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숙성과 색다름 사이의 줄타기
지난 3월, 체인지그라운드 피디들이 모두 모여서 함께 하루 종일 시간을 보냈다. 우리는 모두가 재택근무를 하기 때문에 전 직원이 한 자리에 '하루 종일' 모이는 것은 아주 드문 일이다. 일주일에 한 번 회의를 하러 모이는데 회의는 오전 시간에 이루어지고 점심 후 헤어지는 데다, 빡독 같은 행사를 하더라도 모두가 참여하지는 않기 때문이다. 그런 우리 팀이 워크숍도 아닌데 이렇게 한 곳에 모인 이유는 한 권의 책을 읽고 '빡세게' 토론하기 위해서였다. (물론 그 전에도 <평균의 종말>이나 <콘텐츠의 미래> 등으로 독서 토론을 한 적은 있지만 이렇게 하루 전체를 업무 시간에서 뺀 적은 처음이다)
하루를 뺐다는 의미는 이 책이 그만큼 우리에게 중요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고작가님이 선정하신 이 책은 우리가 하는 콘텐츠 마케팅 분야에서 적용할 부분이 많았다. 그냥 책 내용이 좋아서 나누기 위한 것이라기보다 당장 적용하고 변화해야만 하는 절박함 때문이었다. 책의 이름은 <생각이 돈이 되는 순간>이다.
이 책은 빅데이터 전문가인 앨런 가넷이 포천 500대 기업들에 마케팅 데이터 분석 서비스를 제공하면서 느낀 점들 그리고 베스트셀러 작가부터 유명 유튜버에 이르기까지 소위 '천재 크리에이터'들을 직접 인터뷰하며 찾은 성공의 패턴에 대해서 이야기한다. 그가 말하는 성공의 패턴은 바로 "크리에이티브 커브"다.
이 볼록한 크리에이티브 커브의 가장 높은 지점을 "진부점"이라고 부른다. 무언가가 자주 노출되어 친숙해지면 선호도가 높아지는데, 아무리 혁신적인 아이디어였다고 해도 언젠가는 분명히 진부 해지는 지점이 있다는 것이다. 앨런 가넷은 천재 크리에이터들은 이 같은 진부점에 도달하기 오래전에 이 아이디어를 버려야 한다는 것을 알았다고 말한다. 그는 비틀스의 앨범을 좋은 예시로 든다. 비틀스는 친숙하면서도 색다른 노래를 작곡했는데, 처음에는 사람 사람들이 노래와 가까워지는 법을 서서히 익힐 수 있도록 새로운 개념을 조금씩 노출하다가 이런 요소들이 진부점에 이르는 순간 사용 횟수를 급격히 줄였다. (새로운 개념이란 음조 반복, 하행 베이스라인 그리고 시타 같은 이국적인 악기들의 사용 여부) 만약 비틀스가 자신들의 음악적 특징이 진부점에 이르렀는데도 줄이지 않고 계속 고집했다면 어떻게 되었을까? 지금처럼 전설적인 뮤지션이 될 수 없었을 것이다.
비틀스는 본능적으로 진부점을 늦추고 곡선을 피하는 방법을 알고 있었다. 물론 그들이 그 방법을 태어나면서부터 알고 있었던 것은 아니다. 앨런 버넷이 '천재' 크리에이터라는 표현을 쓰긴 했지만 이것은 선천적인 재능 때문이 아니라 철저히 만들어졌다고 설명하고 있다. 그는 놀라운 창의력으로 성공한 사람들이 공통적으로 따르는 네 가지 패턴은 아래와 같다고 말한다.
우리 팀 전체가 하루를 투자해서 얻으려고 한 것은 책에서 소개된 위 네 가지 법칙을 실제로 어떻게 적용할 것인지에 대한 방법적인 고민이었다. 오전에는 사전에 선정된 다섯 명의 피디들이 각 법칙과 크리에이티브를 설명했고, 오후에는 진이 빠지는 끝장(?) 토론이 이어졌다. 우리는 지금 어느 지점에 와 있나? 어떻게 진부점을 넘어 새로운 스위트 스폿을 만들어 낼 것인가?
토론이 끝난 후에는 모두가 독서 토론 후기를 남겼다. 각자 앞으로 어떻게 할 것인지 의지와 실천 방법을 적은 것인데, 문득 그때 어떤 이야기들을 남겼는지 궁금해져서 열어 보았다. 잘 실천이 되고 있는 것과 되고 있지 않은 것도 보인다. 부족한 부분은 여전히 "소비"이고, 잘하고 있는 부분은 "창의적 공동체"다.
특히 실천을 잘하고 있는 분은 웅 이사님이었는데, "구독자와의 오프라인 접촉을 높이면서 친근감/유대감/인간관계 능력 향상시키기, 팬덤을 강화하기 위해 오프라인 접촉을 늘리고 친밀감/유대감 쌓기"라는 구체적 계획을 아주 잘 실천하고 계셨다. 내가 계획한 것 중 잘 되고 있는 것 하나는 댓글을 관찰하다가 구독자의 요구를 파악하여 영상으로 제작하는 것이다. '체인지라이프'라는 코너를 만들어서 구독자의 질문에 대한 대답을 하기도 하고, 빡독 행사에서 받은 즉석 질문을 영상으로 만들기도 했다.
또 한 가지는 그동안 그렇게 하고 싶었던 체인지그라운드 브랜딩을 시작한 것이다. 신뢰가 형성된 한 업체를 선택해서 현재 체인지그라운드의 정체성을 구현하기 위한 작업을 하고 있다. (포장이 아니라 드러내는 작업) 그 과정에서 구독자의 의견도 받았다.
다시 한번 강조하지만, 창작활동에서 타깃으로 삼은 청중의 성격을 좀 더 자세히 파악하면 많은 이점이 있다. 데이터 기반의 반복 과정을 활용해 성공한 사람들은 창작 행위를 유레카의 순간이나 갑작스러운 계시의 연속으로 보는 것이 아니라, 크리에이티브 커브를 좀 더 확실하게 이해하는 과정으로 생각한다. 작가이든, 영화사이든, 아이스크림 플레이버 그루든 데이터를 기반으로 추진하는 단계를 밟아 청중의 반응을 귀담아듣는다면, 반드시 그에 상응한 보상을 받을 것이다. -<생각이 돈이 되는 순간>, p.310
독서토론을 하던 날이 씽큐베이션이 시작되기 진전의 주였는데, 우리는 이 독서모임이 이렇게 좋은 반응을 이끌어낼 줄 몰랐다. 이 독서모임을 통해 나부터가 너무 많이 성장했고, 함께 성장한 수많은 사람들과 더욱 연결이 강화되었다. 지난 7개월 만에 우리는 이렇게 진화했다. 아직 부족한 부분이 많지만 차근차근 보완해 나갈 것이다.
비틀스가 1) 노출을 줄이고 2) 고객을 제품 중독자로 만들면서 진부점을 넘어선 것처럼, 우리는 1) 콘텐츠 업로드 수를 줄여서 노출을 줄이면서 영상의 퀄리티를 더 높이고 2) 무료 오프라인 행사를 통해 실천하는 구독자들 경험과 활동 중심으로 더욱 팬덤을 강화할 것이다. 브랜딩을 통해 우리의 정체성과 드러내고 진정성을 전달할 것이다. 그리고 이 모든 노력은 우리 밥그릇을 지키기 위해서가 아니라 우리 모두의 선순환을 위해서 해낼 것이다.
오랜만에 열어본 그때의 기록들이 (그때는 불확실했던) 이제야 이해가 간다. 이제 나에게도 '아하!'의 순간이 온 것 같다.
친숙성과 색다름 사이의 균형을 유지하는 문제는
큰돈을 버는 데만 유용한 것이 아니다.
그것은 '핵심'이다.
-앨런 가넷 Allen Gannet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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