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이사 Sep 17. 2019

경연대회가
실제로 공정하지 않는 이유

버스커버스커는 한계가 있는 팀이라며 탈락했었다

슈퍼스타 K 시즌3의 결승전, 울랄라세션과 버스커버스커가 만났던 그 순간을 잊을 수가 없다. 나는 울랄라세션을 응원했다. 당시 울랄라세션의 단장이었던 故임윤택이 나는 너무 안타까웠다. 그의 리더십과 재능+ 말기 암환자라는 리마커블한 스토리는 나의 마음을 움직였고, 노래를 잘 부르던 못 부르던 무조건 나는 무조건 울랄라세션을 응원했다. 그들이 우승을 해야만 했다. 그리고 다행히~ 결과도 그랬다. 그런데 오늘 이야기하려고 하는 주인공은 울랄라세션이 아니라 함께 경연했던 버스커버스커다.


준우승에 머물렀던 버스커버스커는 지금은 "음원깡패"라고 불린다. '여수 밤바다'는 여수를 관광명소로 만들었고, 벚꽃 좀비 혹은 벚꽃 연금이라고도 불리는 '벚꽃엔딩'은 봄만 되면 지겹지도 않게 흘러나온다. 그들은 슈스케가 낳은 최고의 가수이지만 사실 이들은 시즌3 본선 진출에 실패했었다. 예선 중 콜라보레이션 미션에서 그들이 받았던 평가는 이것이다.  


한계는 있는 팀이야.
(출처: 슈퍼스타 K 시즌 3)


심지어 버스커버스커는 패자부활전에 들어가지도 못했다. 그런데 그들이 본선 무대에 진출할 수 있었던 것은 TOP10 중 한 그룹이의 무단이탈사건 덕분에 추가합격 시험의 기회를 얻었기 때문이다. 그것도 원래 TOP10에 진출할 한 팀이 아니라 심사위원 재량으로 추가로 합류했다. 버스커버스커의 팬이었던 네티즌은 이렇게 말했다. "진짜 심사위원들 수준이 의심 가네요."


전문가들은 왜 이런 판단을 내렸을까?


이런 의문을 해소해 주는 부분을 책에서 찾았다. <포뮬러>에는 와인 제조업자인 60대 후반의 밥 호슨 Bob Hodgson 이야기가 나온다. 그는 경진대회에 출품한 자신의 와인에 대한 품평이 들쭉날쭉한 것에 대해 의구심을 품고 직접 감정사가 되기도 한다. 와인 평가 절차에 결함이 있다는 생각에서 벗어나지 못한 밥 호슨은 2005년, 북미 지역에서 가장 오래되고 가장 권위 있는 대회인 캘리포니아주 와인 경진대회의 자문이사들에게 요청하여 감정단을 꾸린다. 감정단은 그동안 따라온 원칙을 그대로 따랐다. 똑같은 와인을 무작위로 세 번 제공받아 시음했는데, 이때 와인 감정의 문제가 드러났다. 감정사들이 똑같은 와인에 전혀 다른 점수를 매겼던 것이다. 결국 호슨은 와인 경진대회에서의 수상 여부가 거의 운에 달렸다결론을 내렸다.



(출처: www.tastecaliforniatravel.com)


정말 운이 다일까?


세계 3대 음악 콩쿠르 중 하나인 '퀸 엘리자베스 국제 음악 경연대회'의 예를 들어보자. 이 경연대회에서는 심사위원의 편견을 배제하기 위해 (그래서 공정하다고 평가받고 있는) 많은 규칙들을 정해놓고 지키고 있는데, 규칙들은 다음과 같다.


결선에 진출한 연주자들은 이 대회를 위해 특별히 작곡된 똑같은 협주곡을 연주한다.

연주 순서와 날짜 배정도 무작위다.

마지막 연주를 하기 전에 연습할 시간은 딱 일주일이 주어진다. 

결승전이 열리는 주에 심사위원들은 매일 밤 두 명의 후보의 연주를 보고 즉석에서 평가한다.

심사위원이 일단 점수를 제출한 후에는 수정하지 못한다.

심사위원들은 서로 의논하지 못한다.


그런데 이렇게 치밀해 보이는 규칙을 두고 복잡계 이론의 창시자 바라바시는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고 단언한다. 40년의 기록(11차례의 경연 결과)을 살펴본 결과 아주 특이한 점들이 발견되었기 때문이다. 일단 우승자 중에 경연 첫째 날 연주한 사람은 없었다. 총 11명의 우승자 중 8명은 경연이 진행되는 8일 중 3~7일에 몰려있었고, 특히 그중 절반인 4명은 다섯 번째 날 연주했다. 이런 결과를 들으면 확실히 이상해 보인다. 전문가들은 이를 두고 몇 가지 요인을 지적한다. 연주 순서와 성별에 따른 편견.. 그리고 '모든 참가자가 똑같은 협주곡을 연주하는 규칙' 때문이라는 것이다. 마지막 요인의 이유는 이렇다. 1) 심사위원들은 결선 대회에서 그 곡을 처음 접하게 되고 따라서 생소하게 들린다. 2) 대회가 진행됨에 따라 심사위원의 귀가 트이고 평가하는 역량도 개선된다. 따라서 나중에 연주하는 참가자들의 생생하게 기억된 연주가 유리하게 되는 것이다. 이러한 현상은 피겨 스케이팅에서도 마찬가지로 나타난다. 선수의 출전 순서가 뒤로 갈수록 점수도 일관성 있게 상승한다. 


2001년 퀸 엘리자베스에서 3위를 했던 피아니스트 임동혁은 심사에 불복해 시상을 거부하기도 했다.

경연대회가 매우 공정해 보이지만 실제로 공정하지 않은 이유 


결론부터 말하면 심사위원들의 경험이 부족하거나 철저하지 못해서 실수하는 것이 아니다. 그들의 판단이 정확하기 않았던 진짜 이유는 심사를 받는 "모두가 훌륭했기" 때문이었다.


성과를 정확하게 측정하지 않는 분야에서 운이 결정할 수밖에 없는 이유가 이것이다. 국제 음악 대회의 경연자들이 이미 우열을 가리기 힘들 정도로 훌륭한 실력을 가지고 있고, 와인 경진대회에 나오는 와인들이 이미 훌륭한 품질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바라바시는 책 <성공의 공식, 포뮬러>에서 성과와 성공의 차이를 정확하게 구분하고 있다. 지금까지 설명한 것이 성과다. 성과의 특성을 한마디로 정의하면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우사인 볼트와 내가 달리기 시합을 한다면 나는 웃음거리가 되겠지만, 그렇다고 그가 나보다 100배, 1000배로 더 빨리 달릴 수 있는 것은 아니라는 것. 인간이 속도를 내는 데는 물리적 한계를 가지고 있다. 우사인 볼트와 2인자들의 달리기 속도는 겨우 0.11초 차이밖에 나지 않는다. 기술의 발전으로 그나마 달리기와 같은 분야는 우열을 정확하게 측정할 수 있지만 바이올린 연주나 와인 시음처럼 측정이 어려운 경우는 결국 운이 결정하게 된다. 



그러면 여기서 우리는 어떤 결론을 얻어야 할까. 어차피 결과는 운에 달렸으니 내 운명을 운에 맡기라는 말이 절대 아니다. 일단은 내가 훌륭해야 한다. 그것이 디폴트다. 그러고 나서~ 성공하고 싶다면 이 책 <포뮬러>를 보길 바란다. 성공을 공식으로 정리했다고 하면 헛웃음을 칠 수도 있겠지만, 바라바시가 말하는 이 성공의 다섯 가지 성공 공식을 안다면 세상의 이치를 알게 된 느낌이 들지도 모르겠다. (너무 좋아서 2기 독서모임 책을 이 책으로 바꾸고 앞으로도 책 선정 목록에 고정으로 넣을 생각이다)


다시 버스커버스커 이야기로 돌아가서 성과와 성공을 정리해보자. 슈스케에서 준우승을 한 것은 성과라고 한다면 이후에 그들이 음원으로 보여준 활동들은 성공이다. 그들이 슈퍼스타 K의 본선에 진출하지 못했어도 성공할 수 있었을까? 물론이다. 실력이 갖추어져 있으면 기회는 언제든지 찾아올 가능성이 있다. (제5공식) 그렇다면 그들이 앞으로 지금보다 더 큰 성공을 할 수 있을까? 물론이다. 성공은 무한하다.(제2공식) 이 모든 성공의 법칙은 우리 모두에게도 적용된다.



*참고: <성공의 공식, 포뮬러>, 앨버트 라슬로 바라바시


#씽큐베이션 #3기 #실력은어떻게만들어지는가 #포뮬러 #1주1서평 #체인지그라운드

작가의 이전글 세상을 살아가는 가장 강력한 두가지 무기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