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이사 May 23. 2021

모든 것은 연결되어 있다는
너무 당연한 진실

‘20세기의 가장 위대한 스포츠 지도자’ 설문조사(2000년, ESPN)에서 압도적인 1위로 뽑힌 UCLA 농구 감독은 이런 말을 남겼다. "누가 공을 차지하든 아무도 상관하지 않는다면 얼마나 큰 성과를 올리게 되는지 정말 놀랍다." 같은 관점에서 영국 소설가 찰스 몬테규도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사람이 성취할 수 있는 데는 한계가 없다. 누가 공을 차지하든 상관하지 않는다면 말이다." 팀워크 관점에서 각자의 공의 크고 작음을 따지지 않고 일하면 얼마나 큰 성과를 이룰 수 있는지에 관한 이야기인데, 나는 여기에 단서가 더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아무리 논공행상을 가리지 않고 큰 성과를 이뤄냈다고 해도 더 큰 세상과 연결되지 않은 한, 성과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MIT-피코어학습기억연구소, 차이리훼이 (Li-Huei Tsai) 박사 (이미지 출처: MIT)


<너무 놀라운 작은 뇌세포 이야기>에는 차이리훼이 박사의 이야기가 나온다. 미세아교세포를 해킹해 조작함으로써 알츠하이머병의 진행을 역행시킬 수 있음을 증명한 그는 2018년 추가 논문에서 이 치료법을 허심탄회하게 공개했다. 과학자들이 감마광 점멸 요법을 잘 활용해서 알츠하이머병뿐만 아니라 자폐증이나 조현병 같은 뇌 장애 연구를 더욱 발전시켰으면 하는 소망에서였다고 한다. 하지만, 이 놀라운 연구를 완전히 공개했음에도 불구하고 (이 공개가 3년 전에 이루어졌음에도 불구하고) 과연 이 치료법이 얼마나 널리 사용되고 있는지는 의문이다. 그것이 <너무 놀라운 작은 뇌세포 이야기>의 저자 도나 잭슨이 책을 쓴 이유이기도 하다.


그러나 온 학계가 이 야단법석을 떠는 동안
정작 당사자인 환자들은 어떤 최신 정보가 나왔는지 여전히 오리무중이었다.
과학 전문 기자로서 나는 어떤 연구 소식이 흘러 흘러
수년 뒤에나 최대 수혜자인 환자들에게 가닿는 사레를 자주 목격한다.

-<너무 놀라운 작은 뇌세포 이야기>, p.22


이 책은 연결에 관한 책이다. 뇌 면역계와 신체 면역계는 서로 복잡하게 얽혀 있고 어떤 결과는 한 가지 요인이 아니라 수많은 변수가 동시 다발적으로 누적된 결과라는 것이 이 책의 핵심 전제인데, 그 연결의 중심에는 미세아교세포가 있다. 수많은 요인들(유전자, 어릴 때의 경험, 트라우마, 감염, 부상, 건강에 나쁜 식습관, 환경 속 유해화학물질, 만성적 스트레스 등)이 이 작용하면서 뇌를 보호하고 건강하게 유지할 목적으로 만들어진 미세아교세포의 면역반응을 비틀어 시냅스를 먹어치우는 악당으로 돌변하게 되면 뇌 관련 장애의 발병 위험과 직결된다는 것이다. 이 책은 그 과정이 정확히 어떤 경로로, 어떻게 서로 메시지를 주고받으며 어떻게 서로 연결되어 있는지 설명하는 한편, 착한 미세아교세포를 악당으로 돌변시키는 각 단계를 밝혀서 거꾸로 되돌리는 치료법을 찾는 과정을 담았다. 


'모든 것이 연결되어 있다'는 당연해 보이는 이 이야기는 아주 오랫동안 당연하지 않았다. 과학계는 100년 넘게 뇌는 몸통 면역계의 지배를 받지 않는다고 믿어왔다. 뇌 회로가 무엇 때문에 그렇게 순식간에 변해버리는지 정확하게 아는 사람이 아무도 없었기 때문이다. 특히 당시 의학계는 신경정신과 장애들이 전부 세로토닌과 도파민을 비롯한 각종 신경전달 화학물질이 부족해져 생기는 화학적 이상이라는 고정관념이 뿌리 깊었기 때문에, 정신질환 치료는 환자마다 부족한 화학 물질을 콕 집어 채워 주는 방향으로 발전해 왔다.


 하지만 몰랐기 때문에 그래 왔던 것과, 이미 알려진 정보를 알지 못해 지금도 그런 방식을 고수하는 것은 완전히 다른 문제다. 지금도 여전히 별다른 해결책 없이 여전히 옛날 방식을 그대로 따르고 있는 현실은 다시 생각해봐야 한다. 2011년 이후 '미세아교세포'가 어떤 역할을 하는지 발견되면서 이미 변화는 시작되었는데 우리는 여전히 도파민과 세로토닌 물질의 분비를 돕거나 억제하는 약을 처방받고 있지 않은가. 그런 점에서 지금 고통받고 있는 환자들이 직접적으로 도움을 받고, 치료하는 의사가 최신 치료법을 업데이트하기 위해 이런 최신 정보를 다룬 책을 읽는 것은 꼭 필요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뇌가 위협을 감지할 때 뇌 면역계가 제7의 감각으로 기능하면서 정신장애 발병이 쉬워지는 방향으로 일련의 변화가 일어난다는 건데, 만약 이 개념이 널리 받아들여진다면 아픈 사람과 치료하는 사람 모두에게 돌파구가 열릴 것이다. 환자는 자신의 병을 새로운 시선으로 이해하게 되고, 의사는 담당 환자의 치료와 행복을 완전히 다른 차원에서 도모할 수 있을 테니 말이다. -p.433


책에서는 최근 도입되고 있는 혁신적인 치료방법 세 가지를 소개한다. 뇌에 전기 자극을 주는 TMS 치료, 뉴로피드백 치료와 단식 모방 식이요법이 그것이다. 위 치료법들이 제시하고 있는 핵심은 두 가지인 것 같다. 첫째, 환자 개개인의 특징을 고려한 맞춤 치료가 필요하고 둘째, 다양한 치료 방법을 동시에 접근하자는 것이다. 미세아교세포가 비정상적인 염증 반응을 일으키는 것이 다양한 요인에서 비롯된다는 것을 이해함으로써 모두가 다르다는 것을 인정하고, 치료 방법을 다양하게 연결하면서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함이다. 


어느 쪽이든 핵심은 하나다.
미세아교세포를 눈먼 암살자가 아닌
우리 뇌의 수호천사로 남게 하는 것이다.
기능적으로 놀랍도록 유연한 뇌는
이런 인간의 개입에 아름답게 화답한다.
우리가 제대로 된 방법으로 접근하기만 한다면 말이다.
 
-<아주 놀라운 뇌세포 이야기>, p. 256


제대로 된 방법과 대안을 찾기 위해 도나 잭슨은 미래의 치료법 중 검사 기술의 발전에 기대를 건다. 내 시냅스가 사라지고 있는지 검사를 통해 미리 알 수 있다면 그에 대해 적절한 대책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전기자극을 통한 전문적인 치료 외에 제안하는 적절한 대책이란 우리가 이미 알고 있는 것들이 많았다. 책에 언급된 연구자들이 언급하는 것은 명상, 운동, 그리고 채식 위주 저칼로리 식이요법, 간헐적 단식인데, 이것은 검사를 하지 않아도 우리가 건강을 위해 하면 좋은 것으로 알고 있는 것들이 아닌가. 


아시프 박사의 설명에 따르면, 뇌가 평정을 되찾도록 안전하면서도 효과적으로 돕는 방법은 이미 오래전부터 다양하게 나와 있었다. 이런 도구들을 총동원할 때 치유가 일어나는 기전을 박사는 이렇게 설명한다. 미세아교세포가 흥분을 가라앉히면 뉴런들이 재생되기 시작한다. 그러면 두뇌의 신경회로가 다시 바람직한 방식으로 작동해 사람을 건강하게 만든다는 것이다. -p. 255


어쩌면 책 <연금술사>처럼, 그렇게 애타게 찾고 있던 비법은 이미 우리가 가지고 있는 걸지도 모른다. 이그런 점에서 독서는 결과가 아니라 완전히 나를 설득하는 과정인 것 같다. 지금 내가 가지고 있는 정보가 보물인지 아닌지는 그것이 보물이라고 깨달아야만 알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우리가 깨닫고 행동하는 그 때가 지구 반대편 누군가의 성과가 한계가 사라지는 순간이라고 생각한다.


#너무놀라운작은뇌세포이야기 #미세아교세포 #씽큐온9기 #큐블리케이션 

*본 콘텐츠는 제작비를 지원받았습니다.




작가의 이전글 여러 권의 건강 책을 읽으며 깨달은 한가지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