대다수의 학생들이 음악시간을 3년 동안 유지하면서 악기를 배운다고 한다.  그리고 모든 악기는 학교에서 집으로 가져와서 연습을 할 수 있다. 특히 두 달이나 되는 여름방학에 희망하는 학생들은 집에서 악기를 연주하도록 학생에게 악기를 임대해 준다. 이러한 조건들이 아이들로 하여금 새로운 악기를 배우는 것에 대한 도전의식과 성취감을 얻을 수 있도록 기회를 제공하고 아이들과 학교 시스템과의 상호작용이 잘 이루어지는 교육이 진행되고 있다는 것이 참으로 부러운 일이다.

큰아이 에드먼튼 하이스쿨 올시티 밴드 연주회
둘째아이 주니어하이스쿨 올시티밴드 연주회

학교만의 시간이 아닌 대외적인 자리에서의 경험도 아이들에게 제공하는 것 또한 이곳의 현실 교육에 대한 장점이라고 할 수 있다. 큰아이는 7학년에 들어가서 클라리넷을 처음 배우면서 음악 선생님의 추천으로 8학년 때에 에드먼튼 시내 중학생들로 구성된 에드먼튼 주니어 하이스쿨 올 시티 밴드에 오디션을 보고 운 좋게 입단을 하게 되었다. 이후로 2년 동안 9학년까지 주니어 하이스쿨 올 시티 밴드 단원으로 활동을 했고, 고등학교에 입학해서는 고등학교 올 시티 밴드 단원으로 12학년까지 활동을 했었다. 둘째도 중학교에서 배운 테너 색소폰으로 주니어 하이스쿨 올 시티 밴드 오디션을 보고 고등학교까지 멤버로 활동을 했었다. 중학생은 물론이고 고등학생들도 1년에 2차례 이상 대형 콘서트장에서의 연주 기회를 주는 것이 보통이다. 학교에서 교내 행사를 진행할 때에도 학생들이 공연을 할 수 있는 기회도 주기 때문에 자연스럽고 자유롭게 연주회의 경험을 할 수 있고, 친구들이나 학부모들에게도 아이들의 성장 과정이 보임으로써 아이들 스스로에게도 자부심이 생기는 것이 보였던 동기부여를 가장 크게 해주는 기회라고 할 수 있다.

둘째가 12학년에 활동했던 에드먼튼 하이스쿨 합창단 콘서트

학교에서 진행하는 여러 가지 프로그램을 제외하고도 많은 활동을 할 수 있는 것은 이곳 아이들에게 주어진 비교적 여유로운 시간이 있기 때문일 것이다. 우리 집 두 아이는 중고등학교에 다니면서 한인 커뮤니티에서 활동 중인 대학생들 위주로 운영하던 사물놀이 팀에 들어가서 기본적인 장단과 가락을 배우면서 장구를 기본으로 배울 기회를 얻었다. 물론 본인의 희망으로 선택한 것이기에 더 큰 의미가 있었다. 큰아이는 중학교와 고등학교 기간 동안 활동을 계속하면서 해마다 8월에 에드먼튼에서 열리는 헤리티지 축제에도 사물놀이 공연에 참여했고, 고등학생 때에는 장구는 물론이고 꽹과리와 12발 상모를 돌리는 것까지 배우는 열정을 보여주었다.

사물놀이 팀원으로 활동 중인 아들과 딸

 하지만 아쉽게도 큰아이는 대학에 진학해서 엔지니어링 학과목이 너무 많아서 잠잘 시간이 부족할 정도로 학업에 정진해야 하는 상태가 되면서 중도 하차하고 말았다. 둘째도 오빠를 따라다니면서 중학교 때부터 장구를 배우고 고등학교를 거쳐 지금까지도 계속 사물놀이 팀원으로 활동 중이다. 다행스러운 것은 둘째가 공부하는 교대는 큰아이가 공부했던 공대보다 학과목이 다소 많지 않아서 사물놀이 활동을 계속하고 있고, 전공을 살릴 수 있는 학원에서 아이들을 가르치거나 한국에서도 유명한 커피숖인 스타벅스에서 바리스타로 틈틈이 용돈을 버는 것까지도 해내는 것을 보면서 우리 부부는 뿌듯한 마음이 든다. 과연 우리 두 아이가 한국에서 생활했다면 학업위주의 중고등학교를 다니면서 이렇게 좋아하는 악기 연주나 사물놀이를 배울 생각이라도 해봤을까 하는 의문이 생기기도 한다. 아마도 한국에서 있었다면 중고등학교 다니면서 학교나 학원에서 대부분의 시간을 보냈을 것이다.


대학입시가 중요한데 예체능에 신경 쓸 시간이 있냐고 반문할 한국의 부모들이 있겠지만 이곳은 12학년 학생들(한국의 고3)까지도 예체능을 하면서, 아니 나름대로 즐기면서 대학을 간다.


(캐나다의 교육 시스템이 한국보다 좋다거나 무조건적인 예찬을 위한 글이 아닙니다. 이곳 교육의 현실을 경험한 내용만으로 읽어 주시기 바랍니다.

다음 글에서는 대학입시에 대한 내용과 진행 절차를 소개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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