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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이사 Nov 01. 2020

좋은 중독과 나쁜 중독 구별법

재미없는 것을 재미있게 만들 방법을 찾을 것

교회 내 소그룹에서 내가 항상 하는 단골 기도 제목이 있다. 성경을 읽는 규칙적인 습관이 길러질 수 있도록 해달라는 것이다. 하지만 나는 말로만 그렇게 하고 싶다고 했을 뿐 할 의지가 별로 없다. 예상하듯이 나는 매주 실패하고 뻔뻔하게도 또 같은 기도 제목을 형식적으로 제출한다. 문제는 무엇일까? 재미가 없기 때문이다. 시간이 없다는 것은 이유가 되지 않는다. 아무리 시간이 없어도 정말 재밌다는 넷플릭스 드라마는 시간을 쪼개고 잠을 덜 자더라도 보고 말기 때문이다. 내가 성경을 규칙적으로 읽겠다는 장기적인 습관을 만들고 싶다면 그것을 재미있게 만들어야 한다. 문제는 그것이 쉽지 않다는 데 있다. 재미없는 것을 재미있게 만드는 것은 모든 사람들의 고민이 아닐까?


<중독의 시대>의 저자 데이비드 T. 코트라이트는 '쾌락은 항상 동기부여와 연결되어 있다'고 말한다. 쾌락이 너무 쉽게 중독으로 연결된 수많은 사례들을 통해 우리는 쾌락을 멀리하는 금욕적인 삶이 이상적인 것처럼 여기곤 하지만, 쾌락은 정말 나쁘고 피해야만 하는 것일까? 쾌락을 중독이 아닌 동기부여 차원에서 이용할 수 있지 않을까? 먼저 쾌락을 어떻게 이용하느냐에 대한 고민 전에 쾌락에 대한 정의부터 시작해 보자.


1. 좋은 쾌락

2. 나쁜 쾌락

3. 호르메시스적인 쾌락

(*호르메시스(Hormesis) 원리: 유해한 물질이라도 소량이면 인체에 좋은 효과를 줄 수 있다. 많은 화학 성분이 소량만 섭취하면 영양가가 있거나 유익하지만, 다량을 섭취하면 유해하거나 치명적이다)

고대 사회는 도덕적으로 쾌락을 크게 세 가지 범주로 분류했다. 몰입과 같은 한 범주는 거의 또는 항상 좋다는 평가를 받았다. 근친상간과 같은 또 다른 범주는 거의 또는 항상 나쁘다는 평가를 받았다. 마지막 범주는 호르메시스의 절충안에 해당하여, 적당하면 좋지만 지나치면 나쁘다는 평가를 받았다. -<중독의 시대>, p.54


대부분의 쾌락은 호르메시스 원리에 따른다. 소량은 유익할 수 있지만 무엇이든 지나치면 좋지 않다. 몰입은 좋은 것, 근친상간은 나쁜 것이라는 데 어느 정도 동의하지만, 한 사람의 맥락과 상황을 고려하지 않은 채 무엇이 좋고 나쁘다고 할 수 없는 일이다. 육아를 해야 할 부모가 아이를 외면하고 자기 계발에 빠지는 경우 자기 계발이 좋다고만 볼 수 없으며, 심각한 상처를 얻은 사람에게는 마약성분의 의학 물질도 필요한 경우가 있지 않은가.


언제나 지나친 탐닉이 문제였고,
이는 비단 도박만의 문제도 아니었다.

- <중독의 탄생>, p.53


어떤 쾌락이 좋은지 아닌지는 누가 대신 판단해 주는 것이 아니라 내 상황의 맥락과 나의 가치관을 가장 잘 아는 내가 내려야 한다. 그리고 이 판단의 기준은 내가 어떤 사람이 되고자 하느냐에 따라 달려있다. 나는 좋은 쾌락이란 나의 가치관(어떤 사람이 되고 싶은가)을 지향하는 데 사용하는 도구로 사용하는 것으로, 나쁜 쾌락이란 쾌락 그 자체가 목적이 되는 것이라고 정리했다. 결국 쾌락을 내 인생에서 좋은 동기부여로 활용하기 위해서는 장기적인 관점에서 바라보아야 한다. 내 가치관에 부합하는 행동을 정하고 (여타 다른 비판받는 쾌락처럼 쉽게 중독될 수 없는) 그 행동에서 쾌락을 만들어 내 중독될 수 있도록 나를 단련해야 한다. 세 가지 방법이 있다.


1. 사회의 메커니즘(일명 '변연계 자본주의')을 이해한다.


모든 기업은 사람들이 거부할 수 없을 만큼 유혹적인 제품을 판매하길 원한다. 1. 좋은 쾌락과 2. 나쁜 쾌락과 3. 호르메시스적인 쾌락을 혼합하고, 규제를 빠져나갈 방법을 찾아내고 개선하면서 새롭게 변형된다. 누가 봐도 좋은 쾌락과 나쁜 쾌락은 한 공간에 존재하고, 기업은 조직적으로 정치적으로 활동하며 다른 사회환원의 방식으로 기업의 이미지를 세탁한다. 또한 정부가 개입하여 어떤 쾌락에 여러 제재를 가하는 방법으로 공급을 억제하면 다른 쾌락에 대한 수요가 증가하기 마련이다. 억누르면 튀어나오는 풍선효과를 이해해야 한다. 이러한 변연계 자본주의를 이해하는 것은 중독을 개인의 실패로 받아들이지 말아야 한다는 차원에서 중요하다. 더욱 많은 쾌락에 노출된 우리 스스로에게 실패자라는 낙인을 스스로 찍지 말아야 한다.


2. 중독의 특성을 이해한다.


인간은 항상 짜릿한 쾌락을 기억한다. 처음에 '우아' 하는 짜릿한 순간으로 시작된 쾌락은 나중에는 쾌락의 강도가 감소하더라도 그 행동을 연상하는 것만으로도 이미 도파민이 분비된다. 결국 쾌락과는 별개로 욕구가 갈망으로 변하고 우리는 무언가에 중독이 된다. 그렇게 본다면 쾌락 그 자체가 문제가 아니라 쾌락을 갈망하는 욕구가 문제다. 다시 말하면 무언가에 중독되기 위해서는 짜릿한 쾌락을 만들어 내야 한다. 다만 그 짜릿한 쾌락이 단련을 통해서 이루어질 수도 있다는 것을 이해해야 한다. 내가 현재 강하게 연결되어 있는 것은 무엇이고 내가 앞으로 강하게 연결되고 싶은 것은 무엇인가?


가치관은 어떤 사람이 되고 싶은지,
무엇을 지키고 싶은지,
주변 세상과 어떻게 교류하고 싶은지가 반영된 덕목의 총합이다.

- <행복의 함정>, 루스 해리스


나는 좋은 엄마이자 능력 있는 회사의 구성원이 되고 싶다. 그러려면 정직하고 상대방에 대한 연민을 가지는 인간이 되는 한편 건강을 유지하고 꾸준히 공부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 내가 택한 방법은 꾸준히 책을 읽고 글을 쓰고 달리는 습관을 유지하는 것이다. 시간 계획을 잘해서 아이들과 충분한 시간을 가지는 것이다. 지루하고 귀찮고 피곤해 보이지만 분명 이 방법들 속에서 나는 즐거움을 얻는다. 이 즐거움은 주위 사람들의 인정뿐 아니라 그 행동 자체에서도 얻는다. 물론 이 쾌락은 즉각적인 뇌 보상이 아니기 때문에 항상 즐거울 수는 없다. 이것을 <중독의 시대>에서는 '단련된 쾌락'이라고 말한다.


사람들은 도전적인 과제에 몰두할 때 몰입 상태를 경험한다. 몰입한 사람들은 평온하게 일상의 근심을 다 잊고, 심지어 시간의 흐름조차 잊는다. 그들은 무엇을 해야 할지를 분명히 알고, 그 일을 해낼 자신의 능력을 확신한다. 불안과 지루함에서 해방된 그들은 몰입 상태에서 본질적으로 보람을 느낀다. 더 뛰어난 기술이 요구되는 까다로운 과제일수록, 성취했을 때의 보람은 더 커진다. -<중독의 시대>, p. 49~50


문제는 몰입에 이르려면 집중적인 노력과
심지어는 고통이 요구된다는 것이다.


몰입의 만족감, 문제 해결의 전율, 명상의 평온함은 모두 단련된 쾌락의 예다. 이런 쾌락을 얻기 위해서는 선술집이나 사창가에 불쑥 들어가는 것과는 전혀 다른 일련의 준비 과정이 필요하다. -<중독의 시대>, p. 52


3. 나와 같은 가치관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과 함께 한다.


나는 꾸준히 달릴 때마다 항상 갈등이 되는 두 포인트가 있다. 달리러 나가기 전, '뛸까 말까?' 달리는 중간 힘이 들면 '멈출까 말까?'에 대한 것이다. 이럴 때 외부적 요인으로 체인지 러너스 사람들이 강한 동기부여가 된다. 체인지그라운드 영상으로 만난 우리는 130여 명의 사람들이 함께 단톡 방에 모여 있는데 우리는 항상 달리고 나서 사진을 찍어서 인증을 한다. 같은 가치관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과 모여 있으면 내가 이렇다고 으스대거나 자랑하는 것이 아니라 서로 수고하셨다고 격려하고 기록을 세우면 진심으로 축하한다. 더 잘 달리는 팁이나 정보를 공유하고, 그런 모습을 보고 노출되어 있는 것만으로도 뛰어야겠다는 마음이 생긴다. 글쓰기도 마찬가지다. 독서 모임 방에서는 서로 쓴 글을 공유하고 독서한 것을 인증하고 격려하는 방법으로 함께 하면서 즐거움을 얻는다. 인정 욕구를 긍정적으로 활용하는 환경설정을 통해 쾌락으로 전환한다.



결국 우리는 중독의 시대에 살고 있다는 것을 인정하고 스스로를 지킬 수 있도록 단련해야 한다. 계획한 행동이 습관이 되기까지 도움이 필요하다면 쾌락을 이용하는 방법을 찾아 보자. 호르메시적 관점에서 적절하게 이용한다면 중독 그 자체는 나쁜 것이 아니다. 쾌락은 단련될 수 있고, 환경설정을 통해 '좋은' 쾌락에 우리를 중독시킬 수 있다. 모든 것은 동기 부여에 달려 있다.


중독 자체는 이롭게 바뀔 수 있다.

- <중독의 시대>, p.3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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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콘텐츠는 로크미디어로부터 제작비를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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