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이사 Jan 10. 2021

아! 이걸 미리 알았더라면...

완전히 다른 결과를 가져오는 상황의 변화

내가 세 아이들에게 하는 수많은 잔소리 중에 하나는 씻으라는 것이었다. 특히 샤워를 싫어하는 큰 아이는 샤워하지 않고 5일은 기본이라, 나는 결국에는 화를 내서 강제로 시키거나 아이가 좋아하는 게임 금지령을 내려서 그야말로 꾸역꾸역 씻겼다. 그런데... 놀랍게도 한 번에 해결한 방법이 있었으니, 바로 플라스틱으로 되어 있는 접이식 욕조 통이었다. 어느 날 남편이 이걸 사 오자 아이들은 뜨끈한 물에 몸을 담그고 물장난을 치느라 매일 서로 씻겠다고 아우성이다. 정말 신기하게도!! 아이들은 이제 나에게 이렇게 묻는다. "엄마 오늘 샤워하면 안돼요?" (너무 물 낭비가 심해서 매일 샤워 금지 조치 중...)


사소한 에피소드지만 이것은 항상 고민하던 문제에 어쩌면 더 건강한 대안이 있을 거라는 확신을 준 계기가 되었다. 그리고 나는 이것이 내 막연한 짐작이 아닌 실제로 가능한 일이라는 것을 이 책 <나를 나답게 만드는 것들>에서 확인했다. 



가장 리마커블한 사례는 아이슬란드의 10대 청소년 이야기다. 1990년대 아이슬란드에서 40 퍼센트 이상이 음주를 했고 20퍼센트 가까이 마약을 하던 10대 청소년들의 비율이 지금은 거의 5퍼센트로 떨어졌다는 것이다.  이 놀라운 성공의 비결은 아이들에게 마약보다 더 나은 대안을 주었기 때문이다. 1990년대 아이슬란드 관료들은 일탈한 아이들에게 벌을 주거나 금지하는 대신 방과 후 프로그램을 적극적으로 지원했다. 무료했던 10대 청소년들은 쉽게 접하지 못했던 교육 (피아노, 조각, 탱고, 무술 등의 스포츠, 생활 기술 훈련)에 적극적으로 참여했고, 부모들은 십 대 청소년을 키우는 팁에 관한 교육을 받았다. 이것은 그냥 해본 대안이 아니었다. 당시 아이슬란드는 중독이 아이들 뇌에서 어떻게 작용하는지 이해했고, 중독 대신 도파민 보상체계를 적용한 것이다.

 

아이슬란드 청소년들은 어떻게 마약을 거부하게 됐을까? (출처: The Atlantic)


유명한 '쥐 공원' 실험은 아이슬란드의 놀라운 결과를 축소해 놓은 것 같다. (아마 아이슬란드 정부는 이 실험에 영향을 받지 않았을까?) '쥐 공원'쥐를 대상으로 마약 중독에 관한 실험을 하던 심리학자 브루스 알렉산더가 아무런 할 일 없이 혼자 방에 갇혀 있는 실험 쥐의 상황에 문제를 제기하면서 시작한 연구다. '할 일이 없고 레버를 누르기만 하면 코카인이 나오는데 중독이 안 될 수 있을까?' 그래서 알렉산더는 쥐들을 위한 파라다이스, '쥐 공원'을 만들었다.


'쥐 공원'은 쥐들이 마음 놓고 탐험해 볼 수 있을 수 있도록 다양한 물체를 두었고 암컷과 수컷이 가족을 만들 수 있는 공간까지 마련되었다. 그리고 6주 동안 모르핀에 중독된 쥐들을 쥐 공원에 풀어두고 여전히 모르핀이 첨가된 물과 일반 물을 제공해 주었는데, 압도적인 다수의 쥐가 모르핀 중독에서 벗어났다. 마약이 유일한 선택이 아니라 다양한 (더 나은) 선택이 주어졌을 때 쥐들은 마약을 거부했다. 건강한 환경이 약물 남용과 중독을 줄일 수 있다는 것을 입증한 것이다. 


(사진 비교: 갇힌 실험실 쥐들의 모습과 쥐 공원)

A bustle in the cage-row: the making of Rat Park (출처: stuartmcmillen.com) 


위 두 사진을 비교하면 결과는 당연해 보인다. 왜 그 전에는 이 생각을 하지 못 했을까? 우리 삶에서는 이런 일들이 계속 반복된다. 아 그걸 조금만 일찍 깨달았더라면, 조금만 일찍 알았더라면 결과는 완전히 달라졌을 것이다. 위 연구에서 알렉산더가 실험 조건을 전환한 것은 뇌가 마약 그 자체에 중독이 되는 것이 아니라 도파민에 중독된다는 것을 막연하게 이해했기 때문이 아닐까. 어떤 문제나 상황의 원인을 열어두고, 더 나은 방법에 대한 여지를 남겨 놓는 것으로도 대응 방법은 완전히 달라질 수 있다. 


우리는 과학이 일깨워준 사실을 알아야 한다. 바로 우리의 기저선 기분은 우리가 통제할 수 없는 요인들에 의해 아주 어린 시절에 대부분 미리 결정된다는 것이다. 나이가 들면서 생기는 기분의 변화에 대해서도 우리는 별로 할 수 있는 것이 없다. 어떤 사람은 이런 일깨움이 달갑지 않을 것이다. 우리는 통제를 좋아하고, 자신의 기분을 바꿀 수 있는 힘을 원한다. 그럴 수 있다. 하지만 그런 힘을 얻으려면 먼저 진실을 받아들여야 한다.  - <나를 나답게 만드는 것들>, p. 196


<나를 나답게 만드는 것들>에서 저자 빌 설리번은 그 해결 방법을 찾기 위해서는 진실을 정확히 받아들여야 한다고 말한다. 그렇다면 인정해야 하는 진실은 도대체 무엇일까? 책에는 수많은 사례와 연구들로 이야기하고 있지만 나는 반드시 인정해야 할 진실을 세 가지로 정리해 보았다. 



1. 한 가지 답은 없다: 모든 것은 상호작용을 통해 이루어진다.


가끔 나는 유튜브에서 노력도 재능이라는 댓글을 종종 본다. 물론 유전자의 영향도 있을 수 있다. 하지만 그것은 단편적인 답일 뿐이다.  빌 설리번은 유전학, 후성 유전학, 미생물학 및 신경학의 수많은 사례와 연구 결과들을 통해 인간은 우리가 통제할 수 없는 수많은 숨겨진 힘의 영향 아래에 살고 있다고 말한다. 유전자 하나는 전체 그림을 구성하는 퍼즐의 한 조각에 불과할 뿐이라고 말이다. 퍼즐 한 조각으로 전체 그림을 알아낼 수 없듯이 유전자 하나로 사람의 행동을 예측하거나 판단할 수 없다. 결코 환경도 전부는 아니다. 각각의 영향이 모두 중요하다. 하나가 모든 것을 결정하지 않는다는 것을 인정해야 한다.


2. 모두가 다르다: 비난하지 말자. 질책하지 말자.


아무리 생활 방식을 똑같이 해도 각자의 유전적 구성은 사람마다 체중의 증감이 다르게 나타난다. 일부 사람의 경우 식욕은 자제력의 문제가 아니라 자신의 통제력을 벗어난 부분일 수 있음이 여러 실험으로 명확하게 드러난 것처럼 병적 비만이나 마약 혹은 도박 중독을 의지박약의 문제로 비난할 것이 아니라 질병으로 이해해야 할 부분이 있다는 것이다. 특히 그 사람을 잘 알지 못하는 상황에서 (통제 불가능했을 어떤 부분을 이해하지 못한 채로) 무조건 비난하는 것은 상황을 더 악화시킬 뿐이다. 심지어 씻기 싫어하는 큰 아들에게 내가 어떻게 그렇게 안 씻을 수 있냐고 비난하는 것은 아이가 더 샤워를 싫어하게 만들 뿐이었다... 


뚱뚱하다고 잔소리를 하는 것은 잔인하고 불쾌한 접근 방식일 뿐만 아니라, 체중 감량에 효과가 없고, 당사자의 건강과 행복을 좀 먹는 행위임이 과학을 통해 입증되었다...(중략) 하지만 그런 날이 올 때까지는 공감 어린 지지와 격려가 자신과 타인이 현실적인 건강 목표를 달성할 수 있도록 돕는 더 나은 방법일 것이다. - <나를 나답게 만드는 것들>, p. 119
그런 문제에서 당장 빠져나오라고 질책하는 것은 앞을 못 보는 사람에게 어서 앞을 보라고 고함지르는 것과 같다. 그보다는 격려하고 전문가의 도움을 권하는 편이 낫다. - <나를 나답게 만드는 것들>, p. 196


3. 세상은 원래 불공평하다: 하지만 변화는 만들 수 있다.


어릴 적에 네가 원하면 뭐든지 될 수 있다는 환상은 잘못된 것이다. 대통령이면서 유명한 가수면서 노벨상을 받는 천재가 되는 것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선천적으로 타고나는 것이나 후천적인 환경 또한 내가 선택할 수 없기 때문이다. 우리가 기울어진 운동장에 서 있다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예를 들어 도파민 시스템의 유전적 변이 때문에 일반적인 상황에서 쾌감을 느끼지 못하는 사람들은 더 큰 위험을 추구하는 경향이 있는데 자라는 환경에 따라 누군가는 에베레스트 산을 오르고 누군가는 범죄나 마약에 노출된다. 세상이 불공평하다는 사실을 일단 인정하면 아이슬란드나 쥐 공원의 사례처럼 우리는 환경을 바꿔서 그 불평등을 최소화할 실용적인 조치를 할 수 있다. 아동의 사회경제적 환경이 후성유전체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연구 결과를 통해 빈곤한 지역과 학교에 긴급하게 투자를 집행하는 것처럼 말이다. 지식을 좋은 곳에 활용해서 변화를 만드는 것이다.



결론은, 우리 행동의 밑바탕에 깔린 진리를 아는 것이 그에 대해 무언가 조치를 취하는 데 반드시 필요한 전제조건이라는 것이다. 우리가 가진 카드는 무엇인지 정확히 파악하는 것이 절대적으로 중요하다. 내가 어떤 성향인지, 나의 기저선이 어느 정도인지, 저 사람이 어떤 상황에서 그런 결정을 하게 되었는지 오랜 관찰을 통해 알아내야 상황을 개선하기 위한 가장 효율적인 방법을 찾을 수 있다. 그 방법이란 누군가를 비난부터 하는 것이 아니라 격려하고 지지하는 것이 훨씬 효과적이라는 것을 깨닫는 것이다. 내가 모르는 다른 상황이나 이유가 있을 수 있다는 것을 이해하는 것이다. 어쩌면 더 건강한 대안이 있을 수 있다는 것을 믿는 것이다.


특히나 우리 아이들에게 주어진 선택이
물속으로 가라앉을 것이냐, 헤엄쳐 나올 것이냐가 되어서는 안 된다.
헤엄쳐 나올 것이냐, 구조받을 것이냐가 되어야 한다.
결국 이것이 더욱 강하고 건강한 사회를 만들 것이다.

-<나를 나답게 만드는 것들>, p. 381

#나를나답게만드는것들 #씽큐베이션 #씽큐ON8기 #체인지그라운드


*메인 사진 출처: www.stuartmcmillen.com

*본 콘텐츠는 로크미디어로부터 제작비를 지원받았습니다.

작가의 이전글 궁극의 약을 찾아서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