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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이사 Oct 08. 2019

우리는 왜 원칙을 지켜야 하는가

원칙을 지키는 사람이 되자는 것이 아니다

모든 사람모든 원칙들을 지키며 산다면 이 세상은 행복해질까? 


언뜻 보면 그럴 것 같지만, 그렇지 않을 것이다. 수많은 원칙들 사이에 우선순위가 정해져야 하고, 서로 중요시하는 가치가 상충될 경우 어김없이 문제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사람들마다 해석이 다른 것도 문제가 될 수 있다. 이와 관해 인상적인 대화가 있다. <오리지널스>의 저자 에덤 그랜트와 투자계의 스티브 잡스로 불려 온 억만장자 창립자 레이 달리오가 나눈 대화의 일부다.


애덤 그랜트 Adam Grant (좌) 레이 달리오 Ray Dalio (우)


애덤 그랜트: "브리지 워터가 내세우는 원칙의 수가 많은데, 모든 사람이 그 원칙들을 지키며 살게 만드는 것이 당신이 품고 있는 꿈인가요?"

레이 달리오: "아니, 아니, 절대로 아니오. 세상에. 아니오. 내 꿈은 그것이 아니오. 가장 중요한 원칙은 스스로 생각할 줄 아는 사람이 되라는 것이오."

애덤 그랜트가 이런 질문을 한 배경을 살펴보자. 레이 달리오가 창립한 회사 '브리지워터 Bridgewater Associates'는 1,700억 달러의 자산을 운용하는 회사이다. 브리짓 워터는 20년 동안 지속적으로 탁월한 수익을 올려서 금융계 역사상 그 어떤 헤지펀드보다 고객들에게 많은 돈을 벌어주었는데 (2010년 브리짓워터가 올린 수익은 구글, 이베이, 야후, 아마존의 수익을 모두 합한 것을 능가했다) 이 회사의 가장 큰 특징은 이러한 성과가 아니라 레이 달리오가 만든 200여 가지 원칙에 있었다. 


레이 달리오의 원칙들 (출처: principles.com)- 다운로드 횟수가 200만회에 달하자 달리오는 책으로 출간했다


브리짓 워터는 투자회사지만 이 원칙들 속에는 투자에 관한 단어는 한 마디도 없다. 대신 어떻게 의미 있는 일을 하고, 의미 있는 인간관계를 형성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직장이나 삶에서 어떤 상황에 처했을 때 어떻게 생각하고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지에 관한 지침들로 채워져 있다. 이 원칙들은 채용 과정부터 사람들을 검증하는데 쓰인다. 군대를 모방한 집중 신병훈련소에서 훈련을 받으며 얼마나 원칙들을 자신의 삶에 적용하는지, 감정이 격양되었을 때 어떻게 반응하는지 등에 따라 평가를 받는 것이다. 


누구를 채용할 것인가에 이렇게 집중한 이유는 짐 콜린스의 <좋은 기업을 넘어 위대한 기업으로>에서 위대한 리더들이 "적합한 사람들'을 버스에 태우는 일"이 버스를 어디로 향할 것인지보다 더 중요하게 생각했던 것과 같은 맥락에서 해석할 수 있다. 먼저 적합한 사람을 채용하고, 그 사람들에게 이 원칙들을 교육시킨다.


레이 달리오의 이 원칙들은 미국 건국의 아버지라고 불리는 벤자민 프랭클린에 영향을 받은 것 같다. 벤저민 프랜클린은 스스로 정한 덕목 13가지에 따라 각각 규율을 정하고 평생을 지키며 살아왔는데 그의 청렴하고 정직한 삶은 많은 사람들에게 지금껏 귀감이 되어오고 있기 때문이다. 그가 원칙을 지킨 한 가지 예를 들면 이런 것이다. 


하지만 나는 지금까지 고수해온 원칙에 따라서 이를 거절했다.
나만의 원칙이란 바로 이것이다.

'우리도 누군가의 발명품 덕분에 많은 이익을 누리고 있다.
우리 역시도 나의 발명품으로 인해
남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다는 것에 행복해해야 한다.
또한 그것은 아무런 대가를 바라지 않는 것이어야만 한다.'

-<벤자민 프랭클린 자서전>, p.223


벤자민 프랭클린은 자신이 만들어 사람들에게 무료로 배포한 발명품이었던 난로를 누군가 개조해서 특허를 받고 엄청난 돈을 긁어모았다는 소식을 듣고도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돈을 벌고 싶지도 않았고, 괜한 법적 분쟁을 일으키는 것도 원치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주변 사람들은 이런 그의 성품을 지켜보고 있었다. 사람들이 그를 점점 중요한 자리로 추천해서 그가 그런 일들을 감당할 수 있었던 것은 이렇게 형성된 신뢰가 바탕이 된 것이다.


신뢰는 언행일치 된 삶을 통해 자연스럽게 전달되는 것이기에 훨씬 어렵다. 세상을 바꾸는 것은 혼자 힘으로는 불가능하고, 무언가를 함께 해내려면 다른 사람들의 신뢰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결국 우리가 세우는 모든 원칙들은 신뢰를 쌓는 과정이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원칙 그 자체가 아니라 그 원칙을 지켜내는 연습을 통해 자기 통제가 이루어져야 한다는 것이다. 레이 달리오가 만나고 연구해온 세상을 바꾸는 인물들의 특성을 한 가지가 인상적이다. 


그들은 잔인하리만큼 정직했고, 위계질서에 맞설 만큼 정직했다. 


남들에게 이 정도의 평가를 받으려면 얼마나 스스로 통제를 했을까? 책 <오리지널스>에서는 세상을 움직이는 사람들의 많은 특징들이 나오지만, 이보다 더 오리지널스를 명확하게 설명할 수 있을까? (호기심의 정도는 얼마나 되어야 하고, 얼마나 반항을 해야 하며, 얼마나 위험을 무릅써야 하는지 측정하기는 어려우므로)


위에서 달리오가 말한 "스스로 생각할 줄 아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는 뜻이 여기에 있다. 그의 말은 원칙이 중요하지 않다는 것이 아니다. 그래서 원칙을 중요하게 여겨야 한다는 말이다. 오리지널스는 절대로 하루아침에 만들어지지 않는다. 스스로 만든 신중한 원칙들을 지켜나가면서 천천히 완성된다.



#씽큐베이션3기 #오리지널스 #벤저민프랭클린자서전 #실력은어떻게만들어지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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