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셋째가 생겼다는 사실을 알게 되자마자 나는 무조건 언덕 아래 집으로 이사하겠다는 공약을 세웠다. (이미 아이 둘을 언덕 위의 집으로 데리고 다니던 나의 인내심은 한계에 달해 있었다) 나의 의지는 아주 강력했고 그때부터 남편과 집을 알아보기 시작했다. 그리고 2013년 말에는 서울의 작은 빌라를 아주 저렴하게 매매했다. 당시 박근혜 정부가 부동산 시장을 부양하기 위해 내놓은 여러 정책들이 있었는데 덕분에 우리는 취득세도 면제(!!) 받았다. 지금 돌아보면 타이밍이 얼마나 좋았는지 모르겠다. 한편으로는 얼마나 다행인지 모른다. 집을 잘 사기 위한 공부는 전혀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셋째 낳기 전에 이사해야 한다는 생각에만 사로잡혀 있던 그 시기가 22년이었다면... 나는 정말 운이 좋았다. (당시 3.5억에 하남의 미분양 아파트가 지금은 10억 전후이니 얼마나 올랐는지 알 수 있다)
부동산 시장 사이클의 1단계는 주택 가격이 반등하는 가운데 주택 공급이 아직 회복되지 못하는 시기다. 2013~2015년이 여기에 해당하는데, 정부의 강력한 부동산 경기 부양 정책 영향으로 주택 가격이 바닥을 치지만, 분양에 실패한 이른바 '미분양 주택'이 누적되어 있기에 신규 주택 착공은 지지부진하다. -<대한민국 돈의 역사>, p.434
나에게 경제는 늘 어려웠다. 어려운 용어가 너무 많은데 하나를 이해하려고 하면 항상 줄줄이 따라오는 개념들이 있어서 여러 경제 관련 책을 호기롭게 시작했다가 초반에 포기하기를 반복했다. '언젠가' 충분한 시간을 확보해서 제대로 공부해 보리라고 다짐했지만 충분한 여유 시간은 오지 않았고, 영원히 오지 않을 것 같았다. 언젠가 하긴 해야 하는데... 그런 부채의식으로 경제 공부는 늘 불편했다. 그러던 중 '씽큐베이션' 독서모임에서 <벤 버냉키의 21세기 통화정책>과 <대한민국 돈의 역사>를 읽게 됐다. 확실히 <21세기 통화정책>를 읽고 난 뒤라 훨씬 쉬웠다. 우리나라 역사라서 아는 인물들, 아는 내용이 나오니 조금씩 단추가 꿰어지니 재미도 있었다. 그동안 큰 사건들이 터지고 나서야 남들이 다 아는 이야기를 단편적으로 접해왔다면, 최소한 지금은 연결되어 있는 것들을 생각할 수 있게 됐다. 단어들을 캐치하고 이해하게 되니 경제 뉴스에 좀 더 관심이 생겼고 심지어 재미있어지기 시작했다. 가장 큰 변화는 경제 뉴스를 찾아보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지난 8월 7일, 유튜브에 중국 부동산발 위기 이슈가 터졌는데 여기서도 공부할 것이 많이 나왔다. 내용을 정리하면, '비구이위안'이라는 매출 기준 중국 최대 부동산 개발업체가 약 300억 원 정도의 회사채를 채권자들에게 지급하지 못했다고 했다. 300억 원은 큰돈이지만 중국 최대 부동산 개발업체가 300억 원을 마련하지 못한다는 말은 충격적이다. 중국 정부도 모범기업으로 인정해 왔던 이 회사가 이 정도면 세계 경제로 연쇄적으로 영향을 미쳐서 금융위기로 이어질 거라는 이야기도 나왔다. 문제는 9월 2일 만기가 돌아오는 약 8백억에 대한 채권을 어떻게 할 것인가에 관한 것이다. (3년에 걸친 분할 상환에 대한 투표가 연기되었다는 ytn기사) 이런 중국의 위기는 한국 경제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중국이 전격적으로 금리 인하를 시작 (기업들이 도산하지 않도록 대출에 대한 이자를 낮추기 위해)
중국 내의 돈이 빠져나감 (돈은 금리가 높은 곳으로 흐르기 때문에)
환율 인상 (= 달러 강세) (1달러에 대해 더 많은 위안을 줘야 하기 때문에 위안화 약세)
아시아 주요 통화들에도 동반 환율 상승 유발
결국 우리 돈 가치도 떨어짐. (한국 환율에도 영향을 줘서 원달러 환율 1330원대로 오름. 원화 약세)
결국 중국 경제 위태로움이 하반기 경제 뇌관으로 연결...
(나와 같은 경알못을 위한 *참고) 환율 인상과 인하가 어렵다면?
환율 기준은 기축통화인 달러로 잡으면 됨. 1달러에 대한 원화 환율로 계산하면 됨.
달러에 대한 원화 환율이 인상된다? = 환율 상승 = 달러 강세 = 원화 약세!
ex) 1달러: 500원 -> 1달러: 1000원의 경우, 환율 인상, 환율 상승, 달러 강세,
그리고 원화 약세(1달러에 500원만 줘도 되던 것이 1000원을 줘야 하기 때문에)가 됨
그렇다면 우리는 앞으로 어떤 준비를 해야 할까? <대한민국 돈의 역사>의 저자이자 내가 생각하는 최고의 애널리스트 홍춘욱 박사님이 추천해 주신 방법 중에, 내가 배운 최고의 팁은 다음과 같다. 서로 반대 방향으로 움직이는 자산에 투자하자! 결국 핵심은 미래에는 어떤 일이 생길지 모르니 자산분배를 해야 하는데, 우리나라 환율이랑 주가, 즉 미국달러 가치와 우리나라 주식이 정반대로 가기 때문에 미국달러에 대한 최대의 헷징수단이 한국주식으로 볼 수 있다는 이야기다.
특히 투자 3분법은 2001년부터 2022년까지 연 환산 복리 수익률이 6.18%를 기록해, 지난 10년간 한국의 자산 운용사 연금 저축 수익률이 대부분 1~3% 수준에 그친 것과 대조를 이룬다. 결국 운 좋게 최고 성과를 기록한 운용사를 고른 이를 제외하고는 인플레이션에도 미치지 못하는 성과에 만족했던 셈이다. -<대한민국 돈의 역사>, p. 469
<대한민국 돈의 역사>를 읽으면서 알게 된 것들이 많다. '그때 알았더라면'하는 기회들이 너무 많이 지나갔다는 아쉬움, 위기가 올 때마다 반복적인 패턴들에 대한 인지, 금리 인상의 연쇄적인 영향, 포용적인 경제구조에 대한 중요성 등... 완전히 이해하려면 몇 번 더 읽어야 할 것 같지만 최소한 걸음마는 뗀 것 같다. 좋은 책을 써주신 홍춘욱 박사님께 감사드린다.
*상상스퀘어에서 운영하는 무료 독서모임 '씽큐베이션' 14기의 세 번째 책 서평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