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산고 안 감독이 했던 그때 그 말의 의미
오호, 100% 게임에 집중하기 시작했군요.
이럴 때 기적이라는 것이 일어나는 거예요.
기적은 아무 때나 일어나는 게 아닙니다.
슬램덩크의 강백호를 만든 북산고 안 감독은 이렇게 말했다. 100% 집중했을 때 기적은 일어난다고.
몰입에 대한 연구의 대가 칙센트미하이는 책 <달리기, 몰입의 즐거움> 1장에서 셸비 하얏트의 기적의 순간을 자세히 그린다. 당시 셸비 하얏트는 달리기를 시작한 지 2년이 된 열여덟 살 고등학생이었고, 일 년 넘게 준비해온 크로스컨트리 챔피언십 대회에서 주 대표로 선발되는 것이 꿈이었다. 그러나 대회를 앞두고 폐렴에 걸리면서 6주 집중훈련 기간 동안 간단한 훈련조차 제대로 소화하지 못했다. 아무도 셸비가 좋은 성적을 거둘 것이라고 기대하지 않았다. 하지만 누구도 주목하지 않았던 이 선수는 태어나 가장 우수한 성적인 4위로 골인하고 주 대표선수가 되는 꿈을 이루었다. 셸비는 경기를 마치고 이렇게 말했다. "전 오늘 완전히 몰입해서 달린 것 같아요."
누구나 어떤 일에 완전히 몰입하는 것을 꿈꾼다. 이는 일종의 무아지경 상태에 빠지는 것과 비슷한데, 집중을 하면 위의 사례처럼 내가 가진 능력보다 훨씬 놀라운 결과를 가지고 올 수 있을 뿐 아니라 몰입하는 경험에서 즐거움을 느끼기 때문에 그 자체로 충분한 보상이 된다. 그래서 한 번 몰입을 경험하면 또다시 몰입할 수 있는 일을 찾아서 하려는 욕구가 더 강해진다.
이러한 본질적인 의욕은 기술을 더 향상하겠다는 욕구로 이어지고, 자연히 자신이 보유한 능력에 관한 자신감도 커진다. 기술이 향상될수록 더 큰 문제를 수월하게 해결할 수 있고 몰입을 경험할 가능성도 높아진다. 매우 긍정적인 순환이 일어나는 것이다. - <달리기, 몰입의 순간>, p.32
몰입의 경험은 행복의 감정과도 직결된다. 우리는 행복을 그릴 때 아름다운 휴양지에서 아름다운 환경을 바라보며 여유롭게 그 시간을 즐기고 있는 자신을 떠올리곤 한다. 실제로 '언제 가장 행복하냐'는 질문이 주어지면 많은 사람들이 휴식을 취하고 쉴 때라고 생각하지만, 사실 행복은 무언가에 푹 빠져 있거나 어떤 과제를 해결하느라 몰두했을 때라고 한다. 실제로 생애 최고의 순간들은 수동적인 상황에서 생기지 않는다. 칙센트 미하이 박사는 즐거움은 어떤 일에 열정을 다해 적극적으로 참여할 때 따라오는 결과라고 말한다.
사람들이 대부분 생각하는 것과 달리 생애 최고의 순간들은
수동적이거나 수용성이 크지 않을 때, 혹은 편안할 때 찾아오지 않는다.
(중략)
최고의 순간은 까다롭고 노력할 만한 가치가 있는
무언가를 성취하기 위해 자발적으로
자신의 신체 혹은 마음을 한계 수준까지 확장시킬 때 찾아온다.
-칙센트 미하이
칙센트 미하이는 몰입하기 위해서는 세 가지 선행단계가 먼저 갖추어져야 한다고 말한다.
어? 어디서 본 것 같지 않은가? 안데르스 에릭슨의 <1만 시간 재발견>에 나오는 '목적의식 있는 연습'과도 비슷한 내용이다. '목적의식 있는 연습'은 1) 명확하고 구체적인 목표를 가지고 있다 2) 집중이 필요하다 3) 피드백이 필요하다 4) 자신의 컴포트 존에서 벗어날 것을 요구한다.
결국 "몰입" 하기 위한 선행단계가 '의식적인 연습'의 조건과 비슷하다는 것은 '몰입'이 어떤 것에 대한 의식적인 노력을 통해 이루어진다는 이야기다. 다시 말해서 몰입을 하는 순간을 만들어 낸다면 우리가 그토록 찾아 헤매던 행복을 내 손에 쥘 수 있다는 이야기다. (돈이 많이 벌어야 행복해지는 것이 아니라)
가끔 나는 내가 죽는 순간을 그려본다. 분명한 건 그 순간에 내가 넷플릭스의 모든 영상들을 다 봤다며 뿌듯해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것이다. 온몸과 마음을 집중해서 무언가 하는 순간을 떠올릴 것 같다. 최고의 순간은 수동적으로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나의 능동적이고도 완벽한 몰입을 통해 만들어지기 때문이다. 내 인생에서 가장 몰입하는 순간은 어떻게 만들어질까? 그때 나는 어떤 순간을 기억할까? 상상해보면 그 장면은 내가 온 힘을 다해 달리고 있는 장면이 될 수도 있을 것 같다.
지인들이 나에게 도대체 왜 뛰냐고 묻는다. 그들은 묻는 이유는 뛰는 것이 고통스러운 일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숨이 헉헉대면서도 나는 묘한 즐거움을 느끼기 시작했다. 매일 2킬로, 약 12분. 하루 중 아주 짧은 시간이지만 나는 이 시간 동안 최대한 온몸의 감각을 느끼고 집중하려고 노력한다. 그리고 반복적인 연습을 통해 집중하는 시간이 점차 길어짐을 느낀다.
이와 관련하여 내가 페르 홀름뢰브에게 해준 충고는 '의식적인 연습'에 착수한 누구에게든 적용될 수 있다. 나는 집중하고 몰두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므로 보다 분명한 목표를 가지고 짧은 시간 동안 훈련하는 것이 새로운 기술을 한층 빠르게 익히는 최선의 방법이라고 말했다. 70퍼센트의 집중력으로 장시간 연습하는 것보다 100퍼센트의 집중력으로 단기간 연습하는 편이 낫다. -<1만 시간의 재발견>, p.239
같은 맥락에서 '자기 계발'하는 사람들을 가리켜 왜 저렇게 피곤하게 사냐거나 막연한 성공을 위해 지금의 순간을 즐기지 못한다고 비하할 수도 있다. 하지만 그것은 틀린 말이다. 그들은 그 누구보다도 지금의 순간을 즐기고 있다. 결국 몰입의 경험은 자신감과 의욕을 높이고 무엇보다 즐거움을 선사하니까. 우리는 그 몰입의 순간들을 만들 뿐이다. 그리고 그 순간들은 때때로 기적을 만들어 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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