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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이사 May 09. 2021

여러 권의 건강 책을 읽으며
깨달은 한가지

모두가 맞지만, 모두가 틀린 것도 아니다

건강 관련 책을 여러 권 읽다 보니 서로 부딪히는 이야기들이 등장한다. 어? 이 책에서는 콩이 안 좋다고 했는데, 이 책에서는 좋다고 하네? 분명히 저 책에서는 올리브 오일이 좋다고 했는데, 이 책에서는 올리브 오일을 먹지 말라고 하네? 도대체 누가 맞는 이야기를 하는 걸까? 이렇게 상반된 견해를 접하게 되면 건강 책 자체에 불신을 가지고 올 '수도' 있다. 하지만, 이렇게 다른 사람이 다른 이야기를 하는 것이 비단 건강 책에만 국한되어 있을까? 이렇게 서로 상반된 이야기를 할 때 우리는 어떻게 반응해야 할까? 


(좌) <오래도록 젊음을 유지하고 건강하게 죽는 법>, p.241-242 / (우) <건강불균형 바로잡기>, p. 30-31


서로 다른 이야기를 받아들일 때, 나는 꼭 한 가지 핵심을 이해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보는 시각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이다. 에드워드 드 보노의 <여섯 색깔 모자>에는 이런 이야기가 나온다. "그 이야기를 다른 데 가서도 들려주고 싶군요. 실제로 양쪽이 다 맞는데도 서로 다른 각도에서 쳐다보기 때문에 불필요한 논쟁을 하는 경우가 너무나 많습니다." 예를 들어 어떤 크고 멋진 집 집을 각각 다른 방향에 서 있는 네 사람이 핸드폰으로 촬영한다고 생각해보자. 모두가 자기가 보고 있는 집 모양이 정확하다고 주장한다. 맞는 말이지만 다른 사람의 이야기가 틀린 것도 아니다. 이 책에 말하는 평행적 사고(다양한 각도에서 함께 바라보는 것)는 그래서 중요하다.  


나는 <여섯 색깔 모자>에서 여섯 색깔의 의미를 요약 해서 모니터에 붙여 놓았다.


"하지만 학문의 세계에서 만장일치란 기적과도 같은 일인지라, 누군가는 BPA가 심각한 문제라고 호언장담할 때, 또 누군가는 아니라고 반박하면서 설전이 이어진 지 오래다."-<건강 불균형 바로잡기>, p.340

(위 문장에서 BPA를 어떤 단어로 바꿔보아도 누구나 수긍할 것 같다)


우리는 어떤 것을(사람이든 콩이든) 나쁘거나 착한, 둘 중의 한 가지 성향으로 규정하고 싶지만, 세상에 절대 악이나 선은 존재하지 않는다. 어떤 사람은 직원들에게 좋은 리더일 수 있지만 아이들에게는 무관심한 아빠일 수 있고, 성과를 내고 인정받지만 인간적으로는 친해지고 싶지 않을 수도 있다. 마찬가지로, 글의 처음 이미지에서 콩에 관한 두 책의 내용을 읽어보면 한쪽(좌)은 '렉틴'을 과하게 포함한다는 관점에서, 다른 한쪽(우)은 호르몬' 과잉 상태를 방지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이야기한 것을 볼 수 있다. 둘 다 맞지만 둘 다 틀린 것은 아니다. 집은 동쪽에서 바라보느냐 서쪽에서 바라보느냐에 따라 둥글 수도 있고 네모날 수도 있다. 


하지만 관점이 다르다고 항상 반대되는 이야기만 하는 것은 아니다. 세부적인 음식이 좋고 싫고는 차이가 나지만 큰 흐름에서 공통적으로 말하는 것들이 있는데, 바로 저지방 식단으로 채식의 비중을 높이라는 것이다.  다음 <건강 불균형 바로잡기>의 한 문장이 잘 정리해주고 있다.


그러니 동물성 지방과 고지방 식품을 멀리하는 걸 기본으로 하고
동시에 과채류의 비중을 늘리면서
운동까지 습관화하기를 추천한다.

-<건강 불균형 바로잡기>, p.91


특히 여러 책에서 공통적으로 반복하면서 강조하는 것은 동물성 식품(유제품 포함)을 가급적 먹지 말고 식물성 식품으로 섭취하라는 것이다. 동물성 식품은 대량 생산을 위한 가공 과정에서 주입되는 호르몬제나 화학 약품 등은 둘째 치고도 부정적인 이유가 많다. 반면 식물성 식품에는 동물성 식품에는 전혀 없는 섬유소가 풍부하다. 섬유소는 건강한 장 미생물의 생장을 도울 뿐 아니라 불필요한 호르몬을 몸 밖으로 쫓아낸다. 체지방을 줄이기 위해 남아도는 호르몬을 없애는 최고의 방법이기도 하다. 


*동물성 식품이 미치는 부정적인 영향들: 1) 과한 열량은 신진대사율을 높게 만들고, 노화를 부른다. 2) 유제품을 포함한 동물성 식품은 포화지방 함량이 높은데 포화지방은 심장 질환과 알츠하이머병의 발병을 부추기는 주범이다. 3) 철분 섭취가 과하면 오히려 몸에 해가 되는데 육류 위주의 식습관은 철분 섭취를 넘치게 한다. 4) 우유에는 소의 에스트로겐이 그대로 남아서 가공을 거칠수록 고농도로 농축된다. 우유를 먹을수록 우리 핏속에는 에스트로겐이 과잉된다는 뜻이다. 
동물 단백질의 섭취를 줄여야 한다는 말에 아직 동의하기 어려운가? 괜찮다. 나도 이 결론을 얻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렸다...(중략) 결과를 살펴보면 육류를 전혀 먹지 않은 비건 교인들이 가장 오래 살았고, 제한적으로 달걀을 먹으며 유제품을 먹지 않는 채식주의자 교인들이 다음으로 오래 살았다. 유제품을 먹는 채식주의자 교인들이 그 뒤를 이었고, 가끔 닭이나 생선을 먹는 교인들은 장수인들 사이에서는 꼴지를 차지했다. 슬프지만 동물 단백질은 건강과 장수를 위한 필수 영양소가 아니다. -<오래도록 젊음을 유지하고 건강하게 죽는 법>, p.93
사람의 몸은 단백질을 사용해 닳거나 고장 난 곳을 보수하고 생리 반응에 쓰이는 다양한 분자를 끊임없이 만들어 낸다. 이런 단백질을 우리는 어디서 얻을까? 이렇게 물으면 보통은 1초도 망설이지 않고 고기라고 대답할 것이다. 고기는 단백질, 채소는 비타민, 곡식과 감자는 탄수화물이라는 고정 관념이 워낙 짙은 탓이다. 하지만 사실 단백질은 다양한 식재료에 들어 있다...(중략)  단백질 공급원이 되는 과채류와 곡물은 사람들이 흔히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엄청나게 다양하다. 채식으로도 나라가 정한 단백질 권장섭취량을 채우는 데에 아무 문제가 없다는 뜻이다. -<건강 불균형 바로잡기>, p.315


서로 다른 관점의 책들을 읽는 데서 오는 이점은, 충돌하는 부분과 공통적으로 말하는 부분을 나의 상황에 맞게 적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독을 예로 들어 보자. 판단적 관점에서 보면, 독은 목숨을 앗아갈 정도로 위험할 수도 있으니 독은 나쁘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분별적 관점에서 보면, 독은 특정 양 이상 섭취해야 목숨을 잃는다. 곰팡이는 유독할 수 있지만, 페니실린의 형태로 적정 양을 섭취할 경우에는 오히려 생명을 구할 수도 있다. 철분이 과잉 섭취되면 오히려 건강에 해롭다고 하지만 빈혈이 있는 나에게는 철분 섭취가 필요한 것처럼 말이다. 무엇이 좋거나 나쁘거나 판단하는 것보다 나의 상황에 맞게 분별해야 여러 가능성 속에서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다. 이것은 모든 면에서 중요하다. 


'나는 어떤 삶을 살고 싶은가?
그러기 위해서는 어떠한 수면이 바람직한가?'하는
자신만의 기준을 갖고 주체적으로 생각할 필요가 있다.
수면에 관한 지식을 쌓는 목적은
자신에게 필요한 수면이 무엇인지 탐색하는 데 있다고 생각한다.
-<숙면의 모든 것>, 니시노 세이지
(이미지 출처: -<숙면의 모든 것>, p.41-42)


특히 나는 여러 책들을 읽으면서 내 몸의 증상들이 왜 그런지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 나는 갑상선 저하증과 빈혈 증상이 늘 있어서 항상 문제를 인식하고 있었는데 약 외에 해결 방법을 몰랐다. 최근 검사에서는 헤모글로빈이 9.4로 떨어져서 병원에서는 심각하게 검사를 받아보라고 하는데, 사실 나는 받아보지 않은 검사가 없다. 병원에서 시키는 대로 여성 병원에 가서 생리 양이 많은지 2달 동안 피임약을 먹으면서 검사도 했고, 혈액 내과에 가서 대장과 위 내시경을 받았고, 철분제를 오랫동안 먹기도 했다. 다른 문제는 없었고 효과가 있었던 것은 6개월 동안 철분제를 섭취했을 때인데, 그렇다면 내가 철분이 부족한 이유는 섭취가 부족하다는 뜻이 아닌가. 그런데 나는 식사량이 많지는 않아도 끼니를 잘 챙겨 먹는 데다 고기도 좋아한다. 그러면 정확한 이유는 섭취가 부족한 것이 아니라 내가 철분이 흡수되지 않는 어떤 음식을 계속 먹는 것이 아니었을까? 고기를 아무리 먹어도 흡수력 자체가 떨어진다면 말짱 도루묵 아닌가. 


책을 보면서 나는 나에게 맞는 해결책을 찾았다. 철분이 부족할 땐 철분이 부족할 땐 비타민 C가 풍부한 과채류를 함께 섭취하면 철분 흡수가 빨라다는 것, 반대로 유제품은 철분 흡수를 방해한다는 것, 그리고 비타민B12가 부족하면 빈혈에 걸리기 쉽고 신경계가 오작동할 수 있다는 것이다. (*비타민B12는 신경과 혈액을 건강하게 유지하는 데 반드시 필요한 영양소인데 이 비타민을 합성할 능력이 동식물에게는 없고 오직 박테리아만이 생산한다고 한다. 과다 복용할 때 부작용이 나지 않는 영양소라고 한다) 그런데 이렇게 철분 섭취를 위해 식습관을 개선해보라는 이야기는 십 년이 넘게 다닌 여러 병원 어느 곳에서도 들어본 적이 없었다... 무엇을 먹냐는 질문도 한번도 받아보지 않았다. 오로지 처방과 검사와 수술의 가능성에 대한 이야기 뿐.


나는 식습관을 개선해 보기로 했다. 특히 매일 마시던 카페라테도 바꿔볼 생각이다. (커피와 우유 모두 철분 섭취를 방해..ㅠ) 우유를 두유로 바꾸고, 과일과 채소+ 비타민B12가 들어간 영양제를 더 적극적으로 먹기로 했다. 식습관을 한 번에 바꾸기는 어렵겠지만 조금씩 바꿔보려고 한다. 결심을 하고 나니 생각보다 작은 것에서 바꿀 것들이 보인다.


관심이 없던 두유의 '식물성 단백질'도 눈에 들어오고, 아이스크림을 살 때도 '두유'가 보인다


누군가는 '식습관을 개선하자'는 결론은 책을 읽어보지 았았어도 초등학생도 아는 상식이지 않느냐고 반문할 수도 있다. 하지만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뭐가 좋고 나쁘다는 결론이 아니다. 우리가 알아야 할 것은 무엇이 아니라 "와 어떻게"이다. 그래야 여러 의견을 들어보고 내가 나에게 맞는 방법을 찾아낼 수 있기 때문이다. 골고루 먹으라는 당연한 이야기에도 꼼짝하지 않다가 사람들이 책을 읽고 나서 그렇게 해야겠다고 완전히 설득당하는 이유가 그것 때문이다. 아무리 유명한 전문가가 말하더라도 쉽게 맹신하지 말자. 구체적인 내용을 알고 나에게 맞는 방법인지 따져보자. 결국 결정과 책임은 자신의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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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콘텐츠는 제작비를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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