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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여름 Jul 02. 2020

설렘을 되찾는 (조금은 쉬운) 방법 #1

코로나 시대에 일상조차 무기력해진 우리들에게

언젠가 애인이 물었다. "요즘은 나이들었는지 설레는 게 잘 없지?" 30대의 자신은 어떤 일에 무척 설레었다고. 생각해보니 20-30대의 나는 설레는 일이 많아도 너무 많아서 탈이었다. 혼자 제주에 가는 일도, 좋아하는 가수의 공연이나 온갖 페스티벌에 가는 일도, 좋아하는 작가나 배우의 새로 시작하는 드라마나 영화 소식도, 좋아하는 시인의 출간 소식도, 그 공연을 작품을 시를 보고 읽던 무수한 그 밤들도, 애정하는 친구도, 매년 돌아오는 봄도, 그리고 그 무엇보다 내가 하던 일들과 내가 속한 조직까지도. 조금 과장을 보태어 얘기하자면, 그시절의 나는 세상 모든 게 설레고 좋았다. 하지만 아쉽게도 작년 하반기부터 많이 달라졌다. 엄청난 격무에 시달리며 번아웃이 오면서 내 업무에 있어서 예전보다는 흥미를 잃게 됐다. 내게는 일이 굉장히 중요했는지, 일에서 흥미를 잃자 다른 모든 것들이 재미없고 무료했다. "연애는 어른들의 장래희망 같은 것" 이라고 일찌감치 으른 연애의 바이블로 불리는 드라마 <연애시대>에서는 얘기했었지만, 오랜만에 정말 많이 사랑하게 된 사람을 만나 연애하고 있었음에도 저런 참담한 감정이 지속됐던 걸 보면, 나라는 인간은 확실히 일과 연애 두 축이 모두 동일하게 견고해야만 했던 것이 아닐까. (그나마 일이라는 한 축이 무너졌을 때 다른 한 축인 연애가 든든히 버티고 있어 그 어두운 시절을 견뎌내 올 수 있었다.)


그런데 올해 초부터는 딱히 개인적인 일들이 발생하지 않아도, 코로나라는 바이러스로 인해 전 세계적으로 팬데믹 상태에 접어들게 됐기에 모든 이들의 일상이 무너졌다. 퇴근 후 만나던 친구들과의 술 한잔이나 맛있는 식사, 일상이 지겨워질 때면 훌쩍 떠나던 여행, 여럿이 모여 뭔가를 배우거나 하는 그 모든 것들이 코러나 바이러스에 노출되는 위험을 감수해야 하기에 우리가 하고 싶어도 할 수 없고, 할 수 있는 일들의 가짓수가 현저히 줄었다. 모두들 무기력해지기 딱 좋은 컨디션이었다.


이럴 때 일상을 조금이나마 환기시키고, 내 삶에의 설렘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 방법은 뭘까? 브런치식 스타일로 그 얘기를 한 번 풀어놔볼까 한다. 대단할 것도 없는, 그저 내가 발버둥 쳐 본 방법이지만 누군가에게는 도움이 되기를 바라며.


1. 아티스트 데이트와 모닝 페이지

_무채색의 일상에 다채로운 예술적 자극이 필요하다면


줄리아 카메론의 <아티스트 웨이(The Artist's Way)>에서 창조성을 높이기 위한 방법으로 제시한 여러 가지 중, 나는 아티스트 데이트와 모닝 페이지만 열심히 해보곤 했다. 다른 방법들은 꾸준히 하기가 어려웠고 두 가지는 재미있고 내게 잘 맞았던 것 같다. 다른 방법들이 궁금하고 해보고 싶다면 해당 책을 한 번쯤 읽어보길 바란다. 나도 7년 전쯤 선물 받아 읽고 무척이나 신선한 자극이 되었고 주변에 추천도 많이 했었다.


아티스트 데이트는 한 주에 한 번 정도 혼자서 영화, 전시, 책, 음악 등을 접하며 충분한 감상을 하는 것이다. 아티스트 데이트의 핵심은 '혼자'. 둘이나 여럿이서 함께하면 상대를 신경 쓰거나 배려해야 할 일들이 많기 때문에 오롯이 작품을 대하는 내 감정에만 집중하기가 어려운 게 사실이다. 코로나 시대에 어울리게 온라인 연주회, 연극, 전시도 많아졌고 넷플릭스, 유튜브, 왓챠플레이 등 영화나 드라마 등의 콘텐츠를 볼 수 있는 플랫폼도 다양해졌기 때문에 마음만 먹으면 아티스트 데이트를 하기는 어렵지 않다. 매주 일정한 요일과 시간을 정해두면 1인 일정이어도 지속적으로 진행하기 수월해진다.


모닝페이지는 아침에 눈을 뜨자마자 생각나는 말들을 A4 2-3장 정도에 편하게 쓰는 일이다. <아티스트 웨이>에서는 꼭 수기로 작성하기를, 그리고 작성하자마자 바로 없애기를 권유했던 것 같다. 그러나 나는 이 원칙을 조금 어기고 눈뜨자마자 커피를 내리고 노트북을 켜고 타이핑을 쳤다. 수기가 이미 너무 어색하고 힘들어진 지 오래라 수기로 했다간 하루하고 말 것 같았기 때문이다. 덕분에 기록도 다 남았고, 나중에 다시 읽어보는 재미도 쏠쏠해서 파일을 삭제하지 않는다. 저자가 바로 삭제하기를 권했던 이유는 아무래도 인간이란, 기록으로 남겨둘 예정이라면 글을 작성할 때부터 비문을 쓰지 않으려 노력하고 글을 쓴 뒤 교정하는 등 더 괜찮은 글로 남겨두려 노력하는 존재이기 때문일 것이다. 모닝페이지는  그런 규칙들을 탈피해서 아무렇게나 쓰고 내 안의 부정적인 감정들을 글로 털어내어 버리는 과정으로 삼기를 바랐을 것이다. 비워내야 또 좋은 것들을 채울 수 있는 마음의 공간이 생기니까. 나는 그저 저렇게 노트북에 아무렇게 써놓는 것만으로도 그 효과를 충분히 보고 있어서 변형된 방법으로 계속하고 있다.




글이 너무 길어져서 2편에서 나머지 3가지 방법을 얘기하도록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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