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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이사 Sep 27. 2019

팀장님은 어떻게 멘탈을 관리하나요?

지난 빡독행사에서 프리젠톡(실시간 소통 앱)을 활용해서 피드백을 받는데 빡독과 상관없는 질문이 하나 올라왔다.


김주현 팀장님 멘탈관리법이요?


나는 '육아가 제 멘탈을 강하게 해 준 것 같다'고 대답했다. 그런데 나중에 곰곰이 생각해보니 육아가 정답은 아니었다. 실제로 주위에 삼형제를 키우면서 정신과 치료를 받는 엄마도 있고, 삼형제가 없는 모든 사람들이 멘탈이 약한 것도 아니지 않은가! 물론 육아가 나를 강하게 만들었지만 그게 전부는 아니었다. 이번 기회로 나는 왜 멘탈이 강해졌는지 돌아보았다. 왜냐면 나는 원래 굉장히 자존감이 낮은 사람이었기 때문이다.


초등학교 3학년쯤 한 친구가 나에게 벙어리인 줄 줄 알았다고 한 적이 있었다. 내가 말을 거의 안 했기 때문이다. 그 친구가 그렇게 말한 것이 나에게도 꽤 충격적이었다. 내가 그 정도로 말을 안 하고 살았나? 나는 원체 부끄러움이 많은 성격인 데다 사람들 앞에서 말할 기회가 거의 없었다. 가족과의 대화도 거의 없었고 자주 혼이 났기 때문에 (내가 큰 잘못을 자주 한 것은 아니지만 부모님의 스트레스로 그랬던 것 같다) 주눅이 잔뜩 들어있었던 것 같았다. 다운증후군인 막내 남동생에 대한 양육의 어려움으로 엄마는 자주 슬퍼하셨고, 부모님은 자주 싸우셨다.


행복한 기억이 많지는 않았지만 나는 내 어린 시절이 불행했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표현을 많이 하시지는 않지만 나는 부모님이 나를 사랑하신다는 확신이 있었고, 나는 나의 감정을 일기로 적어서 분출했기 때문이다. 우울한 환경이었지만 내가 별로 타격을 받지 않았던 이유는 '쓰기'다.


아직 보관하고 있는 나의 가장 오래된 물건, 초등학교 일기장

김 팀장의 멘탈 강화법 1. 글로 내 삶을 아웃풋 하자


삼형제 육아 스트레스에서 벗어날 수 있었던 것도 일기였다. 글로 내 상황을 적다 보면 자연스럽게 나를 객관적으로 바라볼 수 있고, 반성할 수 있게 된다.


처음 블로그를 쓰기 시작한 것은 큰 아이를 임신했을 때였다. 기형아 검사 중 하나인 쿼드검사를 받았는데, 나는 아주 높은 확률이 나왔다. 1/270 이하로 나오면 양수검사를 해서 유전자를 확인해 확인을 받는데, 나는 1/45 확률이 나온 것이다. 그때 담당 선생님께 내 동생이 다운증후군이라고 했더니 깜짝 놀라며 왜 이제 말했냐고 하셨다. 결국 양수검사를 하기로 했고, 결과가 나오기까지 일주일 동안 나는 밤마다 오열을 하면서 울었다. 남편과 나는 결과가 좋지 않더라도 아이를 낳고 키우기로 결심했다. 그때 그 슬픔 속에서 처음 블로그를 쓰기 시작했다. 당시에 나의 최대 고민은 'MBC 필기시험을 잘 본거 같아서 임신한 몸으로 면접은 어떻게 하지?'에 관한 것이었는데, 그때 그런 고민은 문제도 아니었다. 글을 쓰다 보면 내가 처한 상황을 담담하게 바라볼 수 있었던 것 같다.


*요즘은 감사일기를 많이 쓰는데, 이것도 좋은 것 같다. 책 <베스트 셀프>에서는 매일 감사목록 10가지를 나열하는 것만으로도 도움이 된다고 한다.


"당신의 감사 목록을 작성하라" -<베스트 셀프>, p.58

김 팀장의 멘탈 강화법 2. 나의 약점을 드러내라


나의 약점- 숨기고 싶은 나의 모습- 을 정면으로 바라보는 것은 누구에게나 고통스럽다. 내가 나의 약점을 처음 제대로 마주한 것은 남동생과 우리 가족에 관한 다큐멘터리를 만들었을 때다. 나는 내 동생이 다운증후군이라는 사실을 남들에게 말하는 것을 꺼려왔다. 장애인인 남동생에 대해 말하는 것이 어딘가 불편했기 때문이다. 나를 안쓰럽게 쳐다보는 것도 편견을 가지게 되는 것도 싫었다. 그런데 내가 이것을 정면으로 바라보고 세상에 드러내기로 결심한 것이다. 이 다큐멘터리는 TV와 작은 영화제들에 초청받아서 상영할 기회가 있었는데, (당연하지만) 누구도 나에게 손가락질하지 않았다. 나를 드러내는 것이 아무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것을 이때 처음 경험했다.


작업장에서 일하고 있는 홍집이 (10년 전)


코치 마이크는 <베스트 셀프>에서는 조금 더 구체적으로 설명한다. 내가 드러내고 싶은 나(베스트 셀프)와 숨기고 싶은 나(안티 An-ti 셀프)를 정확하게 분리해서 마주하라고 말이다. 이 과정은 굉장히 중요하다. 내가 숨기고 싶은 어떤 한 현상이 아니라, 나를 바라보는 과정이기 때문이다. 이 책에 따르면 내가 홍집이에 대해서 말하고 싶지 않았던 것은 홍집이가 문제가 아니라 "남들에게 잘 보이고 싶었던" 내가 문제였다고 할 수 있겠다. 물론 나는 10년 전 보다 진화했기 때문에, 지금의 안티 셀프는 완전히 다르다.



내 안티 셀프를 설명하면, '게으르고 움직임이 느리다. 아침잠이 많아 잘 못 일어난다. 상황을 주도하고 싶어 하며 싫어하는 일을 억지로 하는 것을 싫어한다. 아이들이 내가 원하는 대로 움직였으면 좋겠다. 모든 물건들이 제자리에 있었으면 좋겠지만 청소를 좋아하지는 않는다.' 나는 내 반 자아의 이름을 Lazy Mary 여왕이라고 지었다. 가만히 앉아서 모든 상황을 통제하고 싶은 성격을 보인다.



반면 내 베스트 셀프는 이렇다. '사람들을 도와주는 것을 좋아한다. 따뜻하고 지혜로우며 강하다. 주위 사람들을 보호해 줄 수 있는 힘을 가졌다. 누구에게나 신뢰를 줄 수 있고 인내심이 많으며 긍정적이고 불가능한 것은 없다고 믿는다. 친절하고 예의 바르며 자기 관리를 잘한다. 사람들과 함께 있는 것을 좋아하지만 자신을 드러내기를 좋아하지는 않는다'



나의 베스트 셀프와 안티 셀프를 이미지화해두고 보니, 나의 대외적인 모습(베스트 셀프)과 집에서의 모습(안티 셀프)으로 극명하게 나누는 것 같다. 가장 큰 피해자는 우리 아이들, 특히 나의 잔소리를 집중적으로 받는 우리 큰아들이다... ㅠㅠ (레이지 메리 여왕을 이길 수 있는 강한 엄마가 되어야 한다..) 여기서 다시 느끼는 것은 이렇게 나를 드러낸다고 문제가 될 것은 아무것도 없다는 것이다. 오히려 내가 감추고 싶어 했던 약점을 정확히 마주하면 사실 별게 아니었다고 느끼게 된다. 더 이상 나를 위협하지 않게 된다.


김 팀장의 멘탈 강화법 3. 남 탓하지 마라


살다 보면 나의 멘탈이 무너지는 위기의 순간이 종종 찾아온다. 단순히 육아 그 자체가 힘들어서는 아니다. 때때로 어떤 사건들(아들이 학교에서 따돌림을 당한다거나, 시댁의 사업으로 인한 경제적 어려움, 남편과의 갈등 등)이 느닷없이 찾아온다. 그리고 내가 내린 결론은 이 고통을 온전히 받아들이자는 것이다. 도망간다고 해결될 문제는 아니다. 저런 상황에서 내가 나의 아이를 괴롭힌 아이들이나 시부모님이나 남편에게 비난의 화살을 돌린다면 그때부터 내 삶의 모든 것이 무너지기 시작할 것이라는 걸 안다. 내가 중심을 잘 잡고 나의 잘못을 살펴보기 시작하면 반드시 좋은 쪽으로 변화한다.


이런 예 중 하나가 나의 취업 사례다. 육아로 경력단절이 되었다고 나는 이 사회를 탓하기보다 내 자리에서 할 수 있는 일을 찾았다. 사업자등록을 하고, 지인들이 부탁하는 영상들을 대가 없이 만들어 주었고, 적은 금액이지만 알바몬에서 알바를 구했고, UCC에 지원하는 등 여러 기회를 찾아다녔다. 내가 체인지그라운드를 만난 것은 엄청난 행운이지만 내가 끊임없기 기회를 찾아서 움직였기 때문이기도 하다. 기회가 왔을 때 움켜질 수 있었던 것은 환경을 탓하고 주저앉지 않았기 때문이다.


다른 사람을 탓하는 순간은,
당신이 스스로의 힘을 포기하는 순간이다.
자신의 힘을 포기한다는 것은
결국 자신의 삶에 대한 결정권을 내던지고,
자신의 삶을 책임지지 않겠다는 것이다.

-마이크 베이어
"남 탓을 하지 마라" -<베스트 셀프>, p.122-123

김 팀장의 멘탈 강화법 4. 삶의 목표(사명)를 찾아라


특히 아이들을 키우면서 내가 강해질 수 있었던 것은 육아를 하면서 드라마틱한 태도의 변화가 생긴 것이다. 이 아이들은 내 삶의 이유이자 원동력이다. 내가 감당해야 할 고통이 있다면 제대로 맞서기로, 씩씩한 엄마가 되자고 결심하게 된 이유이다. 사명이 생기면 삶은 저절로 움직인다.


내 아이들 외에 나에게 생긴 또 한 가지 사명은 엄마들에게 성장하는 즐거움을 알려주고 싶다는 것이다. 아이의 교육(성장)에 비정상적으로 과도하게 집중된 지금의 모습이 아니라 엄마 스스로 자신의 삶을 돌아보고 배우고 나누는 즐거움을 알 수 있도록 돕고 싶다. 그러려면 먼저 내가 그 좋은 예시가 될 수 있도록 성장해야 한다.



김 팀장의 멘탈 강화법 5. 신앙심을 가져라


특정 종교를 가지라는 말이 아니다. <베스트 셀프>의 11장에는 '영성의 개발'에서 종교와 영성을 엄격하게 구분하여 설명한다. 저자 마이클 베이어는 여기서 '신앙'을 "당신이 삶에 진실로 원하는 것을 이 세계에 쏟아내면, 그것이 당신에게 되돌아올 것이라고 굳게 믿는 마음"이라고 정의한다. 많은 사람들이 특정한 종교나 잘못된 사례 등을 통해 절대자에 대한 신앙을 철저하게 차단하고, 그 신앙적 관습을 차갑게 대하며 불편하게 생각하지만

실제로 신앙심은 삶의 과정에서 맞닥뜨린 힘겨운 상황을 극복해 낼 수 있는 힘을 준다.


나는 어떤 사건으로 어떻게 죽을까를 한 달 동안 고민한 적도 있었다. 그때 나를 붙잡아 준 것이 신앙심이었다. 절대적인 무언가에 기대는 믿음은 우리를 구덩이에서 건져준다.


나의 멘탈을 강하게 해 준 섯 가지를 정리해 보면 이렇다.

1. 글로 내 삶을 아웃풋 하라
2. 나의 약점을 드러내라
3. 남 탓하지 마라
4. 삶의 사명을 찾아라
5. 신앙심을 가져라

 

하지만 이건 어쨌거나 나의 경험에서 나온 내 이야기일 뿐 각자 상황에 맞게 적용해보는 것이 필요하다. '내가 이렇게 했으니 효과를 봤으니 당신도 하면 됩니다' 같은 조언은 나도 믿지 않는다. 그래서 체계적으로 더 나은 내가 될 수 있도록 돕는 책 <베스트 셀프>를 참고했다. 하지만 내가 강조하고 싶은 부분만 발췌를 했기 때문에 좀 더 적극적이고 구체적으로 내 삶을 바꾸고 싶은 사람들이 있다면 이 책을 추천한다.


고통을 떨쳐내기는 쉽지 않다.
우리는 미지의 것에 대한
두려움에 익숙한 고통을 선택한다

-틱낫한 Thich Nhat Hanh


빡독에서 갑작스럽게 마주하게 된 질문에 대해서 '양육'이라고 대답했던 것은 부분적으로 맞지만 완전한 답은 아니었다. 핵심은 양육이 아니라 '삶에 대한 태도'다. 같은 짐을 지고 있어도 태도가 달라지면 삶의 무게도 가벼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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