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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이사 Oct 01. 2019

평균은 '거의 언제나' 틀리다

(특히 개개인성의 관점에서)

어느 술집의 기다란 테이블에 열 명의 사람이 앉아있다. 그들 각각 연봉은 5천만원으로 동일하다고 가정해보자. 따라서 그들의 "평균"연봉은 5천만원이다. 그런데 갑자기 술집 안으로 빌 게이츠가 들어와서 기존 열명이 앉아있던 테이블에 앉는다고 상상해보자. 그러면 그 테이블을 둘러싸고 앉아있는 사람들의 평균 연봉은 얼마가 될까? (계산이 쉽게) 빌 게이츠의 연간 소득이 10조라고 하면 11명의 평균 연봉은 약 910억이 된다... 


빌 게이츠를 제외한 나머지 열 사람들에게 여기 앉아있는 사람들의 평균 연봉이 910억이라고 하면 어떻게 반응할까? 다른 사람들의 진짜 연봉은 알지 못한 채 좌절할 것이다. 여기서 비극이 시작된다. 모 기관에서 국민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했더니 조사대상의 60%가 스스로 중산층이 아닌 하류층으로 답했다고 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우리나라 국민의 대부분이 스스로를 궁핍하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평균을 중심으로 좌우대칭을 이루는 정규분포 (출처: <벌거벗은 통계학>, p.62)


많은 사람들이 평균을 생각하면 하면 위와 같은 정규분포 곡선을 떠올린다. 하지만, 소득 분포를 그림으로 그리면 정규분포 그림이 아니라 아래 그림에 가깝다. 그런데 아래 그림은 어디서 많이 본 그림 아니던가? 멱함수다. 위와 아래 그림은 닫혀있는 세계(단순계)와 열려있는 세계(복잡계)로 설명할 수 있는데, 분석 대상이 무엇이고+ 주위 상황과 어떻게 상호작용하는지+ 상단 값이 열려있는지+ 통제가 가능한지에 따라 다르게 이해해야 한다.


세계 소득 분포 (출처: <냉정한 이타주의자>, p.34)


우리는 평균이 통제하는 세상이 아니라 예측이 불가능한 복잡계에서 살아간다. 하지만 자라면서 평균에 너무 길들여져 온 나머지 워런 버핏의 소득과 같은 이탈 값에 민감하지 못하다. 실제로 통제할 수 없는데 통제가 가능하다고 믿고, 예측이 불가능한데 예측이 가능하다고 믿는 것이다. 생각하는 것과 현실이 다르면 괴리감이 생긴다. 우리가 믿고 있던 평균이 정확하지 않다고 느끼면 많은 것이 달라질 수 있다. 그런데 <평균의 종말>의 저자, 토드 로즈는 이보다 더 나아가 평균이 "거의 언제나 틀리다"고 말한다. 


내가 평균이라는 이런 측정 방식이
거의 언제나 틀리다고 말하면 어떻게 생각하겠는가?

-토드 로즈
 <평균의 종말>, p.30


이 책에서 토드 로즈는 인간의 개개인성에 주목해서 평균을 설명한다. (인간의 능력은 한계가 있으니 상단이 열려있는 복잡계가 아니라고 해도) 평균으로 개개인을 평가하는 것은 불가능하며, 그동안 평균을 통해 개개인을 평가해오던 방식이 틀렸다는 것이다. 평균의 허상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재미있는 사례가 있다. 1945년, 미국 클리브랜드의 지역신문에서 연 "노마를 찾습니다" 대회다. 


"노마를 찾습니다" (출처: Cleveland Plain Dealer)


이 대회에서는 여성의 평균적인 치수로 만든 조각상 "노르마"와 가장 근접한 여성상을 찾았다. 이 조각상은 당시 유명한 부인과 의사 디킨슨 박사가 산출해낸 평균값을 가지고 여성의 전형적 체격을 만들어냈고, 클리브랜드 건강 박물관은 이를 '이상적 여성상'으로 선전한 것이다. 많은 전문가들이 '노르마'를 인체의 완벽한 전형으로, 뛰어난 귀감으로 칭송했다. 이 '노르마' 열풍은 타임지 기사로, CBS 다큐멘터리에도 소개되며 전 국민의 관심을 모았다. 


그러나 노르마는 존재하지 않았다.


9개의 전체 항목에서 평균치에 가까운 여성은 단 한 명도 없었다. 9개 항목 중 5개 항목에 한정한 경우에도 평균치에 든 여성은 3,864명의 참가자 중에 40명도 되지 않았다. 그런데 결론이 이상했다. 평균 체격의 여성은 존재하지 않는 것이라고 해석한 것이 아니라, 미국 여성들이 대체로 건강하지 못하고 몸 상태가 나쁘다는 결론에 이른 것이다. 당시 대다수 의사와 과학자들이 내린 결론이 이랬다. 노르마를 찾을 수 없었던 진짜 이유는 당시 여성들이 문제가 아니라 신체 치수의 극도의 다양성 때문이었다. 


평균의 원칙 1) 들쭉날쭉의 원칙 <평균의 종말>, p.125


위 그림은 <평균의 종말>에서 설명하는 평균의 3원칙 중 하나인 1) 들쭉날쭉의 원칙을 설명한 것이다. 이 그림만 봐도 어느 한 가지 조건만 가지고 평균을 판단할 수 없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노르마 찾기 대회에서 주목할 것은 9개 항목으로도 그들이 찾는 완벽한 노르마를 찾지 못했다는 것이다. 그런데 1개 항목이었다면? 당연히 불가능하다. 그런데 지금 우리는 학업 성적이라는 1개 항목으로 완벽한 노르마를 만들고 있지는 않을까?



노르마 찾기 대회에서 우승했던 이 여성에 대한 당시 평가를 보자. (9개 항목이 완벽하게 일치하지 않았음에도) 이 대회를 개최했던 클리브랜드 지역신문은 이 여성이 춤, 수영, 볼링을 즐긴다는 점을 소개하며 그녀의 취미가 "여성 체형의 귀감으로 떠받들어지는 그 몸매만큼이나 바람직하고 정상"이라고 덧붙였다. 한 목사는 '노르마'를 정상적 신앙심을 가졌을 것이라고 설교하기까지 했다.


우리가 당시의 전문가들을 비난할 수 있을까?


한 가지를 잘하면 다른 것도 잘할 것이라는 믿음은 지금도 만연하다. 수능 점수가 높으면, 공부를 잘하면, 좋은 대학을 나오면 다른 일도 잘할 것이라는 막연한 믿음은 잘못된 결과로 인도하기 마련이다.


우리에게는 일평생 평균이라는 잣대가 졸졸 따라다닌다. 많은 사람들이 '대학-취업-결혼-출산...'과 같은 성장 경로를 벗어나는 것을 두려워하고, 내 아이가 평균보다 떨어질까 봐 혹은 내 점수가 평균보다 낮을까 봐 불안해한다. 하지만 현실에서는 많은 사람들이 평균적인 경로와 속도를 따르지 않는다는 사실을 안다. 그 경로를 따르지 않아도 성공하는 사람은 언제나 있고, 따르더라도 불행한 사람도 많다는 것을 안다. 


<평균의 종말>은 내가 가지고 있던 평균에 대한 생각을 완전히 뒤집어 놓은 책이다. 개개인성의 관점에서 평균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깨닫는다면 남과 비교하는 일은 없어질 것이다. 평균이 가지고 있는 함정을 깨닫는다면 내가 가지고 있는 잠재력에 집중할 수 있을 것이다. 지금 길을 잃은 사람들에게, 아이를 양육하고 있는 부모님들께 이 책을 강력하게 추천한다. 



#평균의종말 #토드로즈 #씽큐베이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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