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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Peter의 Konadian Life Mar 06. 2020

선행학습의 의미

이민생활의 소소한 이야기 : 세 번째 넋두리

선행학습!

선행학습을 네이버에서 검색하면 [새로운 지식이나 기술을 습득할 때 정규과정보다 시간적으로 앞서 배우는 일.

선행 학습이 필요한 학생은 해당 학년의 교육 과정을 이미 충분히 이해하고 있는 상위권 학생이다.]

라고 설명하고 있다.


언제부터인가 한국사회에 뿌리를 내리기 시작한 선행학습! 조기교육! 사교육! 이러한 용어들이 그 나름의 존재 의미를 찾아보면 소득이 높은 상류층에서 자녀들이 공교육 과정에서 배우는 것을 남들보다 먼저 사교육을 통해서 진행시키고, 그 아이들이  학교에 가서는 먼저 습득한 과정을 복습하는 과정으로 활용하는 그러한 전형적인 시장경제 바탕의 경쟁필승을 추구하는 교육 행태를 보여주는 것으로 정말 특별한 방식의 기득권 이기주의적 한국식 교육이라고 할 수 있다.  


한국에서 큰아이가 초등학교 고학년이 되면서 나와 아내는 아이들의 교육문제에 대해서 고민한 것이 다. 나보다 먼저 결혼해서 아이를 키운 친구나 지인들의 이야기를 통해서 들은 이야기로 비교해 본다면 우리 아이도 중학교에 가게 되면 수업 진도를 따라가기 위해서 아니면 좀 더 성적을 올리기 위해서 다른 아이들처럼 학교가 끝나는 대로  바로 학원으로 가서 공부해야 하고, 제대로 준비된 저녁 식사도 못한 상태에서 학원에 머물러 있다가 밤늦게나 학원버스에 피곤한 몸을 기대고 집에 도착한 뒤에는 학교 과제를 마무리하고 새벽이나 잠자리에 들 수 있는 그런 일상이 반복되는 것이 한눈에 보여서 아내는 큰 결심을 하게 되었고, 그러한 한국식 교육이 우리의 아이들까지 판에 박힌 듯 속이 텅 빈 블록처럼 만들어내는 것이 싫어서 이민을 한 케이스이다. 2008년 6월. 큰아이 초등학교 6학년, 작은아이 초등학교 2학년에 캐나다로 무작정 이민 와서 그런대로 지금까지 별 탈 없이 잘 지내고 있다.

우리한국에서도 두 아이가 본인들이 희망한 태권도와 피아노를 배우게 해 준 것이 사교육의 전부라고 할 수 있는데, 이곳에 도착한 이후로 학교 밖에서는 별도의 사교육을 시키지 않았, 학교에서 진행한 음악시간과 방과 후 활동으로 스포츠 활동을 포함한 시간 활용 외에는 정규 수업을 통해서만 대학까지 잘 들어가는 것을 보고 한국의 교육 시스템이 근본적으로 문제가 있구나 하는 것을 절실하게 느꼈다. 


이곳에서는 한국에서 의미하는 선행학습이라는 말을 캐네디언의 일상에서 찾아보기 어렵다. 그런데 한국 부모의 특기라고 할까? 한국에서 수천 킬로미터가 떨어져 있는 이곳 에드먼튼에서도 한국의 대표적인 사교육이 보인다. 한국 사람이 한국식 영수 과목 학원을 차리고, 한국인 부모 손에 이끌려서 유치원을 다닐 나이 또래의 한국 아이들이 다니는 것을 보면서 얼마나 안타까운지 모른다.


캐나다에서는 대부분의 중고등학생들도 오후 3시 전후로 학교가 끝나면 아이들은 집으로 돌아온다. 우리 아이들이 학교생활을 한 것을 경험으로 보면 집에서 그리 많은 과제를 하지도 않는다. 여름방학은 7월부터 8월까지 2개월 정도의 시간을 주는데 방학숙제라는 것은 존재하지도 않다 보니 아이들은 두 달 동안 열심히 놀고 봉사활동을 하고 가족들과 여행을 하는 시간으로 채워진다. 물론 나이가 16세 이상인 아이들은 파트타임(아르바이트)으로 용돈을 벌 수도 있고,  대학생들의 경우 등록금을 버는 경우도 많다.


한 가지 예를 들면 악기를 배우는 것도 학교에서 가능하다.(단순히 나의 두 아이들이 다녔던 카톨릭교육청 소속 학교생활 기준으로 서술한 것임을 밝힙니다. ) 우리 아이들의 예를 들어보면 중학교에서는 1학년 음악시간을 필수로 지정해서 학생들이 희망하는 한 가지 악기를 배울 수 있도록 지도한다. 2학년 이후로 계속 진행하는 것은 본인이 정할 수 있다. 음악시간으로 관악기 밴드를 구성해서 매년 2차례 이상 음악회를 열어 다양한 경험을 하도록 기회를 제공한다. 학교에서 진행하는 콘서트도 있고, 학교 외의 별도의 단체(Edmonton Youth Orchestra, Catholic All City Junior High &High school Bend 등)에 가입해서 참여하는 그룹에 소속되어 있는 경우에는 에드먼튼 필하모닉의 주 연주 장소인 대형 극장인 Winspear Centre에서 연주할 수 있는 기회도 여러 차례 주어진다. 아이들을 위한 참 교육은 이런 게 아닐까 생각한다. 아이들이 공연하는 콘서트는 저녁시간에 부모들이 참석할 수 있도록 학교에서도 모든 선생님들이 늦은 시간까지 남아서 배려해주고 있다. 그 시간에는 아이들이 각자의 기량을 뽐내고, 아이들이 준비한 음악과 퍼포먼스를 보면서 격려하고 응원해주는 자리가 되도록 많은 부모들이 참석을 다. 이처럼 자연스럽게 공연문화를 배우게 되는 것이 이곳의 음악교육 시스템의 일부라고 생각한다.


학교 정규 수업이 끝나면 주로 체육활동을 많이 하는데 학교에서 운영하는 운동부에는 누구나 지원할 수 있고 여러 가지 운동을 체험할 수 있도록 관리를 해준다. 야구, 배구, 농구, 축구, 배드민턴, 컬링 등 다양한 체육활동을 할 수 있도록 지도해주고 학교의 대표로서 자부심도 느낄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 준다. 종목별로 각 학교 대항 토너먼트를 진행하는 경우도 있고 지역별로 경기를 진행하는 경우도 있다. 우리 큰아이는 중학교에서 배구, 축구, 야구, 배드민턴 선수로 활동을 하기도 했다. 많은 비용을 들여서 운동부 활동을 하는 것도 아니고, 단체복으로 맞추어서 입는 티 하나 정도 구입하는 비용과 아이들이 이동하는 차량에 드는 비용 정도만 내면 활동에 드는 비용의 전부다. 고등학생이 된 후에는 이곳 현지 아이들보다 체격 조건이나 체력이 부족한 이유로 그만두긴 했지만 좋은 경험을 한 것이다. 그리고 이곳 학생들이 주로 하는 과외 활동이라면 봉사활동을 많이 하고 있다. 도서관에서 병원에서 양로원에서 여러 가지를 경험할 수 있도록 학생들에게 배려해주고 있다.


선행학습과 조기교육으로 다른 아이들과의 경쟁에서 이겨야 하는 것이 현실이라지만 초등학생이 중학교 학습 내용을 미리 배워야 하고, 중학생이 고등학교 교과목 과정을 마치고, 학교에서 배우는 것보다 학원이나 과외를 통해서 배우는 것을 무기 삼아 미래를 결정짓게 만드는 시스템을 언제까지 유지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개천에서 용 난다는 말은 이제 먼 옛날이야기라고들 하는데 왜 이렇게 조기교육과 사교육에 목을 매고 살아야 하는지 이제 부모들도 다시 생각해야 하고, 교육 시스템을 만드는 전문가들도 엄중하게 고민해야 할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과연 한국 국내에서 선행학습과 사교육을 통해서 중고등학교를 우수한 성적으로 마치고 서울에 소재한 대학에 간다고 하더라도 그 아이의 미래가 행복할지? 아니면 인성이 부족한 성적 우수자로 삐뚤어진 사회인이 될지는 잘 생각해야 할 것이다. 좁은 테두리 안에서 경쟁이 치열하니만큼 남보다 우선순위를 먼저 차지해야 한다는 것은 단순히 시장 논리로 해석을 할 수도 있겠지만 아이들의 미래와 진정한 행복을 위한 길이 어떤 건지는 심사숙고 해서 찾아야 할 문제라고 생각해 본다.



세 번째 넋두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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