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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이사 Jul 16. 2019

유대인을 구했던 독일인들은 무엇이 달랐나

나는 아이들을 어떻게 키워야 하나?

1939년 9월, 독일의 폴란드 침공과 함께 세계 2차 대전이 시작되었다. 그때 전쟁을 기회로 여긴 한 나치당원도 폴란드로 간다. 군수용품 사업을 해서 많은 돈을 벌기 위해서였다. 그는 공장에 유대인을 고용했다. 단지 폴란드인들보다 임금이 쌌기 때문이다. 이 사업은 한 때 유대인 직원이 1700명 이상으로 늘며 전성기를 보낸다. 그는 철저한 기회주의자였다.  


그랬던 그가 어느 순간 바뀌기 시작했다. 자신이 알고 있던 사람들이 나치에 의해 학살되는 모습을 목격하면서였을까? 그는 유대인들을 한 명이라도 더 살리기 위해 군인 장교들과 베를린 고관들에게 400만 마르크의 뇌물을 전달했고, 유대인들을 공장 필수 인원으로 분류하여 아우슈비츠, 죽음의 수용소로 가기 전 빼낼 수 있었다. 그는 오스카 쉰들러. 그가 살린 1200명의 유대인들의 명단이 바로 '쉰들러 리스트'다. 오늘날 쉰들러 리스트의 후손은 6000명 이상이라고 전해진다.


오스카 쉰들러Oskar Schindler/ 쉰들러 리스트 Schindler's list


수많은 사람들을 살린 의인이라고 하면 보통 간디나 마더 테레사와 같은 인류애가 넘치는 인물을 떠올린다. 술과 여자를 멀리 하고 청렴하고 불의를 참지 못하며 정직하고 청렴하고 예의 바른... 그런 모습들이 떠오르지 않는가? 그러나 오스카 쉰들러 그런 위인들의 이상적인 이미지와 완전히 달랐다. 그는 우리와 같은 단점들로 가득한 보통의 남자였다. 그런데 그는 남들처럼 순응하지 않았다. 위험을 무릅쓰고 사람들을 구했다.


그들은 왜 그랬을까?


새뮤얼 올리너Samuel Oliner와 펄 올리너Pearl Oliner는 홀로코스트가 이뤄지던 그때, 자신의 목숨을 걸고 유대인을 구해준 사람들에 관한 연구를 했다. 왜 그들은 그렇게 했을까? 이 질문에서 시작했다. 왜 그들은 그들의 안전과 삶과 심지어 그들의 가족을 위험에 처하게 하면서까지 모르는 사람들을 위해 희생했을까? 올리너 부부는 평생 이 문제에 대한 해답을 찾는 데 몰두했다.


올리너 부부 (출처: northcoastjournal) 와 그들의 연구 논문들/ The Altruistic Personality: Rescuers of Jews (우)


그들은 유대인을 도운 사람들과 돕지 않은 사람들을 비교했는데, 두 그룹은 학력, 직업, 가정, 이웃, 정치적 종교적 신념이 유사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유대인을 구한 사람들은 방관자들과 한 가지 분명히 차별화된 요인이 있었다. 바로 부모들이 잘못된 행동을 꾸짖는 방법과 올바른 행동을 칭찬하는 방법이었다. 간단히 말해서 "설명"의 차이였다.


유대인을 구해준 사람들의 부모가 보여준 가장 두드러진 차이점은 자녀들을 훈육할 때 논의reasoning와 설명, 잘못을 바로잡을 방법 제시, 충고에 의존했다는 점이다. 논의는 상대방을 존중한다는 메시지를 상대방에게 보낸다... 자녀들이 조금만 더 잘 알았더라면 또는 이해했더라면 부적절한 행동을 하지 않았으리라는 뜻이다. 꾸중을 듣는 사람에 대한 존중의 표현이다. 자녀에게 이해하고 발전하고 나아질 능력이 있음을 믿는다는 뜻이다.  - <오리지널스>, p.276-277


애덤 그랜트의 <오리지널스>의 6장 '이유 있는 반항' 편에는 아주 창의적인 아이들의 부모들 그리고 유대인을 구해준 사람들의 부모들이 보여준 훈육방법에 대해 자세히 설명하고 있다. 도덕적 원칙을 설명함으로써 자녀들에게 중요한 가치와 일관되는 규칙을 자발적으로 지키도록 하고 그렇지 않은 규칙에 대해서는 의문을 제기하도록 장려한 것인데, 핵심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언제 자야 할지, 언제 숙제를 하는지 등의 "구체적인 규칙" 보다 "도덕적 가치"를 강조하는 경향이 있었다.

행동이 아니라 성품을 강조한다.

스스로 지킬 가치를 선택하도록 자율권을 주었다.


글만 읽으면 너무 당연한 것이라고 느껴질지도 모르겠다. 나는 세 아이어떻게 훈육해야 하는지에 대해 늘 고민이라 이 부분을 몇 번이고 정독했다. 가장 인상적이었던 부분은 유대인을 도왔던 독일인들의 부모는 자녀가 부적절한 행동을 했을 때, 다른 사람들에게 어떤 결과를 초래하게 되는지 설명했다는 부분이다. 반면에 방관자들은 규칙은 자녀 자신을 위해 지켜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예를 들면 이런 것이다. "그 아이가 자기가 만든 탑을 정말 자랑스러워했는데, 네가 그걸 무너뜨렸으니 얼마나 속상하겠니?" 이러한 훈육 방법은 아이들이 부적절한 행동을 했을 때뿐 아니라 해야 하는 일들을 장려할 때 사용할 수도 있을 것 같다. 예를 들어 아이들에게 공부를 할 때, "공부는 너를 위해서 하는 거야."라고 하기보다 "공부해서 네가 가진 능력으로 더 많은 사람들을 도와줄 수 있지 않을까?" 이런 식으로 적용해 볼 수 있지 않을까?


내가 아닌 다른 사람들을 생각하는 것, 내가 하는 일이 어떤 의미를 갖고 있고 그 일이 타인에게 어떤 영향을 줄지 생각해 본다는 것은 많은 것을 바꿀 것이다. 이러한 사유와 성찰은 (홀로코스트 상황 같은 극단적인 상황뿐 아니라) 일상생활에서도 마찬가지로 적용된다. 실제로 "위에서 시킨 일이니 어쩔 수 없다"거나 "남들도 다 그렇게 한다"며 남들이 하는 대로 무조건 따르다 보면 자기도 모르는 사이 거대 악의 일부가 될 수도 있다. 유대인 학살을 동조하거나 묵인했던 독일인들처럼.


오늘도 이렇게 아이들을 어떻게 훈육해야 되는가에 관한 깊은 성찰과 고민의 시간을 갖고 현실로 돌아온다.

그런데 현실은...!!


어젯밤에는 컵을 얼마나 멋지게 쌓는지 순서대로 해보던 중 둘째 아들의 컵을 막내가 와서 툭툭 건드리다가 컵 세 개를 뺏어서 도망을 간다. 막내 훈육을 하고 있는데 큰 아들이 또 동생이 컵 쌓기 하던 것을 발로 툭툭 건드리다가 다 무너뜨리고 말았다. 둘째는 울고, 막내는 엄마가 혼냈다고 방에 문을 잠그고 들어가서 울고, 첫째는 아빠한테 혼나고... 분명 재밌자고 시작한 놀이였는데... 카오스의 상황.



욱하는 마음을 가라 앉히고 다시 책 내용을 적용해보자. 행동을 꾸짖지 말고 그 행동이 다른 사람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지 이야기해주자. 막내아들에게 찬찬히 설명을 해 보았다. "네가 컵을 쌓고 있는데 형이 컵을 뺏어가면 기분이 어떨 것 같아? 수현이 형이 얼마나 슬펐겠니?" 그러자 6살 막내가 말한다. "그건 이미 아빠가 말한 거야."


나의 이런 아이러한 상황을 위로하듯 애덤그랜트가 나를 위한 조언을 적어두었다. (이번 서평을 마무리 하면서 가장 나를 위로했던 부분..ㅋㅋ)

내가 이 장을 완성했을 때, 우리 딸들은 거실을 뛰어다니면서 아직 기어다니는 막내아들을 위험하게 만들고 있었다. 나는 딸들에게 일곱 번이나 그만 뛰어다니라고 했지만 소용이 없었다. 자녀를 훈육할 때 자신의 행동이 다른 사람들에게 미칠 영향을 설명하라는 말을 해놓고, 정작 나 자신은 그 충고를 따르지 않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고... (후략) -<오리지널스>, p.282


뒷 이야기에 중요한 부분이 적혀있었다. 자신의 행동이 다른 사람들에게 미칠 영향을 설명하는 훈육방법이 지속적으로 효과가 있으려면 원칙을 함께 설명해야 한다고. "저 아이가 네 장난감을 갖고 놀고 싶어서 울잖니" 에 추가로 "우리 집에서는 뭐든지 나눠 갖잖니." 가 들어가야 했다.  나도 다음에 들어갈 추가 멘트를 준비해야겠다. "우리 집에서는 기다려 줄 줄 알잖니."면 될까? 



오늘 아침부터 남편이 첫째 둘째 아들에게 잠자리 이불 개는 일을 시키기 시작했다. 평소 생활습관을 열심히 하면 한 달에 용돈 3000원을 주겠다고 하는 한편(외제적 보상), 아침에 이불개는 습관은 핵심습관으로 너희를 부자로 만들어 줄 것이라는 기사를 보여준 것이다(내제적 보상). 첫 날이라 그런지 모르겠지만 두 아들은 아주 즐겁고 열심히 이불을 개어 놓고 학교에 갔다. 아... 뭔가 비밀을 알아버린 느낌이다. 


유대인을 구한 사람들의 부모들에 대해 생각해본다. 그들도 나와 비슷한 고민을 했겠지? 쉰들러가 이상적인 위인이 아니었던 것처럼 그들도 우리와 같은 보통사람들이었을 것이다. 오늘 화냈다고 자책하지 말자. 그래도 계속 설명해주는 연습을 하자. 책을 몇 번이고 다시 읽어봐야겠다. 내가 바뀌면 아이들도 바뀔 것이다.


#씽큐베이션 #대교 #오리지널스 #독서모임 #1주1서평 #체인지그라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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