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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이사 Aug 13. 2019

집에 아이를 두고 비행기를 탄 엄마대응법

쇳조각을 금으로 만들어내는 마법은 존재한다.

이륙 준비를 하던 승무원이 한 탑승객에게 다가와 지금 비행기에서 내리라고 한다. 승객은 당황하여 무슨 일이냐고 묻자 승무원은 남편에게 전화해보라고 한다. 남편과 통화한 그녀는 자신의 아들이 사고로 코마 상태에 빠졌다는 소식을 전해 듣는다. 놀라운 일은 이에 대해 항공사가 고객에게 조치한 행동이다.


그녀가 타고 있던 사우스웨스트 항공사는 그녀가 비행기에서 내리기도 전에 아들이 있는 곳인 덴버로 가장 빨리 갈 수 있는 직행 비행기를 (추가 요금을 받지 않고) 수속을 마쳐 놓았다. 뿐만 아니라 그녀가 가장 먼저 비행기를 탈 수 있도록 배려했고, 심지어 덴버에서 내린 후에 먹을 도시락까지 챙겨주었고, 덴버에서 그녀가 묵는 곳으로 그녀의 짐을 배달해주기까지 했다. 이후에 사우스웨스트 항공은 그녀에게 전화를 걸어 그녀의 아들이 어떤지 안부를 물어보기까지 했다. 


사우스웨스트 항공사가 승객에게 보여준 배려와 관심은 철저히 계산된 것이었다. 이 항공사가 이런 행동을 했던 것은 열광적인 팬을 만들기 위해서였다. 열광적인 팬을 만들기 위해서는 성공적인 고객 경험을 구축해야 했고, 성공적인 고객 경험을 위해서는 1. 먼저 '구덩이'를 메우고, 2. '가끔 아주 감동적인 순간'을 창조하는데 집중해야 한다는 사실을 이해한 것이다. 이것은 마케팅 전문가 세스 고딘Seth Godin은 세상을 움직이는 데 필요한 고객은 한 명이면 충분하다는 것과 일맥상통한다. 부정적인 고객을 없애는 것보다 이미 긍정적인 고객을 한 단계 더 끌어올리는 편이 9배는 더 이득이라는 리서치&자문 회사Forrester의 고객 경험 연구팀 결과도 있다. 그리고 사우스 웨스트 항공사의 이 배려 가득한 행동은 성공적이었다. 


제게 보여준 관심은 최고였습니다.
우리는 사우스웨스트 항공을 항상 좋아해 왔고, 지금도 그렇습니다.
사우스웨스트 항공사가 아무리 좋다고 해도 충분하지 않아요.
- Peggy Uhle


(참고: Southwest reroutes flight for woman to see comatose son, FOX NEWS)


고객이 불만과 취약함을 느끼는 순간을 포착하는- 그런 다음 단호한 행동을 취하는-비즈니스 리더는 경쟁자들에 비해 쉽게 차별화를 이룰 수 있다. 고객들이 힘들고 어려울 때 도움의 손길을 내미는 것은 그 자체로 목적이자 보상일 뿐만 아니라 사업에 도움이 되는 이점도 얻을 수 있다. -<순간의 힘> p.44


열광적인 팬을 만들고 싶다면? 탁월하고 뛰어난 서비스를 제공해야 한다. 여기에는 절정의 순간이 필요하고, 이 절정의 순간은 저절로 생기는 것이 아니다. 이 절정의 순간을 만들기 위해서는? 고객에게 관심을 가지고, 그들이 불만과 취약함을 느끼는 순간을 포착해야 한다. 디즈니에서 사람들이 긴 대기 줄을 기다리는 동안 방문객들의 관심을 분산시킬 흥미로운 볼거리를 배치하고, 그들과 소통할 배우들을 고용해 순서를 기다리는 동안 기대감을 증폭시키려고 애를 쓰는 것도 철저히 기획된 것이다. 이렇게 '구덩이'의 순간을 포착해서 구덩이를 메울 뿐 아니라, "고객이 힘들고 어려울 때 도움의 손길을 내미는 것"이 사업에도 도움이 된다는 사실은 이미 많은 사례를 통해 증명된다.


미국의 인터마운틴 헬스케어Intermountain Healthcare는 암 진단을 받은 환자와 가족들에게 일주일 만에 면담을 받을 수 있도록 하고, 면담하는 하루 만에 다양한 의료진들과 포괄적인 치료 계획을 확정할 수 있도록 돕는다. 많은 경우 환자들은 그들을 치료할 각 분야의 전문가들을 만나기 위해 몇 주일 또는 그 이상을 기다려야 하는 것과는 대조적인 모습이다. 누구나 나에게 관심을 가져주는 이런 병원에 가고 싶어 하지 않을까?


제너럴 일렉트릭General Electric의 산업디자이너인 더그 디츠는 어린이 환자들이 MRI 기계를 무서워한다는 사실을 깨닫고 MRI 검사 경험을 '즐겁게' 만드는 데 성공했다. MRI 기계의 커다란 구멍 속으로 들어가 꼼짝하지 않고 30분 동안 기괴한 기계음에 시달려야 하는 아이들의 공포를 모험의 경험으로 탈바꿈시킨 것이다. 더그 디츠가 주도한 GE의 '어드벤처 시리즈'는 수십 곳의 아동 병원에 설치되었는데, 진정제가 필요한 어린이 환자의 비율이 80퍼센트에서 27퍼센트까지 하락했다.



만약 영화 <나 홀로 집에>에서 처럼 아이를 집에 두고 온 것을 깨닫고 비행기 티켓을 구하지 못해 쩔쩔매는 엄마가 있다면 어떻게 해야할까? 표가 없으니 더이상 도와줄 것이 없다며 외면할 것이 아니라 고객의 절망적인 상황을 기회로 바꾸어야 한다. 위에 소개된 사우스웨스트 항공사가 발견했다면 어땠을까? 어쩌면 혼자 남겨진 아이가 있는 집에 사람을 보내서 엄마가 있는 곳으로 데리고 오지 않았을까?) 과하게 퍼주는 것이 아니라 작은 호의로 더 큰 효과를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해야 한다. 전략적 입소문을 레버리징하는 것이다. 가장 중요한 것은 고객을 이용하는 것이 아니라 진심으로 고객을 대해야 한다는 것이다. (사람들은 그것이 진짜인지 아닌지 한 눈에 알아본다)


(출처: 영화 <나 홀로 집에>)


구덩이를 메우고 오히려 그 경험을 절정의 순간으로 만드는 마법은 마케팅이나 경영에만 통하는 것은 아니다. 조지 베일런트의 <행복의 조건>은 세계에서 가장 오랫동안, 인간의 전 생애를 바탕으로 진행되어 온 연구를 바탕으로 '건강하고 행복한 삶을 위한 조건은 무엇인가?'에 대한 답을 끈질기게 찾아간다. 나는 이 책에 소개된 많은 사례 중 수잔 웰컴이라는 여성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조지 베일런트는 그녀를 "쇳조각에서 금을 만들어 낸 삶의 연금술사"라고 정의했는데, 불행했던 성장환경에도 불구하고 노년이 되어 자신의 삶을 즐기고 다른 사람을 돕는 그녀의 삶의 모습을 보고 이렇게 표현한 것이다. 수잔 웰컴이 구덩이를 절정의 순간으로 바꾸었던 예는 이런 것이다. 42년 동안 함께 했던 남편이 앞을 보지 못하게 되었을 때, 웰컴은 연기자였던 옛 실력을 발휘해 다양한 사투리를 흉내 내며 연극을 하듯 생생하고 재미있게 책을 준 것이다. 같은 상황인데도 '쇳조각을 금으로' 바꾸는 이런 순간들은 우리의 삶을 더 긍정적이고 풍부하고 지혜롭게 만들어 준다.


이것은 책 <스트레스의 힘>에서 문제는 스트레스 그 자체가 아니라 스트레스를 바라보는 우리의 태도라는 사실과도 같은 맥락이다. <순간의 힘>에서 구덩이를 절정의 경험으로, <행복의 조건>에서 쇳조각을 금으로 바꾼 사례들처럼 스트레스를 어떻게 전환하느냐에 따라 우리의 삶이 건강해질 수 있는지를 이야기한 것이기 때문이다. 세 권의 책에서 말하는 방법은 비슷하다. 불만의 실체를 정면으로 마주할 것. 부정적 경험(트라우마, 스트레스 등)을 자신을 확장하고 고난을 극복하는 시험으로 이용할 것. 문 하나가 닫히면 다른 문이 열린다는 가능성을 찾을 것. 사소한 순간들에 집중하여 특별한 순간으로 만들 것. 사람들과의 관계에 감사하고 소중히 여길 것 등등... 너무 뻔한 이야기들이지만 이것이 모든 책들의 결론이다.


간단히 정리하면 이렇다. 순간을 관찰하고 집중하고 포착할 것. 그리고 구덩이가 생기면 피하지 말고 채울 방법을 찾아볼 것. 구덩이를 채울 방법은 언제나 있다.


참고: <순간의 힘>, <행복의 조건>, <스트레스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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