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생활
이민생활의 소소한 이야기 : 네 번째 넋두리
학교생활!
학생은 학교에서 모든 것을 배울 수 있다.
이것이 캐나다 공교육에 대한 나의 느낌이다.
캐나다에 처음 도착했을 때 주변 한국사람들의 의견으로는 아이들이 제 나이에 맞는 학년으로 등록을 하면 아무래도 영어문제로 힘들어할 테니 학년을 1년씩 낮추어서 등록을 부탁하라는 이야기가 대다수였다. 당시 나와 내 아내의 생각으로도 아이들 영어에 대한 이해정도나 학습능력이 아무래도 부족할 것 같아서 교육청에서 만난 입학 등록을 담당한 직원에게 한국은 3월에 신학기가 시작하고 캐나다는 9월에 신학기가 시작하는 학제가 다른 문제를 언급하면서 한국과 캐나다의 학년 차이를 감안하여 한 학년을 유보해서 큰아이는 중학생이 아닌 Grade 6로 그리고 작은아이도 알파벳 정도만 알고 있는 수준이라서 한국에서의 학년인 Grade 2로 등록을 해주길 부탁했었다. 하지만 담당관은 원래 나이에 맞게 다녀야 한다면서 그대로 캐나다 학제에 아이들 나이가 맞는 학년을 정해주었다.
그담당관 덕분(?)에 우리 두 아이는 학교생활을 하는 동안 똑같은 나이의 캐나다 친구들을 만나게 되었다.
캐나다에 도착해서 바로 여름방학을 맞이한 아이들은 일단 두 달 동안 학교생활 대신에 집에서 시간을 보내야 했다. 무작정 집에만 있게 하기도 어려울 것 같아서 집 근처에 위치한 퍼블릭 도서관을 매일 다니게 하였다. 에드먼튼 공공도서관에서는 책도 읽을 수 있고 학생들은 무료인 도서관 멤버쉽 카드를 만들면 하루 한 시간씩 인터넷도 검색할 수 있다. 이때부터 작은 아이의 독서 습관이 제대로 자리 잡았던 것 같다. 일반도서는 책을 빌리는 날로부터 3주를 대여할 수 있고 오디오북이나 영화 DVD도 인터넷으로 미리 예약을 하면 원하는 날짜에 맞춰서 가져올 수 있다. 도서 반납은 에드먼튼 전 지역 아무 곳으로나 반납이 가능하다.
가끔씩 시에서 운영하는 수영장에 가서 물놀이도 하곤 했는데, YMCA 수영장이나 시립 레크리에이션센터에서 진행하는 여름방학 캠프 형식의 다양한 프로그램에 참여하거나 수영강습을 받을 수도 있다. 4세부터 16세까지 다양한 연령대에 맞도록 프로그램이 여러 가지가 준비되어 있는데, 보통은 방학 두세 달 전에 마감이 되는 정도로 인기가 많다.
중학교(Junior High school)에서 Grade 7~Grade 9를 마치고 고등학교(High school)에서 Grade 10~Grade 12를 마치면 고등학교 성적으로 각자의 성적이나 적성에 맞춰서 대학에 진학을 한다. 보통의 경우 대학으로 진학을 하지만 이곳에도 공부와는 거리가 먼 친구들이 있기 마련이다. 그런 젊은 친구들은 직업 훈련을 받고 곧바로 취업으로 길을 찾아가는 경우도 많다. 내가 근무하는 직장에서 나보다 15년을 더 근무한 캐네디언 아주머니의 평생소원이 이 지역에서 가장 명문으로 알려져 있는 University of Alberta에 아들이 진학하는 것이 소원이라고 하는 이야기를 들어 본 적이 있는데 결국엔 그녀의 아들은 대학 대신에 직업훈련원을 통해서 진로를 찾았다.
이곳에 이민 온 한국인들은 보통 자녀 교육을 잘했다는 케이스로 한국에서나 마찬가지로 법대나 의대를 다니는 자녀들이 있는 것을 자랑으로 알고, 그중에는 토론토나 밴쿠버로 다시 유학을 하는 것을 바람으로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다. 나와 내 아내는 공부도 좋고 '~사'로 끝나는 직업도 좋겠지만 이 먼 곳까지 나와서 단 네 식구만 있는 상황에서 더 떨어져 지내는 것은 그리 좋은 생각이 아니라는 쪽이었다. 그리고 다시 외지로 나가서 공부할 경우에 들어갈 비용도 만만치 않았기에 웬만하면 집에서 다닐 수 있는 학교를 다니고 졸업해서 큰 도시로 나가는 것을 추천했다. 다행히도 큰아이는 Grade 12에 올라가자마자 11학년 성적으로 선지원을 했던 University of Alberta의 Electrical engineering에 Early Admissions을 받아서 고3 초에 대학 입학을 확정 지었었고, 작은 아이는 간호사와 교사를 놓고 고민 끝에 선생님이 본인의 적성에 맞는 것 같다며 Education 전공으로 오빠가 다니는 U of A로 진로를 결정해서 지금은 2학년에 다니고 있다.
나노 전기공학을 전공한 큰 아이는 3학년을 마치고 1년 동안 Alberta에서 가장 큰 에너지 기업인 ATCO에서 Co'op 프로그램으로 인턴쉽을 마치고 4학년으로 다시 복학한 다음 작년 4월에 졸업하기 전에 밴쿠버에 있는 전기설비회사에 취업이 확정되어서 전기설비 디자인을 하는 엔지니어로 본인의 전공을 살릴 수 있고 관심있는 분야에서 사회생활을 하고 있고, 둘째 딸아이는 친구들과도 잘 어울리는 성격에 초등학교 때부터 중고등학교를 다니는 동안에도 이곳 선생님들과도 개인적으로 교류를 많이 하는 것을 좋아하더니 교사를 꿈꾸면서 교육학 전공 2학년생으로 일요일에는 성당 주일학교 교사로, 주중에는 학원에서 어린아이들을 가르치는 학원 선생님으로 아르바이트도하면서 열심히 생활하고 있다.
한국에서 아이들을 교육시켰다면...이라는 가정으로 가끔 아내와 이야기할 때가 있다. 아마도 지방에서 중고등학교 때 상위권이라고 해도 요즘 말로 이야기하는 'In 서울'을 하기 쉽지 않았을 것이고 설령 'In 서울'에 성공했다 하더라도 SKY로 칭하는 명문에 들어가기는 낙타가 바늘귀를 통과하는 만큼 어려웠을 거란 생각이 두 사람 모두의 의견이기도 하고 아이들도 그 생각에 동의하는 편이다. 대학 졸업 후에는 취업이라는 한 단계 더 높은 관문이 버티고 있으니 참으로 우리집 두 아이들 말대로 표현하면 캐나다에서 교육을 받고 생활할 수 있어서 자기들은 '신의 아들이며 신의 딸'이라는 말을 농담 삼아하곤 한다.
한국에는 나이 삼십넘어서까지도 부모와 동거를 하는 캥거루족이라는 말도 있지만 이곳은 아이들이 18세만 넘으면 보통 나가서 사는 아이들도 많다. 물론 한국 이민 1.5세나 이민 2세들은 문화적인 차이가 있어서인지 부모들이 그렇게 많이 내보내지는 않는 분위기다. 하지만 16세부터 파트타임 잡으로 용돈을 벌고 18세 이후에는 자립하는 것이 전통적인 사회 분위기라는 것을 거의 모든 사람들이 알고 있다. 한국 사람들에게는 참 부럽고도 생소한 문화임에 틀림없다. 나는 맨땅에 헤딩하듯 이곳에서 십여 년의 생활을 하면서 생각한 것이 한 가지 있다. 한국의 면적과 비교하면 수십 배 넓은 이 캐나다 땅덩어리에 한국에만 머물고 있는 우리 젊은이들이 더 넓은 시각으로 세상을 바라보고 도전하고 극복하는 것이다. 이민이라는 것을 처음부터 시도하라는 것이 아니라 워킹홀리데이 등의 여러 가지 시스템을 활용해서 도전하고 경험해본다면 그 도전은 반드시 성공할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다음 글에는 청년들의 도전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다.
네 번째 넋두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