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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이사 Mar 03. 2024

모든 선생님들에게
꼭 추천하고 싶은 책

놀라움을 이용해서 변화를 이끌어내는 방법

골든 레트리버를 데리고 산책을 나온 사람이 횡단보도에 서서 신호등을 기다리고 있다. 그런데 이 강아지는 당장이라도 도로에 뛰어들 기세로 주인의 줄을 당긴다. 옆에서 그 모습을 바라보고 있던 한 남자가 주인에게 말한다.


“강아지를 정말로 사랑하시나 보군요.

하지만 앉는 법을 가르치지 않으면 강아지는 언젠가 죽고 말 겁니다!

(강아지를) 혼내는 게 아닙니다. 분명히 알려주는 거죠.”


그 말에 주인은 마음에 찔려 크고 단호한 목소리로 “앉아!”라고 외쳤다. 놀랍게도 강아지는 바로 그 자리에 앉았다. 예전에 <실리콘밸리의 팀장들>이라는 책에서 읽었던 에피소드다. 읽은 지 4년이 지나도 아직도 기억에 남는다. 누군가를 바꾸기 위해서는 서로 신뢰가 형성되어 있어야만 가능하다고 믿었던 내 생각이 틀릴 수도 있다는 충격 때문이다. 전혀 모르는 낯선 사람의 한마디에서 강아지의 주인(책의 저자)은 바로 행동을 바꿨고, “혼내는 게 아닙니다. 분명히 알려주는 거죠.”라는 낯선 남자의 이야기를 평생의 경영 모토로 삼았다.


횡단보도에서 있었던 짧은 순간은 내게 상대를 이해하고 신뢰를 구축하기 위해 반드시 오랜 시간이 필요한 것은 아니라는 사실을 알려주었다. 상대방을 이해하소 신뢰를 구축하는 좋은 방법은 완전하게 솔직한 칭찬과 지적을 동시에 주는 것이다. - <실리콘밸리의 팀장들>, p.66


많은 사람들은 도대체 어떻게 해야 상대방 (남편, 아이들, 친구들, 부모님)이 바뀔 수 있을지 고민한다. 그리고 많은 경우, 사람은 바뀌지 않는다는 체념이나 결국은 내가 바뀌어야 한다고 귀결되곤 한다. 과연 누군가를 바꾸기 위해서 두 가지 결론 밖에 없을까? 변화는 어떻게 생기는 것일까? 만들 수 있는 걸까? 아니면 수많은 과정 속에서 자연스럽게 일어나는 것일까? <놀라움의 힘>을 읽고, 나는 사람이 즉각적으로 바뀔 수 있는 방법을 확실하게 정리했다. 바로 놀라움을 이용하는 것이다.


변화는 당신이 일으키는 것이 아니라,
당신에게 일어나는 것이다.
-<놀라움의 힘>, p.12

<놀라움의 힘>의 저자 마이클 루셀은 책에서, 놀라움이 작동하는 방식을 이해하고 전략적으로 활용할 수 있다면, 다른 사람이 긍정적인 사고방식을 가질 수 있도록 엄청난 영향력을 미칠 수 있다고 말한다. 자신을 긍정적으로 인식하는 사고방식은 중요하다. 한 번 형성된 믿음은 일단 형성되면 바뀌기 쉽지 않고, 자신이 믿는 방향으로 경험을 해석하고 기억하기 때문이다.


같은 경험도 각자가 가지고 있는 믿음에 따라 완전히 다른 경험이 될 수 있다. 예를 들어, 스스로 옷을 잘 입는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다면 이 사람은 거리를 지날 때 누군가 자신을 쳐다보는 시선을 감탄이라고 생각할 것이다. 반대로 옷을 잘 못 입는다고 믿는 사람은 혐오나 무시로 느낄 것이다. 그런데 만약 옷을 잘 못 입는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누군가의 시선으로부터 수치심을 느끼는 순간, 누군가가 이런 말을 한다면 어떨까? “그런 색 조합은 어울리지 않는다고 생각했는데, 네가 입어서 너무 잘 어울리네.” 감정이 고조된 상태+ 생각지도 못한 말에 놀라움을 느끼는 순간, 믿음의 방어체계가 일시적으로 무너지면서 사고방식이 변화될 수 있다.


믿음을 바꾸는 것은 엄청난 작업이지만, 놀라움을 느끼는 바로 그 순간에는 누구나 믿음을 바꿀 수 있다. 놀라움이라는 감정은 기존의 믿음을 둘러싸고 있는 무장을 즉시 해제시키도록 진화했다. 놀라운 사건이 발생하면 믿음을 견고하게 유지해 주는 편향을 우회해, 즉각적으로 새로운 믿음을 지지하는 편향이 생겨난다. 이 모든 과정은 의식적으로 통제할 수 없는 상황에서 순간적으로 일어나며, 인식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놀라움의 힘>, p.60-61


<놀라움의 힘>에는 신중한 말 한마디가 트리거가 되어 정체성을 바꾸는 수많은 사례를 소개하며 놀라움을 전략적으로 활용하는 방법을 알려준다. 놀라움이 가져오는 위력은 ‘기대감’ 때문이다. 마이클 루센은 우리의 뇌는 기대를 따라 움직이기 때문에, 기대를 바꾸면 경험도 바뀐다는 것이다. 필요한 것은 3가지다. 과학과 타이밍, 그리고 전달력. 이것을 저자는 CERS로 정리했다.


원인-효과-자원 발언 (CERS: Cause-Effect-Resource Statement)


누군가 당신이 어떤 결정을 두고 생각에 잠기는 모습을 보고 “이렇게 생각에 잠기는 것이 신중한 결정을 도와주는군요.”라고 했다고 하자. 여기서 원인= 생각에 잠기는 모습, 효과= 신중한 결정, 이 둘을 연결하여 그것이 상대방이 ‘이미 가지고 있는’ 자원이라고 생각하게 만드는 것이다. 포인트는 이 메시지가 1) 짧고 2) 정확하고 3) 관련성이 있을 때 설득력이 높다는 데 있다. 1) 한 문장으로 2) 하나의 원인을 하나의 결과에 연결하고 3) 수신자가 가진 자원을 선언하는 것! 여기서 핵심은 상대방의 행동에서 이미 존재하는 특성을 선택해서 이미 소유하고 있는 것처럼 교묘하게 연결하는 것이다. 예를 들면 이런 식이다. “세부 사항에 집중하는 능력이 창의적으로 접근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거군요.”, “철두철미한 업무 능력이 훌륭한 리더가 될 수 있게 해 주는군요.”



처음 소개했던 에피소드에서 길에서 마주친 타인이 강아지의 주인을 단번에 바꾼 말 한마디도 비슷한 방식이었던 것 같다. (강아지에게 ‘앉아!’라고) 분명히 알려주는 것이 강아지를 다치지 않게 하는 것이고, 그것이 이미 당신이 가지고 있는 능력, 곧 강아지를 사랑하는 마음이라고 말이다. 


이 책을 읽고 나면 무심코 아이들에게 던지는 말도 주의를 기울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누군가의 삶에 결정적인 변화를 의도적으로 만들어 내고 싶은 사람들에게, 특히 그 기회가 많은 부모와 선생님들이 꼭 읽어봤으면 좋겠다. 누군가의 기대를 바꾸면 그들의 경험이 근본적으로 바꿀 수 있다. 그리고 기대를 변화시키는 것은  놀랍게도 한 문장으로도 가능했다.


상상스퀘어에서 운영하는 무료 독서모임 '씽큐베이션' 15기의 세 번째 서평입니다


참고:

1. <놀라움의 힘>, 상상스퀘어

2. <실리콘밸리의 팀장들>, 청림출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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