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우리 동네에 나타났다.
에드먼튼의 밤하늘에서 오로라를 볼 수 있다는 사실은, 그 자체만으로도 일상의 시간 흐름을 잠시 멈추게 하는 경험이다. 낮 동안 분주하게 오가던 도시의 소음이 가라앉고, 차가운 공기가 고요하게 내려앉은 한밤중에 하늘을 올려다보면, 인간의 의지와는 무관하게 펼쳐지는 우주의 움직임이 조용히 모습을 드러낸다. 오로라는 그런 순간에 우리 앞에 나타나는, 자연이 허락한 가장 신비로운 장면 중 하나다. 지난 10월에도 한밤중에 옆집 아주머니 덕분에 잠시 신비로운 오로라 빛을 느껴볼 수 있었기에 특별한 빛의 향연이 기다려지곤 했었다.
오로라는 태양에서 방출된 고에너지 입자들이 지구로 날아와 지구 자기장에 이끌려 극지방 상공으로 모이면서 발생한다. 이 입자들이 지구 대기의 산소나 질소와 충돌할 때 빛을 내는데, 그때 나타나는 색이 바로 우리가 보는 오로라다. 산소와 충돌하면 주로 초록색이나 붉은빛이, 질소와 만나면 푸른빛이나 보라색이 나타난다. 우리가 흔히 떠올리는 초록색 오로라보다 드물게 보이는 푸른 오로라는, 더 높은 에너지와 특정조건이 맞아야 나타나는 색이라 더욱 특별하게 느껴진다. 마침 며칠 전에 발생했던 강력한 태양폭풍(Geomagnetic)의 영향으로 지난밤에 마치 푸른빛의 용이 꼬리를 흔들며 우리 동네 하늘을 휘감는 듯한 현상을 볼 수 있는 행운을 만난 것에 감사할 따름이다.
에드먼튼은 북위 53도에 위치해 있어, 강력한 태양 활동이 있는 날에는 드물게나마 도심에서도 오로라를 관측할 수 있다. 완전한 암흑이 아닌 도시의 밤하늘에서 오로라가 보인다는 것은, 그날의 하늘이 얼마나 강렬한 움직임을 품고 있는지를 말해준다. 처음에는 구름처럼 희미하게 보이던 빛이, 어느 순간 살아 있는 것처럼 물결치며 하늘을 가로지른다. 그 빛은 고정되어 있지 않고, 숨을 쉬듯 천천히 변하며 움직인다. 그래서 오로라는 ‘보는 것’이라기보다 ‘마주하는 것’에 가깝다.
한밤중에 오로라를 기다리는 사람들의 마음에는 공통된 기대가 있다. 혹시나 오늘은 볼 수 있을까 하는 작은 희망, 그리고 보지 못하더라도 하늘을 올려다보는 그 시간 자체가 주는 설렘이다. 두꺼운 외투를 입고, 손이 시릴 정도의 차가운 공기 속에서 하늘을 바라보는 그 기다림은 결코 낭비한 시간이 아니다. 오히려 그 시간은, 빠르게 흘러가는 일상에서 잠시 벗어나 자연의 리듬에 자신을 맞추는 귀한 순간이다.
짙푸른 오로라를 만나는 순간의 느낌은 말로 설명하기 쉽지 않다. 초록빛보다 차분하면서 어딘가 깊고 서늘한 감정을 불러일으킨다. 마치 밤하늘이 조용히 열리며, 우리가 알지 못했던 또 다른 세계를 잠시나마 보여주는 듯하다. 그 빛 앞에 서 있는 동안에는 사람은 자연스럽게 말수가 줄어든다. 감탄조차도 소리가 되지 못하고, 그저 숨을 고르며 바라보게 된다. 그 순간에는 사진을 찍는 것보다, 눈으로 마음으로 담고 싶어진다.
사람들이 오로라를 특별하게 여기는 이유는 단순히 아름답기 때문만은 아니다. 오로라는 언제든 볼 수 있는 풍경이 아니며, 인간의 노력으로는 만들어낼 수 없는 현상이다. 그렇기에 오로라는 ‘기다림’과 ‘우연’, 그리고 ‘행운’이 함께 어우러진 경험이 된다. 그날의 태양 활동, 구름의 양, 도시의 불빛, 그리고 내가 그 시간에 그 자리에 서 있었는지가 모두 맞아떨어져야 비로소 만날 수 있다.
에드먼튼의 겨울밤, 짙푸른 오로라가 하늘에 펼쳐지는 장면은 삶에 대해 조용한 질문을 던진다. 우리는 얼마나 많은 것을 계획하고 통제하려 애쓰며 살아가는가, 그리고 얼마나 많은 아름다움을 스치며 지나치고 있는가. 오로라는 잠시 하늘에 나타났다가 흔적 없이 사라지지만, 그 장면을 바라보던 사람의 마음에는 오래 남는다. 그것은 ‘봤다’는 기억을 넘어, ‘느꼈다’는 감각으로 남는다.
한밤중에 신비로운 푸른빛을 만나는 시간은, 결국 우리 자신과 마주하는 시간이기도 하다. 차가운 공기 속에서 고개를 들어 하늘을 바라보는 그 짧은 순간, 사람은 자신의 크기를 실감한다. 동시에, 그 무한한 우주 속에서도 이렇게 아름다운 장면을 볼 수 있다는 사실에 묘한 위안을 얻는다. 그래서 사람들은 오늘도 혹시 모를 오로라를 기대하며 다시 한번 하늘을 올려다본다. 그 기대 자체가 이미, 오로라가 우리에게 주는 또 하나의 선물일지도 모른다.
<실시간 오로라 발생 확률은 University of Alberta에서 운영하는 AuroraWatch를 통해도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