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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이사 Jan 24. 2021

인간이 비둘기처럼
"본능적으로" 반복하는 습관

어느 주말 한 남자가 응원하는 야구 경기가 진행 중이다. 하지만 그는 야구 경기를 보지 않는다. 매번 그가 생중계 방송을 볼 때마다 그 팀이 지기 때문이다. 아이러니하게도 그가 자신의 팀을 응원하는 최고의 방법은 경기를 보지 않는 것이 되었다. 우리는 이런 일들을 주위에서 많이 목격할 수 있다. 그것이 결과와 직접적인 관련이 있는지는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 우리는 경험을 통해 그런 믿음(종교 or 미신 or 습관이든)을 만들어 내고 때로는 필사적으로 지키려고 노력한다.


이런 우리의 행동을 비둘기를 통해 객관적으로 볼 수 있는 재미있는 실험이 있다. 미국의 심리학자인 벌허스 프레더릭 스키너 Burrhus Frederic Skinner는 1940년대에 배고픈 비둘기들을 우리 안에 먹이 주는 기계에 함께 넣었다. (그 유명한 스키너의 상자!!) 비둘기들은 비둘기 특유의 행동- 우리 안을 정처 없이 왔다 갔다 하거나 부리로 바닥을 쪼거나 빙글빙글 돌거나- 을 하다가 어느 순간 기계에서 먹이가 나오면 그 직전에 자신이 하던 행동을 반복했다. 먹이가 나오기 직전 날개를 파닥거렸던 비둘기는 계속 날개를 파닥거렸다. 기계에서 먹이를 주는 것과 자신이 하는 행동이 실제로 연관이 없더라도 인과관계를 만들어낸 것이다.


우리는 결국 모든 것을 이해하고 통제의 환상을주기 위해 미신과 의식에 의지하게 된다.(이미지 출처: philosophicaldisquisitions.blogspot.com)


어떤 의미에서 보면 이것은 지능이 있다는 표시다.
우리는 패턴을 인식하고 맥락을 찾아내도록 프로그래밍되어 있다.
그렇게 하는 것은 아주 유용하다...(중략)
다만 문제는 우리가 패턴을 인식하는 데 너무 성급하다는 것이다... (중략)
단 한 번의 관찰을 통해 얼마든지 우연일 수 있는 사건에 어떤 규칙을 부여한다.

-<우연은 얼마나 내 삶을 지배하는가>, p.188-189


<우연은 얼마나 내 삶을 지배하는가> 저자의 말처럼 문제는 패턴을 인식하는 그 자체가 아니라 너무 성급하다는 데 있다. 문제는 "~하면... 할 것이다"에 대한 잘못된 믿음은 단순히 야구 경기가 이기고 지고의 문제에 그치지 않는다는 것이다. 대학만 가면, 결혼만 하면, 좋은 직장에 들어가기만 하면 행복할 것이라는 가정은 우리의 삶을 파괴할 수도 있다. 결국 우리가 이렇게 하는 이유는 결과를 통제하고 싶은 욕망 때문이다. 결과를 자신이 통제하고 싶은 욕망으로 인해 실제로 통제할 수 없는 결과가 아닌 행동을 통제함으로써 스스로 납득할 수 있는 인과관계를 만들어 내는 것이다. 이것은 우리가 하는 모든 실수의 근본 원인이 될 수 있지만 안타깝게도 인간의 본성은 계속 이런 규칙들을 만들어 내도록 진화해왔다.


과연 기후 변화는 기상청을 개혁하면 될 것인가? 정부의 무능을 탓하면 될 문제일까?


그러면 이런 인간의 본성을 거스르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마음 챙김>의 저자 샤우나 샤피로는 마음 챙김 수행을 통해 뇌를 재설계할 수 있다고 말한다. 무의식적으로 반응하는 것이 아니라 의식적으로 대응하는 연습을 통해서 가능하다는 것이다. 책에 언급되는 수많은 사례들은 이런 의식적인 훈련을 통해 우리는 "진짜" 원인을 파악하고 대응하는 능력을 키울 수 있는 것이 가능하다고 설득한다.


이러한 패턴들이 너무 강해지면, 상황을 명확하게 보는 능력이 떨어지고 현명하고 자애로운 대응을 선택할 자유도 제한된다. 결국 자동항법장치에 따라 인생을 살아가게 된다. 길들여진 패턴과 감정이 우리의 믿음과 생각과 행동을 지배해, 습관의 초고속도로만 질주하게 된다. -<마음 챙김>, p.87


저자 샤우나 사피로는 자동적인 반응을 거부하기 위해 제시하는 두 가지 강력한 차단책이 있다. 1. 일단 멈추고 2. 목격자의 자각 상태가 되라는 것이다. 예를 들어 어느 날 유난히 차가 막히면 "이 길은 항상 차가 막히는구나"가 아니라 사고가 났을 수도, 근처에서 어떤 행사를 하고 있을 수도 있다고 다른 가능성을 것을 생각해 보는 것이다. 기우제가 비를 내리는 것이 아니라 우연히 그때 비가 올 때가 되어서 비가 올 수 있었던 우연을 생각해 보는 것이다.


코로나 19로 학원 운영이 힘들어졌다면 그것을 코로나의 탓으로만 돌릴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해 생각해 봐야 한다. 물론 단기적으로 타격이 있겠지만, 더 심각한 다른 전염병이 올 가능성이나 저출산의 문제로 미래에 닥칠 큰 흐름에 대해서도 생각해 봐야 한다. 그러면 '코로나만 끝나면...', '이 상황만 지나가면...'처럼 "~하면... 할 것이다"가 아니라 그 상황에서 대응할 수 있는 다른 방법을 고민하게 될 것이다. 일단 멈추고 제삼자의 시선으로 상황을 보게 되면 감정의 반사적인 반응을 멈출 수 있을 뿐 아니라 자동적인 패턴 인식을 피할 수 있게 된다. 상황을 명확하게 인식할 수 있게 도와준다.  


우리가 비둘기와 명백하게 다른 점은 (이렇게 반사적으로 반응하는) 우리 자신의 태도를 제어할 수 있는 능력일 것이다. 이 능력을 통해 우리는 늘 추구하는 행복을 정확하게 바라볼 수 있게 한다. 결국 우리는 행복을 찾기 위해 인생 내내 발버둥 치고 있지 않은가! 행복을 고민하는 비둘기라니..


행복의 원천을 찾기 위해 4년 간 세계를 돌아다니며 <해피>를 제작한 다큐멘터리 제작자 로코 벨릭 Roko Belic은 Tedx 강연에서 행복으로 이끄는 명상의 효과에 대해 이야기한다. 이 영상에서 그는 명상을 통해 뇌의 크기를 physically 키울 수 있으며 재설계가 가능하다고 말한다. 특별한 명상법을 통해 얻을 수 있는 것은 연민과 사랑과 친절이다. 연민과 사랑과 친절을 베푸는 비둘기라니.. 이런 감정들은 즉각적인 반응으로는 나올 수 없는 감정들이다.


<마음 챙김>을 읽고 나서 나는 책에서 강조하는 "의도와 주의와 태도"에 집중하며 명상을 시도해보고 있다. 중요한 업무를 하기 전, 다른 일에 방해받지 않고 온전히 집중할 수 있도록 5분 동안 눈을 감고 집중한다. 그러면 그러지 않았을 때보다 훨씬 시간을 효율적으로 쓸 수 있다. 멍하니 길을 걸어가는 것이 아니라 바람에 살랑거리는 내 머리카락의 느낌에 집중하고 다리의 움직임에 집중하면서 지금 이 순간의 나의 몸의 감각에 집중해 보게 되었다. 행복이 어떤 원인과 결과에 따라 달라지는 것이 아니라, 어떤 행동을 하든 간에 우리가 그 순간 얼마나 몰입하고 집중하는지에 따라 결정되는 것이라는 것을 이해했기 때문이다.


샤우나 샤피로의 말처럼 "마음 챙김"이 당장에 벌어지는 일은 바꿔주지 못할지라도, 그 일과 우리의 관계는 바꿔준다고 확신한다. 결국 모든 일은 우리의 마음에 따라 달려 있을 뿐 아니라 훈련을 통해 상황을 개선할 수 있다. 모든 것을 이해하고 통제할 수 있다는 환상을 갖기 위해 '이상한 미신과 의식'에 의지하게 되는 것보다 훨씬 강력하고 나은 방법이다. 


참고:

1. <마음챙김>, 샤우나 샤피로

2. <우연은 얼마나 내 삶을 지배하는가>, 플로리안 아이그너

3. What I Learned While Making a Movie About Happiness: Roko Belic (https://youtu.be/sM_xtk8aqh0)


*본 콘텐츠는 로크미디어로부터 제작비를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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