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금이...
적어도 이 정도는 돼야~!
나는 한국에서 군대를 제대한 후에 운전면허를 취득하고 나서 바로 운전을 하고 다닌 경우였는데, 직접 운전을 하면서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서부터는 과속 스티커를 몇 차례 받아 본 적이 있지만 그다지 금액적인 부분에서 부담을 느낄 정도는 아니었던 것으로 기억하고 있다. 물론 요즘은 십 년, 이십 년 전과는 다르겠지만 2000년대 초 직장생활을 하던 중에도 만원에서 삼만 원 전후의 금액이었던 것 같다. 오늘은 캐나다에서의 운전과 교통 관련 벌금에 대한 이야기를 해야겠다.
캐나다에 도착해서 처음 운전을 하고 다닐 때 느낀 점은 우선 도로의 넓이가 한국보다 조금 넓어서 운전하기가 편한 것이 좋았다. 그리고 주차장의 넓이도 한국에서의 것보다 넓어서 주차하기에도 훨씬 수월해서 좋았다. 그리고 한동안 운전하면서 한국과 다른 독특한 것을 발견했는데 그것이 바로 경적소리를 들어볼 수가 없었다는 것이다.
한 번은 내가 비보호 좌회전을 해야 하는 상황에서 신호등을 제대로 보지 못하고 뒤에서 여러 대의 차들이 기다리고 있었는데도 불구하고 길을 막고 움직이지 않는 상황이 발생했는데도 경적소리가 한 번도 들리지를 않았다. 그때 무심코 바로 뒤에 있는 차를 백미러로 본 것은 그 차의 운전자가 양쪽 어깨를 올리고 두 손을 들어 보이면서 '왜 안 가냐?'는 의미의 제스처만 해 보이는 것이었다. '이런 신사의 나라가 있나!'하는 생각조차도 그 상황이 끝나고 한참 후에 집에 도착하고 나서야 느끼게 되었다. 아마도 한국에서 그런 상황이었다면 뒤차뿐만 아니라 그 뒤에 있던 많은 차량들이 모두 경적을 울리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과거에 내가 한국에서 비슷한 상황에서 경적을 울렸던 그런 경험이 있었기 때문에 충분히 공감하는 부분이기도 하다.
이곳의 운전자들은 상당히 여유가 있고 과속 차량도 많지 않다는 느낌이 들었다. 그런데 과속차량이 많지 않은 그 이유를 캐나다에서 운전을 하고 다닌 지 얼마 안 되었을 때 확실하게 알게 되었다.
큰 도시에는 고정식 단속카메라도 있지만 보통은 일반차량으로 카메라를 싣고 다니는 이동식 과속단속 카메라가 상당히 많은 편이다. 그리고 그 이동식 과속 단속 카메라에 과속으로 내가 사진이 찍힌 적이 있다. 처음 시청에서 교통 범칙금 고지서를 받았을 때 이동식 카메라에서 시속 50km 속도 제한 거리에서 시속 62km 속도로 달리던 중 카메라에 찍힌 것이었는데, 사진으로 내가 운전했던 차의 뒷모습이 번호판과 함께 선명하게 찍혀 있었고, 벌금은 무려 145달러가 적혀 있었다. 당시 캐나다 환율이 1100원대였으니 한화로 환산을 하면 160,000원이나 했던 금액을 보고 쓰러지지 않았던 게 다행일 정도로 심하게 충격을 받았던 기억이 있다.
아마도 이래서 캐나다 사람들이 과속을 하는 사람들이 많지 않았던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과속을 하게 되면 시속 등급에 따라서 벌금의 액수 규모도 다르게 적용이 된다.
그리고 한 가지 더 엄청난 벌금이 나오는 교통위반은 교차로 근처에서의 STOP 표지판이다. 이곳에서 교차로는 한국 사람들이 정말 조심해야 하는 길임에 틀림없다. 이표지판들은 큰길로 합류하기 전 골목에서 나오는 길목이나 교차로에 네 방향 멈춤이 많은데 이런 경우 STOP 표지판을 제대로 보지 못하고 우선 멈춤을 하지 않고 큰길로 합류하다가 적발이 되는 경우에는 벌금이 350달러가 부과된다. 얼마 전 마트에서 장을 보고 나오던 길에 주차장에서 큰길로 나오는 길목에서 경찰차들이 여러 대의 차를 세워 놓고 단속을 하는 것이 보여서 신호등 위반이나 과속 차량 단속 중인 것으로 생각하고 오른쪽으로 핸들을 꺾어서 큰길로 들어서자마자 기다렸다는 듯이 경찰관 한 명이 나를 지목하면서 차를 세우라는 수신호를 보냈다. 이때까지만 해도 무슨 영문인지 몰라서 과속도 아니고 신호위반도 아닌데 막 주차장에서 나온 사람을 왜 세웠는지 의아해서 창문을 내리고 경찰관에게 질문을 했더니 그 경찰관이 설명을 하는 것이 내가 큰길로 나오면서 합류하기 직전에 차를 일단 멈추지 않고 뒤차를 따라 그대로 진입을 했다는 것이었다. 정말 어처구니가 없어서 내가 대시 캠으로 확인을 해보고 이야기하겠다고 했더니 "Absolutely! Sir!"라는 명쾌하고 친절한 대답이 들려왔다. 물론 영상을 찾아봤지만 별 의미 없이 나의 패배?로 끝났다. 이렇게 억울할 때가 어디 있을까 하며 속을 끓여봐야 다 소용없는 일이었다. 그 친절한 경찰관은 나에게 "네가 위반한 내용은 350불짜리이지만 내가 특별히 선처를 해서 155불로 줄여 주었다. 이의가 있으면 법원에 가서 이야기하고, 벌금은 기한 내에 늦지 않게 내라."는 설명도 덧붙여 주곤 뒤에 늘어선 벌금 수납 예정자들에게 총총걸음으로 사라졌다. 꼼짝없이 눈뜨고 코베인 상황이 한마디로 표적단속으로 생각이 들었지만 어쩔 수 없는 것이었다. 내가 멈춤을 제대로 하지 않아서 생긴 일이니까...
첨언을 하자면 이런 시스템에서 캐나다의 독특한 문화가 하나 더 있다. 벌금 스티커(고지서)를 가지고 법원에 가면 정식 재판을 청구할 수도 있다. 또 다른 방법은 법원 교통 파트 담당 검사를 만나서 벌금을 경감받는 시스템이 있다. 보통의 경우 인터넷이나 등록사업소에서 서비스 비용을 일부 부담하면서 벌금을 납부하지만, 법원으로 직접 방문해서 125달러짜리 스티커를 가지고 검사를 만나서 딜을 하는 경우 95달러에서 100달러 정도로 경감해주는 제도가 있다. 재미있는 시스템이라고 생각하는데 이럴 거면 처음부터 벌금을 좀 적게 부과를 하는 게 어떨까 생각해본다.
어찌 되었든 벌금이 크고 작고를 떠나서 교통법규는 반드시 지켜야 하고, 그렇게 해야 교통사고를 줄일 수 있으니까 법규를 어기는 일은 없어야 한다. 만약 한국에서 교통법규 위반으로 벌금을 부과할 때 이곳에서처럼 큰 금액으로 스티커를 발부하면 어떤 반응을 할까? 아마도 범칙금 때문에라도 교통법규를 더 잘 지키려고 하지 않을까?라는 나 혼자 만의 생각을 해본다.
궁금하다.
다섯 번째 이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